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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운동 이끄는 박경석 대표, “이동권 투쟁은 모든 교통약자를 위한 것”
장애인인권운동 이끄는 박경석 대표, “이동권 투쟁은 모든 교통약자를 위한 것”
  • 전인수
  • 승인 2018.07.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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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지난 72일 오후 3시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는 지연되는 열차 운행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 50여 명은 지하철 승하차시위를 진행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일렬로 한꺼번에 열차를 타고 내리는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신길역, 서울역, 시청역 등 3곳에서 총 1시간 동안 지속된 시위는 40여분간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켰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동권은 말 그대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장애가 없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체적으로 이동이 불리한 장애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현재 서울시 277개 역사 중 27개 역사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다. 리프트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너무 위험하다. 실제로 2001년 이후 현재까지 리프트 사고로 9명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5123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27개 역사 중 16개 역사는 구조적 문제로 계획조차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지난 201710월 고 한경덕 씨가 신길역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전장연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시위 이후 시민들 중 일부는 이들의 행동이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비난의 반응을 보였다. 교통약자의 불편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시위에 나선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동권이 결국 모두의 문제라고 말한다. 비장애인이라고 해도 노인이 되면 교통약자가 될 수 있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생기면 모두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장연은 이 사회의 누군가가 약자가 된다 해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장애인들은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2001년 오이도 역에서 첫 장애인 희생자가 나온 이후부터 이동권 투쟁을 이끌어 왔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도입을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가는 오체투지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 이동권 투쟁과 전장연의 활동에 대해 물었다.

 

72지하철 시위로 불편을 겪었다는 반응이 많다.

당연히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지하철 운행을 막는데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부분들을 알고 있지만 현재의 문제들에 대한 과정과 이유, 원인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진행한 일이다.

 

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시가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작년에 리프트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규명과 제대로 된 사과와 제대로 된 책임과 대안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하게 됐다.

 

서울교통공사에 사죄를 요구했는데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우리가 시위하고 싸우니까 도의적 사과를 한다고 했다. 유가족에게 물어보니 작년 10월 사고가 일어나고 올 1월 죽을 때까지 찾아가지도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사죄할 마음이 있었다면 유가족에게 먼저 가서 사죄를 했어야 한다. 도의적 사과는 시늉일 뿐이다.

 

서울시 측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절실하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서가 아닌가 한다. 서울시 행정의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의지가 보인다.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는 후순위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구의역 참사가 일어났을 때를 생각하면 그렇다. 똑같이 사람이 죽었지만 리프트 사고 후에는 현장 방문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의사를 전달하고 기다리는 일뿐이다. 서울시와 교통공사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모든 입장을 전달했다. 답이 오지 않으면 814일에 또 한 번 시위를 진행하려 한다.

 

시위를 하면 시민들은 또 한 번 불편을 겪게 된다. 그들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이동권 문제는 단지 장애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통약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다른 곳들처럼 노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모두가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인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관계 당국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시위를 하는 것도 그게 하나의 표현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꼭 투쟁이나 시위라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나.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다만 어떤 문제가 있으면 다양한 해결 방식이 있다. 모든 걸 투쟁으로 풀진 않는다. 대화나 타협, 문화적 접근도 가능하다. 하지만 투쟁하는 상황을 만드는 사회 구조가 있다. 그래야만 누군가의 이야기가 들리고 받아들여진다. 그런 구조의 문제가 특정한 표현을 하게 만든다. 또 시위라고 해서 폭력적이고 혐오하는 방식을 사용하진 않는다. 다만 잠시 길을 막을 뿐이다. 지금까지 시민들과 크게 부딪힌 적도 없었다.

 

이번 지하철 승하차시위나 2006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도입을 위한 기어가기 시위를 보면 일종의 퍼포먼스 같아 보이기도 한다. 예술적 효과를 고려한 것인가.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서 연극배우가 무대 위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기 확인과 함께 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느냐에 대한 표현이다. 나 역시 나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확장되도록 하는 그 무대 위에 있는 것이다.

