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18:09 (금)
[경제] 원자력연, 폐원자로 안전해제기술 개발에 성공
[경제] 원자력연, 폐원자로 안전해제기술 개발에 성공
  • 송현아
  • 승인 2019.09.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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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너지 리서치’표지 게재 R&D 해외 검증 MOU 체결 등 발빠른 행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한 해체가 원전 시장의 이슈가 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낯선 폐로(閉爐)속 세계의 비밀을 풀어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이하 원자력연) 방사화학연구실 임상호·이정묵 박사팀은 이 달 중순, 원자력 연구 분야의 최상위 논문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너지 리서치’를 통해 우라늄과 지르코늄의 합성 산화물을 이용한 폐 원자로 속 금속 용융물의 특정 구조 규명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연세대학교(멀티스케일 전산연구실 한병찬 교수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방사화학분야의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 기관과 대학교 간의 협력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방사화학은 방사성 물질(방사성 핵종 및 관련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화학의 한 분야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이후 폐로 상태이며 이로 인해 가동 후 원전의 안전한 해체기술이 원자력 산업 시장의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임 박사팀의 연구 성과는 폐 원자로의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만분광기를 이용해 산화물 샘플의 구조를 확인 중인 이정묵 박사 사진=시사매거진CEO(출처: 원자력연구원)
라만분광기를 이용해 산화물 샘플의 구조를 확인 중인 이정묵 박사 (사진=원자력연구원)
 
폐원전 내 산화물 특정 구조 처음 확인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고온의 열에 의해 원자로를 구성하는 핵연료와 피복관, 금속 구조재 간에는 용융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용융현상에 따라 수명이 다한 원자로 내벽에는 다수의 금속 용융물이 남게 된다. 따라서 원자로의 해체에 앞서 이들 금속 용융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곧 안전한 해체 공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논문에 게재된 연구 성과의 핵심은 용융물에 대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에 따른 구조 규명’이다. 임 박사팀은 원자로 내 금속 용융물과 동일한 물성을 지닌 우라늄-지르코늄 산화물을 대상으로 라만분광법을 적용하여 산화물의 특정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발견은 또한, 특정 구조가 지르코늄 원자 1개 당 8개의 산소 원자가 콤플렉스 형태로 결합된 것임을 규명한 연세대학교 측의 후속 연구 성과로도 이어졌다. 라만분광법은 빛이 사물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빛의 일부가 정상적인 진행 방향에서 이탈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라만 산란 현상’의 원리를 이용, 분광기의 레이저로 물질을 이루는 분자를 조사해 산란된 빛의 진동 스펙트럼을 측정함으로써 분자의 세부적인 구조를 연구하는 기법이다.
한편, 용융물에 대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의 성과는 중대사고 발생 원전의 원자로 속 환경에 대한 귀중한 정보제공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임상호 박사는 “아직까지 중대사고 원자로에 생성되는 용융물에 대한 기초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한 중대사고 원자로 용융물 케이스에 대한 정보 획득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본 연구 결과는 원자력분야 최고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너지 리서치(International Journal of Energy Research)’의 지난 6월 25일자 43권 8호(Volume 28, Issue 8)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교신저자 : 임상호 박사(원자력연), 한병찬 교수(연세대) / 공동 제 1저자 : 이정묵 박사(원자력연), 권초아 박사과정 학생(연세대))
 
후쿠시마 원전 넘어 해외 검증 위한 MOU 체결
국가 현안으로 떠오른 원전 해체 핵심기술 개발의 다음 단계는 핵심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원전 해체 기술을 실제 방사성 오염 현장에서 검증해 보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원자력연은 벨라루스 국립과학원(NASB)과 원자력시설 해체 및 부지복원 분야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현지시각 7월 8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체결했다고 밝혔다.
 
