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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국형 헤지펀드로 대이동, 부동산 막히고 증시 뛰고 전문운용사 거의 절반이 적자
[금융] 한국형 헤지펀드로 대이동, 부동산 막히고 증시 뛰고 전문운용사 거의 절반이 적자
  • 오재호
  • 승인 2019.05.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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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순자산 규모가 처음 3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주식형 공모펀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문턱’이 높지만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고액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롱쇼트’ 전략 등을 구사해 시황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순자산은 30조 2816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육성을 취지로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 7년 4개월 만의 성과다. 국내 전체 주식형 공모펀드(순자산 62조 9892억원)의 절반에 가깝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24조 974억원) 규모를 훨씬 앞질렀다. 지난해 코스피200지수는 연간 19.6% 하락했지만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0.3%로 선방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공모펀드는 15.9% 손실을 냈다.
 
심재용 삼성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PBS)사업본부장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부동산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안 투자처를 찾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헤지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운용 L사는 최근 ‘라임 스텔라 우량채 전문사모형’ 헤지펀드를 판매하면서 예상보다 뜨거운 자산가들의 반응에 놀랐다. 작년 11월 설정한 이 펀드는 채권형이지만 공모펀드는 쓸 수 없는 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한다.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수익률을 올린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몰렸다.

최소 가입금액은 3억원이지만 실제로는 10억원 이상의 고객만 가입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최대 49명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규정상 투자금액 순으로 가입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타임폴리오 라임 씨앗 등 인기 운용사의 펀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경쟁이 치열해 최소 투자금액을 훌쩍 넘는 돈을 가져와야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금융상품 수요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지만 헤지펀드 인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24조 130억원에서 지난달 10일 30조 2816억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4개월 만에 6조원 넘게 증가했다. 2017년 말(12조 465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자산가 사이에서 안정적인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에 관심을 더 갖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내 헤지펀드는 작년 코스피지수가 17.3% 떨어지는 와중에도 0.33% 손실에 그쳤다. 타임폴리오, 씨앗 등 유명 헤지펀드는 하락장에서도 4~9% 수익을 냈다.

한 매니저는 “최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상품 설명회를 갔는데 주식형 펀드에는 자산가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채권, 메자닌 등 안정적인 자산을 절반 이상 담고 나머지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는 멀티 전략 헤지펀드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가들은 매년 꾸준히 예금 금리 이상인 4~8% 선에서 수익을 내는 상품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몇 년간 공모펀드의 낮은 수익률에 실망한 자산가들은 속속 헤지펀드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각종 운용 규제로 가로막힌 공모펀드에 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는 것도 원인이다. 일반주식형 펀드와 다르게 공매도를 활용해 주식시장의 방향성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한 메자닌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상품, 영화 항공기에 투자하는 상품들까지 출시돼 투자자의 선택 폭이 더 넓어졌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상품이 공모펀드에 비해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금융지식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인기 운용사에 자금 몰리는 양극화 현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 169개사 중 47.3%인 80개사가 지난해 적자를 봤다. 작년 10월 시장이 단기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헤지펀드운용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의 운용목표가 무색하게 큰 손실을 본 업체가 많았다. 대신 자산운용의 헤지펀드들은 작년 평균 29.51% 손실을 냈다.
올해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스피지수의 수익률(8.99%)을 따라가지 못하는 헤지펀드가 수두룩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급등세를 예상하지 못하고 공매도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많다는 전언이다.
 
한 헤지펀드운용사 대표는 “수익률이 좋은 일부 인기 운용사에 자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헤지펀드운용사들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 시장의 진입 문턱을 점점 낮추고 있다. 2015년 전문 사모펀드 운용회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을 대폭 완화했다. 전문사모운용사는 2016년 말 79개사에서 작년 말 169개사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운용사 거의 절반이 적자
돈이 몰리는 곳에는 인재도 몰린다. 공모펀드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속속 헤지펀드로 이직하면서 운용자금이 따라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신영자산운용의 스타매니저였던 P매니저가 씨앗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씨앗운용의 설정액은 올해 초 2332억원에서 3852억원으로 65.2% 급증했는데 상당수 투자자가 박 매니저를 따라 자금을 옮겼다는 게 증권가의 후문이다.
 
작년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운용사, 모건스탠리 등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 매니저로 유명했던 제이 신 매니저가 헤지펀드 운용사인 아스트라자산운용에 합류해 화제가 됐다. NH자산운용의 간판 매니저였던 H매니저도 라임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펀드매니저는 “헤지펀드는 운용에 제약이 없고 파격적인 성과급을 보장해준다”며 “헤지펀드의 전문역량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공모펀드의 경쟁력은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모든 헤지펀드운용사가 잘나가는 건 아니다. 운용사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서 전문사모운용사가 우후죽순 늘었지만 거의 절반이 적자를 보고 있다. 자본금을 다 날리고 문을 닫는 운용사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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