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05 (금)
[칼럼] 베트남을 위한 변명...
[칼럼] 베트남을 위한 변명...
  • 정하연
  • 승인 2020.05.11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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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베경제문화협회 상근부회장 권성택

훗날 21세기의 역사를 정리하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어 서술할 정도로 금번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 준 충격과 변화는 경제와 의료분야를 넘어선 문명의 대 전환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사 이래 가장 강력했던 로마제국이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이 실크로드를 타고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염된 천연두였으며, 흑사병은 1천년동안 지속되었던 유럽의 중세 문명을 근세로 이행하도록 인류역사의 행로를 바꾸었다. 이 밖에도 지구상에서 사라진 채 유적만 남아있는 문명과 세계적 대사건의 이면에 전염병이 작용했었다는 것이 수없이 밝혀지고 있다.

(사)한베경제문화협회 권성택 상근부회장 (사진= 이 신 기자)

코로나19 생활방역으로 전환 성공한 나라는 베트남과 한국뿐...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노력과 의지로 모든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념을 낳았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은 미세한 바이러스에 의해 지금까지 그토록 오만했던 서구사회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것이 언제 어떻게 끝이 날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세기를 거쳐 21세기 현재까지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의 상황은 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우리가 살아온 세대에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전 인류가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두려움도 크지만 한편으로 어떻게 이 사태의 결말이 될지 그리고 미국은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여전히 남아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4월28일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정부는 코로나19 퇴치에 성공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제회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국 역시 지난 3월 22일부터 실시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5월6일부터 생활방역으로의 정책방향을 전환하였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중국을 제외하고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에 코로나19 퇴치의 선언과 생활방역으로 방향을 전환한 국가는 베트남과 한국 밖에 없다. 두 나라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19 퇴치 성공과 정책인 방향을 전환한 것에 대해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베트남은 철저한 봉쇄와 통제정책을 취했고 한국은 기본적인 생활 시스템을 유지한 채 민주성, 개방성, 투명성이라고 하는 원칙을 지켜가며 이만큼의 성과를 이룩한 것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다. 특별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베트남과 한국의 두 나라 관계는 초기부터 말도 많았고 아직도 상처들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는 매일 수 천 명이 오가던 베트남으로 향한 모든 하늘 길을 일순간에 막아 버리고 말았다. 그런 바람에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하노이를 향해 이미 이륙했던 비행기가 회항한 사건이 일어났고 베트남에 도착한 승객들을 시설 격리한 조치를 두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이뤄졌고 형편없는 대접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제도권 언론에서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하자 한국 네티즌은 네티즌대로 베트남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네티즌 역시 혐한 내용들을 서슴지 않고 어쩌면 일부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쏟아내고 있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교민이나 사업기반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렇듯 격해지는 양국관계의 상황들에 대해 더 큰 걱정과 두려움으로 지난 시간들을 초긴장 속에서 보내야 했다.

(사진=(사)한베경제문화협회 제공)

베트남에 투자 한국이 1위, 경제적 이익 위한 투자 인지해야
이 같은 일들이 초래된 것은 한마디로 베트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말자 제일먼저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를 취했다. 역사적인 문제와 영토분쟁 등으로 베트남인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우리가 일본을 대하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과 국경선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을 결코 배제할 수가 없다.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관광객 약 1,800만 중에 중국인은 580만 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처럼 방역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베트남 정부의 고민은 한국이라고 예외를 두어야 할 입장은 아니었다. 다만 비행기 회항사건과 시설격리와 같은 사건들은 초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면서 베트남 부처 간에,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혼선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베트남을 대하는 방식이 베트남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나 베트남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각은 없이 우리 맘대로, 우리 방식대로 판단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이며 공산당은 폐쇄성과 상명 하복의 수직적인 구조 아래 모든 것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지는 것으로만 안다. 북한의 공산정권에 오래도록 길들여진 탓이다. 그렇지만 베트남은 북한공산당과 겉보기만 같을 뿐 속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경제적으로 시장경제적인 요소가 지배적이고 180여개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을 만큼 외교적으로는 개방적이며 정치체계는 민주적 포용성 요소가 접합해 있어 많은 부분에 걸쳐 지방정부 뿐 아니라 각 부처에 재량권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 혼선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해 준다. 많은 유튜브 방송과 일부 언론에서 베트남이 우리를 배신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베트남 해외투자국 1위라는 것을 강조하고 우리는 1등 선진국, 베트남은 후진국임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마치 베트남이 우리의 텃밭이라도 되는 양 은근히 갑질을 해댄다. 지금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나라는 약 80여 국가에 이른다. 그중 우리가 1위임에는 분명하다.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의 투자로 인해 베트남 GDP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을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였음은 간과 한 채 우리가 베트남에게 큰 호의를 베푼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한국과 베트남관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
이렇게 지금까지도 베트남을 매도하는 유튜브방송들이 베트남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 100%가 베트남에 만족할리는 없다. 그렇지만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8,000여 기업인이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베트남에서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았고 베트남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베트남으로 갔던 것이다. 베트남에서 살아 본 사람이나 베트남에서 기업 활동을 해 본 사람들이 이렇듯 베트남을 몹쓸 나라라고 한다면 베트남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지만 베트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단편적인 사건 하나로 베트남에 대해 무턱대고 배신자 낙인을 찍는다면 이 부분에서 가장 곤란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지구상 그 어떤 강대국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민족 베트남인에게 자존심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모든 외국인들에게 친절하면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포용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수교 28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신남방정책의 1위 핵심국가로 부상한 지금의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일구는 밑거름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한국과 베트남간의 작은 갈등이 지금까지 이룩한 엄청난 것들을 무너뜨리기엔 가당치 않다. 금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워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더 많으며 그들은 여전히 한국을 필요로 하고 한국을 최우선에 넣고 싶어 한다. 


베트남은 필연의 형제국, 이젠 베트남에 진 빛 갚아야 할때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는 20만이 넘은 교민과 8,000개 넘은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를 일구며 베트남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이주민 여성은 6만을 훌쩍 넘어 이제는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돈의 나라가 되었고 역시 20만의 베트남인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 한편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관계를 뒤돌아보며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은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의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하고 잘못된 점은 개선하며, 좀 더 실용적이고 실사구시를 바탕에 두고 베트남을 대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안겨 주었다. 

베트남은 베트남만의 삶의 방식과 생존방식이 있다.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정치 및 사회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우리의 시각과 우리의 잣대로만 적용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도 많다. 또한 우리는 이미 베트남에 빚을 진 바가 있었고 아직도 과거 역사의 부채로부터 자유롭지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베트남은 이제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경제적 파트너이자 아세안 진출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매우 매력적인 큰 시장을 갖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 중에서 우리와 가장 비슷한 역사, 문화, 인종의 DNA를 갖고 있기에 베트남과의 협력이 결코 우연한 것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을 더 이상 배신자라는 허망한 말로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 맨손으로 베트남에 진출하여 지금은 제법 성공한 한인 사업가에게 베트남에서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었느냐? 고 물었더니 “인내와 기다림 이었다”다는 대답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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