(左)벨라루스국립과학원 블라디미르 구사코프(Vladimir G. Gusakov) 원장과 (右)원자력연구원 최희주 핵주기환경연구소장이 원전 해체 관련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사진=시사매거진CEO(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左)벨라루스국립과학원 블라디미르 구사코프(Vladimir G. Gusakov) 원장과 (右)원자력연구원 최희주 핵주기환경연구소장이 원전 해체 관련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NASB(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Belarus)는 우리나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유사하게 산하 52개 연구소 및 센터를 두고, 기초 및 응용 연구를 포함한 모든 주제의 과학 활동 기획 및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동유럽에 위치한 벨라루스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국토의 20% 이상이 오염되었으나, 현재까지 오염부지 내부의 정확한 오염분포 측정이나 오염토양 처리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력연은 개발 중인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기술의 타당성과 적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벨라루스 현지의 오염 시설과 부지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던 중, 양 기관간 기술협력을 도모하게 됐다. 이번 MOU로 우선 방사성 오염 시설·부지에 대한 모니터링, 방사성폐기물 및 오염 토양의 처리에 관한 기술협력을 시작하고, 향후 해체 핵심기술 검증, 부지복원 분야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측이 보유한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현장 적용성이 강화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적용함으로써 상호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벨라루스 미래원자력협력 포럼’ 개최
MOU 체결과 함께 ‘한·벨라루스 미래원자력협력 포럼’을 개최해, 양측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 개발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토의했다. 박원석 원장은 “이번 MOU가 시설 제염 및 부지복원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보유한 벨라루스측과 해체기술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쉽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벨라루스와의 원자력 분야 기술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자력연은 이번 벨라루스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국가와도 실질적 협력을 위한 외연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원자로 노즐 부식균열 예측 기술 세계 최초 개발
폐원자로의 안전한 해체기술 개발 이외에도 원자력연은 우리나라 원전에서 최근 사용중인 소재, 인코넬690의 부식균열을 예측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월 2일 밝혔다. 인코넬(inconel)은 니켈에 크롬, 철, 티탄 등을 첨가해서 만드는 합금 소재로, 600℃에서도 신장, 인장강도 등 대부분의 특성이 변하지 않을 만큼 내열성이 뛰어나 원전, 원유 채굴장비, 해상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배관, 밸브 등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한국형원전 OPR1000에서는 초기에 원자로 출력제어봉의 관통관 노즐에 인코넬600을 사용했다. 이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코넬600보다 크롬 함량이 2배 높아 더욱 안전한 인코넬690으로 소재를 바꿨으며, OPR1000을 개량해 신고리 3, 4호기에 적용하고 UAE에도 수출한 APR1400에서도 인코넬690을 사용하고 있다. 원전에서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중 관통관 노즐에서 균열 신호를 발견하면 정밀 검사를 통해 균열의 깊이를 측정하고, 균열의 추이를 예측하는 부식균열 예측식 등을 이용해 기기 건전성을 평가하고 정비 여부를 결정한다.

인코넬690은 앞서 사용하던 인코넬600에 비해 부식균열 저항성이 우수하지만, 부식균열의 추이를 예측하는 수식은 따로 개발하지 않아, 기존 인코넬600의 예측식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각국에서는 경쟁적으로 인코넬690에 맞는 예측식 개발을 서두르던 참이었다.
 
김성우 박사 연구팀이 실증장비로 부식균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시사매거진CEO(출처: 원자력연구원)
김성우 박사 연구팀이 실증장비로 부식균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연구원)
 
원전 내부 균열 실시간 측정 실증장비 개발
김성우 박사 연구팀은 이번 예측식 개발을 위해 300℃ 이상, 압력 150기압 이상의 원전 내부 환경에서 수 마이크론(머리카락 굵기의 1/100 수준)의 균열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증장비를 앞서 개발했다.

이 실증장비를 이용해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원전 가동 환경에서 인코넬690의 응력부식균열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예측식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출력제어봉의 관통관 노즐 건전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져, 국내 가동원전 뿐 아니라 수출형 원전의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연구팀은 예측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사용된 자재를 대상으로 신뢰성을 검증하는 한편, 현장 적용을 위해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등 기술 표준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학회지(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7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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