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구한다는 이로운 뜻을 품은 조선시대의 구휼기관 ‘제민원(濟民院)’. ‘민제’에는 제민을 모티브로 삼아 가난하고 어려운 자를 돕겠다는 긍휼지심의 마음이 담겨있다.
허준처럼
수원에서 한의원을 시작한 지 19년차. 그가 본가인 대구를 놔두고 수원까지 와 한의원을 개원하게 된 것은 한의학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수원과 비교적 가까운 시흥에 한의학에 조예가 깊은 스승님이 계셨다고. 지금은 가끔 연락드리는 수준이지만 학생시절에는 대구에서 스승님이 있는 시흥까지 왕복하면서 가르침을 받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한의학에 대한 그의 열정이 궁금했다. 그는 인생을 바꾼 도서로 이은성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을 꼽는다. 작중 허준의 대사와 행동, 생각이 모두가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짧지 않은 소설을 그는 7-8번씩 읽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지체 없이 허준을 말하는 만큼 그의 의학관과 의사로서의 역할모델에 허준이 미친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학부 시절부터 수십년 째 이어오는 의료봉사활동도 이 영향의 일환이라고. 최 원장은 “기회들이 왔을 때 마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구암(龜巖) 허준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었다”는 그에게 이런 당연한 행동들이 부각되는 것은 되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봉사활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이 질문에 의료봉사에서 할머니를 치료했던 추억을 꺼냈다. 할머니의 아픈 무릎을 치료해드렸는데 그때 굉장히 고마워하며 우시던 게 아직도 마음 깊숙하게 박혔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한의학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그는 요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노숙자, 요양원 등을 다니며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이에게 의술을 펼치고 있다. 인술제세(仁術濟世)의 정신이 이와 다를까.
최용석 원장은 환자에게 가까운 이웃이며 편한 친구다. 그의 진료실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환자들과 농담도 많이 한다. 이유를 물으니 그러면 자신도 즐겁단다. 퍽 낭만적이다. 그가 말하는 의학관의 중심에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 치료 자체가 환자에게는 고통이고 시련이다. 그가 환자에게 다가가는 이유이다.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야 치료과정과 예후도 좋다. 아울러 의사와 환자의 친밀한 관계형성은 환자의 병명과 병세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낯선 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기탄없이 말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의 단면만을 보고 내리는 처방은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능력은 의사의 굉장히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거론된다.
최용석 원장은 “긍휼지심이 봉사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며 팀 페리스(Tim Ferriss)의 저서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Tribe of Mentors)」의 문구를 인용해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런 가르침과 같은 세상을 바란다. 이 한 구절에 그의 살아온 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서재에 꽂혀있는 많은 책처럼 더욱 많은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