 

시위가 과정이라면 이동권 투쟁의 결과는 무엇인가.

지하철은 백프로 엘리베이터 설치를 해야 한다. 또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간격 문제도 있다.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편의 장비 설치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놓치고 있는 부분들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시외고속버스, 마을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동권 투쟁 외에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

장애인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와 활동보조서비스 확대를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특히 활동보조서비스는 모든 사안과 관련이 있어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현행 제도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가.

어떤 서비스든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 개별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는 현재 하루 14시간이 최대로 돼 있다. 그런데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사지마비라고 하면 혼자 밥을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런데 하루 10시간만 받게 되면 나머지 시간들은 불편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가족들은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

활동보조서비스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이 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11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그런데 복지 예산은 꼴찌다. OECD 평균의 절반수준이다. 장애인 복지 예산을 포함해 평균은 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예산에서 열배는 늘려야 한다.

 

전보다 예산이 많이 확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이 됐다. 2001년 오이도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죽었다. 그때보다 좋아졌냐고 물으면 크게 확장됐다고 말할 수 있다. 활동보조서비스가 막 시작됐던 2007년도와 현재의 예산도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많이 늘어난 편이다. 하지만 비장애인 시민의 권리가 0에서 시작한다면 장애인은 마이너스 100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마이너스 70, 80까지 올라왔다고 해도 여전히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평등하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비장애인처럼 편하게 이동하고 학교를 가고 노동의 기회를 갖고 있진 않다. 그러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최저임금인상이 논란이 되면서 장애인에게는 최저임금 제외 조항이 적용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전장연은 최저임금제외조항 삭제를 요구한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 일자리가 더 없어지진 않을까.

장애인을 안 쓸 가능성이 많다. 내가 손해 보면서까지 고용하는 것은 사회의 원리에 맞지 않다. 그래서 한 달 5만원 10만원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대개 직업재활시설이라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고용장려금도 받고 관리자 인건비도 지원받으면서 최저임금의 최저 수준도 주지 않는 것이다. 최저임금에서 제외 조항이 있다는 것은 장애인은 고용논리에 배제돼 있다는 말이다. 애초 비장애인의 생산성을 중심으로 노동이 짜여 있고 경쟁이 짜여 있다. 그러면 배제된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나. 최저임금 제외 조항을 삭제하고 공공에 일자리를 만들어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 공공이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개선 부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못 박혀 있다. 내가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는 자체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길이라면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장애인이 집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인식 개선이 될 수 없다. 돌아다녀야 장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 관계를 갖게 되고 관계를 가지면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시 81만개 공공일자리 확보를 약속했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없었나.

장애인에 대해서는 인식도 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 우리가 협상을 통해 1만개를 만들어 보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고용노동부와 협상해서 장애인 공공일자리를 확보한 것이다. 다만 기재부에서 또 깎일 수도 있다.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하던 것들을 계속할 생각이다. 열심히 하면 세상이 변한다. 사람들이 나오면 그 나옴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싸우면 전진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복지 목표는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라고 밝힌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완전하게 통합하고 참여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는가에 대한 계획을 세워줘야만 한다. 물론 그 계획에는 예산 계획도 같이 있어야 한다. 또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다. 당장은 안 되겠지만 단계적으로 한다면 제대로 된 단계적 폐지를 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과정하고 비슷하다. 우리는 북한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한다. 시간이 지연돼도 CVID가 목표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가 돼야 한다. 우리도 이런 말을 한다. 등급제가 장애인을 등급화하고 차별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장애인이 완전하게 지역사회에 통합되도록 검증 가능한 계획을 통해서 다시는 수용시설에 돌아가지 않도록 불가역적인 장애등급제 폐기가 돼야 한다고 말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 CVID이듯 우리는 완전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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