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은행잎이 랄라
너는 열 두 달의 열 달을
움켜쥐고 있던 주먹
나는 삼 할의 땡볕 삼 할의 바람 삼 할의 비
삼 할의 어머니와 삼 할의 아버지와
삼 할의 형제들의 혀로 나부끼던
단 일 할도 되지 않는 자투리지
바람을 몸에 걸치면 랄라라
너는 손을 놓고 싶지?
가질 수 없는 것이 많아진다면
가질 수 있는 것이 그 만큼 늘까
누구나 푸른 멍자국을 지우면서
황금의 피를 돌리고 싶은 거야
랄라라 구 할의 타인이
일 할의 자신에게 불을
당길 순 없으니까
바이바이, 구 할의 힘!
하고 외쳐보자
순간 천지는 우릴 부르는 손이 될 거야
룰루루 휘파람을 불며
발 맞춰 걸어 갈 연습을 시작할 때야
살짝 손을 놓고 우우 쓰러지는 거야
자,자,자, 힘을 빼고 오금을 당겨
발가락을 용수철 삼아 휙휙
이제 우리 월담을 즐겨봐
나무와 등
동사무소 지나다
모과나무 올려다 본다
만기된 더위에
푸르던 잎 봇짐을 싸고
야반도주한 내 친구처럼
제 어둠을 싸들고 사라졌구나
언제쯤 갚으마 약속도 없이
무성한 소문에 등떠밀려 떠나갔구나
빚쟁이처럼 점령한 높새바람에
이사 간 빈집의 등허리가 차고
문패에서 빛나는 이름들이 휘휘,
메아리 지는데
이래저래 이 저녁은
빚과 빛에 눈이 시리다
저물 무렵, 머리 위는 보지 말자
돌아선 사람의 등은
떠올리지 말자
말자 하는데
앙상한 빈집에 붉은 놀이 쿨럭,
전출신고도 없이 떠나버린 것들은
밥은 먹는지
뼈만 남은 낙엽이 눈에 밟힌다
이 신
▷ 1968년 전남 안마도
▷ 2005년 시와 시학에
<우산과 유산>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