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18:09 (금)
윤석렬 총장, 충성의 ‘방향’
윤석렬 총장, 충성의 ‘방향’
  • 정하연
  • 승인 2020.01.03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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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무 감각이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그가 한 말이다. 댓글 조작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해 일약 ‘스타검사’로 떠오른 윤석렬 검찰총장 후보가 스스로 ‘정무 감각이 없다’라고 말하자, 국민들은 안심했다.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정치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검사. 어쩌면 적폐를 청산하고 검찰의 기강을 세우기에는 매우 적합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권자였으니,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그는 올곧은 신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국민들은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저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
조국 전 장관이 지나치게 야당과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검찰이 나서서 수사를 하면 상황이 더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윤석렬’이라는 캐릭터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2019년 7월25일 제43대 검찰총장 윤석렬(열)의 취임식이 이뤄졌다. (사진=검찰청)
2019년 7월25일 제43대 검찰총장 윤석렬(열)의 취임식이 이뤄졌다. (사진=검찰청)
 
특수통으로서의 캐릭터
윤 총장은 스스로 정무 감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 그 주변인들의 말은 다르다. 그를 잘 아는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석렬은 정무 감각도 있으며 단지 권력에 순응하지 않을 뿐, 정치를 하면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더불어 ‘검찰의 정무 감각’에 대해서도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검찰은 청와대보다 정무적 판단 능력이 더 나은 것 같다.”
결국, 윤 총장이 어느 정도의 정무 감각이 있는지 실체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그가 정무 감각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는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든 면이 있다. 일단 검찰 자체가 그럴 뿐만 아니라 ‘정치를 하면 잘할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따르면 그가 실제 자신의 말처럼 정무 감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윤 총장에게 ‘시대정신’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어느 정부가 검찰 중립을 보장했느냐’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질문에 “이명박 정부가 쿨했다”는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서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다. 
“이명박 정부 초기 검찰 행태는 온 국민에게 검찰의 정치 편향을 보여준 비상식의 극치였다. 이것을 쿨하다고 표현한 그는, 습관적 체질적으로 강자들의 편에 서 있는 ‘정치검사’인 것 같다.”
또 다른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은 검찰이 가장 추악했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2013년 참여연대는 ‘엠비(MB) 5년 검찰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나서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허물어뜨리기도 하고, 검찰 스스로 살아 있는 권력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 5년이었다.”
또 윤석렬 총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가 ‘특수통’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수통의 특징은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특수통들은 ‘강골 기질’을 스스로의 자랑으로 여긴다. ‘칼잡이’로서 주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에 뛰어드는 강한 기질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특수통은 ‘도제식’ 시스템을 통해 키워진다. 선배로부터 하나 하나 직접 수사 기법을 전수받기 때문에 ‘의리’에 강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윤 총장이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라고 말한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특수통 검찰 특유의 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조직 이기주의’와 연결이 될 때이다. 시대정신이 부재한 상태에서 강골기질이 더해져 있는 상태, 그리고 여기에 정무감각의 결합.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검찰을 공격하면 사정없이 반격을 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반격의 정점에 윤석렬 총장이 서 있는 셈이다. 
 
윤 총장의 선택적 정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의 배경에는 바로 ‘검찰에 대한 공격’이 존재한다. 조 전 장관은 공수처 설치, 법무부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을 상당히 강조했다. 만약 조 전 정관의 바람이 현실화된다면 검찰을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수사권이 한정되고, 유일한 기소권도 사라지고, 또 공수처에 의해 검사가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검찰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는’ 윤석렬 총장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조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그 반대자들에게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것도 검찰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이제까지 유지해왔던 막강한 검찰의 힘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이는 검찰의 위상이 강제적으로 땅에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단순히 ‘조국 일가족 사건’에서 점점 더 발전해 유재수 사건을 타고 올라가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도 검찰 개혁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검찰이 살 수 없는 절박한 생존의식의 발로라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윤석렬 총장은 국민에 대한 충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향한 충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검찰 개혁의 시대정신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기에서 ‘검찰의 정의’를 말할 수도 있다. 조국 전 장관과 윤경심 교수의 불법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냐는 논리다. 문제는 그러한 검찰의 정의가 ‘선택적’이라는 점이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초 검찰의 조국 수사를 ‘선택정 정의’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죽여버리겠다고 하면 죽여버리고 덮어 버린다 하면 덮어지는,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하는 것이다.”
실제 고발이 첩첩이 쌓여 있는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 그리고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고발된 수십명에 달하는 한국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요원하다. 고발인 조사만 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올 뿐, 청와대를 향한 수사 속도에 비하면 스포츠카와 자전거의 대결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검찰은 조직의 보호를 위해 수사권을 사용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윤석렬 총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그것은 바로 ‘현 정부와의 정면 대결’이다. 과연 검찰은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릴 것인가? 아니면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의해 그간의 막강한 권력을 잃어버릴 것인가? 그 운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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