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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노조,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노조,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
  • 정희
  • 승인 2019.04.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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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투쟁과 현재 노동투쟁의 모습
1970년대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투쟁과 현재 노동투쟁의 모습
 
과거 노동자들은 한국 민주화 투쟁의 역사에서 ‘등불’의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전태일’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던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 사회의 민주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노동자들의 권익집단인 노조에 대한 비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귀족 노조’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조는 정당에 버금가는 정치 집단화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특히 여전히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있어 올바른 위상 정립에서 실패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와 문제점에 가장 견고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는 노동자 집단,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폭력시위 주도해선 안 돼
지난 4월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하자 민노총은 국회 경내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이때 국회의 철제 담장이 무너졌고 경찰의 플라스틱 차단벽이 쓰러졌으며 조합원들이 경찰에게 주먹을 휘둘러 경찰관 6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25명이 공동건조물 칩임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지만, 전원 석방됐다. 이를 두고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폭력 시위를 주도했으면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민노총이 가진 권력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다음날인 4일, 민노총은 ‘제68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4월 총파업·총력투쟁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물론 민노총은 나름의 명분이 있다. 노동법이 개악이 되고 있으니 강력한 투쟁으로 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민노총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채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였다면 이러한 장외투쟁이 이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민노총과 한노총 등 양대 노조위원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그 어떤 시대에도 보기 힘들었던 노조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노조위원장에 ‘권유’, ‘당부’하는 일은 매우 낯선 모습에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 민노총의 응답은 폭력 시위와 강경투쟁 일변도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민노총을 ‘촛불혁명의 대주주’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오만이 현 정부를 흔들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김 명 환 위원장(左) / 한국노총 김 주 영 위원장(右)
민주노총 김 명 환 위원장(左) / 한국노총 김 주 영 위원장(右)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합원은 200만 명을 돌파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로가 ‘제1노총’이라고 말하지만, 숫자상으로는 거의 50대 50이다. 민노총이 과격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면, 한국노총은 그나마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건주의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민노총이 워낙 과격한 투쟁을 하다 보니 노조 전체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최근 민주당 홍영표 대표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018년 10월에 개최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양대 노총은 상위 10% 노동자인 조합원들의 권익만을 지키는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계도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제 상위 10%는 억제하고,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을 대기업의 60~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대형 사업장의 노조원들이 기득권 사수 투쟁을 벌여 계속해서 연봉을 올리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당은 그 어떤 정당보다 노조에 친화적인 정당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은 더욱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노조는 일부 ‘을과 을의 투쟁’을 하는 것이며,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려는 집단이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젖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치 집단화될 우려도 제기
그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국내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노사 문제를 넘어서 국정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현재 민노총은 통일문제는 물론이고 저출산고령화대책, 산업정책, 사법개혁, 각 부처 인력 및 예산, 지방공기업의 임금체계 등에까지 개입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노동자의 문제’라고 확대해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위상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노조는 노동자들의 이익 집단이 아니라 정당이자 정치 집단으로 변질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체계와 각 기관의 역할분담을 뛰어넘는 지나친 시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노조는 크게 3가지 지점에서 이제는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투쟁방식의 변화다.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물론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촛불혁명은 폭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뤄낸 쾌거다. 경찰의 뺨을 때리고, 국회의 담장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는 이제 더는 일반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촛불 시위의 그 감동적인 비폭력성을 경험했던 우리 사회 국민이 더는 노조의 폭력집회에 동의할 리는 없다. 따라서 폭력 시위는 결국 자신들의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실제 민주당의 한 관계는 지난 4월 3일의 민노총 시위에 대해 “국민으로서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시위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민주노총을 더욱 고립시키는 만큼 투쟁방식을 좀 더 현실적이고, 제도권 내에서 하려고 하는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대화를 유지하는 자세이다. 민노총과는 달리 한국노총은 지속적으로 사회적 타협과 대화의 틀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저 온순한 성품을 가져서이기 때문은 아니다. 결국, 민주주의란 국회를 통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노사가 어렵게 합의한 사안도 국회의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 동력 그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노동의 미래’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현실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는 노동계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사측과도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이러한 노동의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의 필요성을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그 상식이 ‘상식적 범위를 넘어서는 결과’를 초래하면 그 상식도 부정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노조가 새롭게 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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