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국제 중재 허브 국가로 만들겠습니다” (사)대한중재인협회 이기수 협회장
“대한민국을 국제 중재 허브 국가로 만들겠습니다” (사)대한중재인협회 이기수 협회장
  • 정희
  • 승인 2019.04.1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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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한중재인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개최, 20년사 발간
지난 3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사)대한중재인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및 2019년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제10회 대한민국 중재인대상(김두현 초대 협회장, 문익상 前현대상선 대표이사, 박길준 前연세대 법대 교수) 및 공로상(황효수 한국CM기술원 회장, 박신환 SPARK INTERNATIONAL 대표이사, 이영호 前대한상사중재원 본부장) 시상까지 동시에 개최됐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위촉한 중재인들의 교육‧연구 및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지난 1999년 출범한 (사)대한중재인협회는 법무부 산하의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중재 제도의 저변확대와 토착화, 사회적 화해 정신의 구현, 중재 제도의 확대보급을 통한 경제 질서의 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2,4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협회의 지난 20년 역사에서 제11대 이기수 협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85년부터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으로 활동을 하였고, 협회가 생길 때부터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이후 부회장, 고문을 계속해서 지냈기에 명실공히 대한중재인협회의 산파이자 중심축의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창립 20주년 기념식 개회사에서 “한국의 중재 역량과 노하우가 점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재 제도 분야를 하나의 중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한국을 국제 중재 허브 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여전히 일반인들은 이러한 중재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기수 협회장에게 우리나라 중재인 제도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대한중재인협회 이기수 협회장
(사)대한중재인협회 이기수 협회장
 
법정 재판 아닌 중재인 판정으로 갈등 해결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타인과 갈등을 겪게 된다. 심한 경우라면 법정 다툼을 위한 소송도 불사한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 간에도 다양한 분쟁이 생기곤 한다. 이 때 소송을 통해 분쟁해결을 할 경우 재판은 3심 제도이기 때문에 이에 들어가는 시간적, 정신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금전적 손실도 있다. 개인의 경우, 일상이 힘들 정도로 피폐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에 의한 분쟁해결이 아닌 ‘제3의 방법’도 있다. 바로 중재법에 따라 법원의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으로 인정받는다. 제11대 회장에 재선된 이기수 협회장은 이러한 중재제도를 적극 알리고, 이를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년간을 (사)대한중재인협회와 함께 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합니다. 전체의 98%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하지만 외국은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은 92% 정도, 일본은 60% 정도가 법정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을 통해서 분쟁을 하게 되죠. 이렇게 하면 죽기 살기로 소송에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는 화해로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긍정적인 작용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재 제도가 좀 더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소송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민사사건 소송 규모는 지난 2015년 1심을 기준으로 54조 5천억 원에 달한다. 1심만 이 정도이니, 2심, 3심을 합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적 방법이 바로 ‘대체적 분쟁 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다. 여기에는 중재, 조정, 화해라는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 법원 재판보다는 시간과 돈이 훨씬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 및 기업에도 훨씬 득이 크지만,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중재 역사는 매우 깊다. 상거래에서 중재 업무를 전담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역사만 해도 무려 50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상거래 시에 그 계약서 내용에 ‘본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최종해결한다’라는 문구를 넣어서 중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이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간 중재 제도가 확산되지 못한 것은 수임료 때문에 이 제도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변호사의 기류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한상사중재원을 거치게 되면 수임료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소송을 권장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중재 제도는 사실상 대한민국 헌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국민들의 온당한 권리입니다.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키포인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은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 구성원들의 행복의 권리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화합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갈등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재 제도가 잘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 올해부터 시행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갈등이 많았지만,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분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중재인협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수 협회장은 그간 한평생을 법과 함께 살아왔으며 다양한 해외 경험도 가지고 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한 후 1984년 고려대 법대 부교수·교수로 시작해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한국경영법률학회 회장, 한국중재학회 회장,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 등 각 분야의 학술단체의 대표를 역임하며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였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고려대학교 제17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였고, 2011년 2월 말에 고려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후에도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발전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대법원에서 제3기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간 1, 2기는 대법관 출신이 맡았지만, 3기 때에는 이례적으로 학자 출신이 맡은 것이다. 이후 서울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 대법원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등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창립 20주년 기념식 개최, 20년사 발간 도서
창립 20주년 기념식 개최, 20년사 발간 도서
 
“학자로서 다양한 연구 활동과 여러 기관의 상황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 소송 문화의 불합리한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불필요하게 대립하거나 혹은 과도한 충돌이 난무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재 제도를 알리는 것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이 협회와의 20년 인연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협회장은 자신이 직접 1990년에 겪은 ‘화학 공장 부지 매매 사건’을 분쟁 해결 중 기억에 남는 사례라고 한다. 당시 화학 공장이 있었던 한 부지가 매매되었다. 그런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선 부지의 흙을 파내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때 매수인과 매도인은 그 비용의 부담을 둘러싸고 중재를 요청했던 것이다. 당시 중재인이었던 이기수 협회장은 다른 공동 중재인들과 함께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토론을 통해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특히 당사자들이 분쟁 해결에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협회장은 보석 도매상과 소매상 간의 중재도 기억이 나는 ‘따뜻한 중재’였다고 한다. 1997년 IMF가 시작되면서 보석 소매상은 그 전에 구입한 다량의 보석에 대한 대금지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경제 한파가 시작됐으며 보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이었다면 자연스레 계약을 파기한 소매상의 잘못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중재를 거친 결과 팔지 못한 보석은 도매상에게 반납하고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조금씩 시간을 두고 갚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소매상은 갑작스러운 자금 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도매상 역시 일부 보석을 반납 받고 채무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한 명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으로 중재의 결과가 되었다. 이기수 협회장은 이를 ‘법보다 따뜻한 결론’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중재 국가로의 발돋움
“우리나라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싸울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가 호전적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토론과 화합으로 끝나는 분쟁 조정의 사례를 매우 낯설게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 중재를 경험해 본 당사자나 기업들은 향후 소송보다는 중재를 더욱 선호하곤 합니다. 그만큼 장점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재의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이 됩니다. 타인에게 노출되기를 원치 않는 분들에게는 더욱 유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중재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재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7년부터 시행이 됐고, ‘2019~2023년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도 이미 수립되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진흥계획이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기수 협회장은 이제 향후 많은 중재인을 길러내야 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한 15년 전에만 해도 우리나라 중재인은 채 10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1,100명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실업계 전문가,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신뢰성도 매우 높습니다. 또 중재로 인한 분쟁조정 건수도 과거에는 한해에 20건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 300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총 거래액도 7천억~9천억 원 규모로 상당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중재 제도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중재인의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중재인은 해당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갖춰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가 만족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중재인 양성 뿐만 아니라, 이 협회장은 제자들과도 오랜 인연의 끈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약 200여 명의 제자가 검사, 판사, 변호사, 변리사, 기업인, 공무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1년에 두 차례 제자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 더 많은 제자가 중재인으로서 활약하며 우리나라 중재 제도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재 서비스는 ‘산업’으로서의 미래 잠재력도 아주 크다. 이기수 협회장이 “한국을 국제 중재 허브 국가로 되는데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힌 것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현재 아시아권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앞장서 나가고 있지만, 이제 이 틈새를 뚫고 우리나라가 국제중재의 허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평생을 법과 중재 제도와 확산에 기여한 이기수 협회장의 노력 덕분에 앞으로 우리나라 중재 제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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