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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네 인생, 함께 아울려 산다는 것
[데스크칼럼] 우리네 인생, 함께 아울려 산다는 것
  • 정하연
  • 승인 2020.06.1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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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매거진 편집국장 丁 荷 燕
시사뉴스매거진 丁 荷 燕 편집국장(사진= 이 신 기자)

최근 몇 개월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가져왔던 평범한 상식이 흔들리는 경험을 많이 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각보다 서구의 선진국에서 헛점이 많다는 것과 우리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이 그토록 높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분 좋은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탄식할 만한 한 장면을 목도했습니다. 바로 미국 경찰관에 의한 흑인 살해의 모습과 연이어 발생한 폭력, 방화, 약탈 사건이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유도하고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야욕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모습 속에서는 ‘우리나라는 저렇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생각보다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깊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현상에는 ‘함께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찰스 다윈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임기응변(臨機應變)하는 것을 배운 자들이 결국에 우세했다.”

함께 했던 어울림의 기억
함께 협력하고 함께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곧 ‘어울려 사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미국의 갈등이 폭발한 것도 결국 ‘어울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인종차별은 결국 누군가를 이 ‘어울림’에서 배제한다는 의미입니다. 피부색과 국적으로 서로를 분리하고 밀어내고 경계를 긋는 일입니다. 어울림에는 평화가 있고 서로를 인정하는 공존이 있지만, 서로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결국 폭력과 갈등을 촉발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에 대한 분노로 발전하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약탈과 방화는 바로 이렇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시위의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미주 한인이 자신의 가게를 약탈하는 현장에서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중에 평소 자신의 가게를 자주 찾았던 주민이 약탈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에게서 심하게 배신감을 느낀 한인 주인은 그 사람에게 소리를 질렸다고 합니다. 
“당신이 나하테 이럴 수 있어? 우리 서로 아는 사이잖아!”
그러자 약탈을 했던 사람은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건네면서 “미안해”라고 말했더랍니다. 짧은 순간이나마 그 사람이 반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과거에 ‘어울림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한인 가게 주인과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면, 그는 더 많은 약탈을 하기 위해 발길을 서둘렀을 것입니다. 어울림은 이렇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만들어 우리를 더 단결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스티브잡스에 어울림이란?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우리끼리 옹기종기 앉아서 편하게 살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울림은 새로운 통찰의 시작이자, 새로운 미래 사회로 접근하는 올바른 태도이기도 합니다. 
아이폰의 개발로 인류의 문화를 바꿔버린 스티브 잡스는 사실 그전까지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기발한 제품들은 많이 만들었지만, 만드는 것마다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술만큼은 탁월하다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고, 그 결과 아이폰을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히트’를 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젊은이들의 삶을 그들의 방식에 따라 실제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성공의 열쇠를 찾게 됐다.”
스티브 잡스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통찰의 결과가 고스란히 아이폰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는 어울림이라는 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고, 더 나아가 사업적인 성공의 길도 열어줄 수 있는지를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시대는 이러한 ‘어울림의 가치와 의미’는 더욱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의 사회가 되어갈수록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고 이렇게 어울리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울림과 그 안에서의 협동은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가진 힘은 심지어 신(神)도 두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인간들은 바벨탑을 쌓으면서 하늘의 권위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던 인간들은 하늘에 치솟을 정도의 바벨탑을 쌓아 높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결국 하나님은 인간이 더 이상 소통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수백, 수천 개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성경에서 인간의 교만과 오만에 관한 하나님의 심판에 관한 이야기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단합된 인간들이 어느 정도까지의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어울림의 가치
마지막으로 어울림은 사람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개 마음의 상처는 사람이 주게 마련입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혹은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서 상처받은 사람은 사람을 멀리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부터 치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과 함께 어울리면, 퍽퍽했던 마음이 풀리고, 부드러워지면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공자의 사상을 한층 발전시킨 고대 중국의 철학자인 맹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
이 말은 곧 하늘이 내려준 기회도 견고한 요새에 미치지 못하고, 견고한 요새도 사람의 화합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하늘보다 땅보다 더 높고 강한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화합의 힘입니다. 
어울림은 수천 년 전부터,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키워드입니다. 사람이 사람과의 어울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숙명이고 운명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끝없이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럴수록 어울림이 가진 가치를 더 강하게 붙잡는다면, 우리의 삶과 행복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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