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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발전 견인한 대(大)과학자, 무소유를 꿈꾸다”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발전 견인한 대(大)과학자, 무소유를 꿈꾸다”
  • 정하연
  • 승인 2020.10.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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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로, 이미 일본을 제친지는 오래되었다. 이러한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이신두 교수이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거쳐 미국 브랜다이스(Brandeis) 대학교 물리학과로 유학을 간 그는 한국인 최초의 액정 물리학자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의 안정된 삶이 있었지만, 그는 1992년 국내로 영구 귀국, 불모지 수준이었던 국내 액정디스플레이 (LCD) 산업 초기에 액정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 개척과 LCD 산업 성장에 꿈을 펼쳐왔다. 그의 귀국은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인재를 품에 안는 결과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이신두 교수팀은 지난 해 9월에도 휘고 늘리고 비틀어도 전기적 성능이 변하지 않는 고해상도 신축성 전극 핵심기술을 개발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신두 교수를 만나 그의 학문적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미국에서의 안정된 삶 포기, 영구 귀국
이신두 교수는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아이슈타인과 같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세계적인 액정물리학자인 R. B. Meyer 교수 연구실에서 기체, 액체, 고체가 아닌 액체와 고체의 중간상(mesophase)으로 불리는 액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이신두 박사’의 앞날은 탄탄하게 보장되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통신연구소에서 디스플레이와 광통신 소자 응용 분야의 연구를 하던 그는 돌연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8년간,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치면서 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 특히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은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그의 연구의 원동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저의 경우 새로운 연구나 첨단 기술 개발이란 것도 저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분야가 가장 우선입니다.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자연계의 물리학적 법칙과 원리가 제게 학문적 기초를 제공하였고 이러한 기초과학의 틀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현재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는 기술, 미래 사회에 필요하거나 출현할 기술, 새로운 산업 창출이 가능한 기술 등을 사전 예측하고 분석하고 수행하는 것이 제게 큰 재미와 보람을 주는 것이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자로서 또한 학문적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교육자로서의 저의 소명의식이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석사 50여명, 박사 40여명의 제자들이 대학교수, 정부 출연 연구원, 산업계 핵심연구원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 교수는 영구 귀국을 한 직후부터 정부의 산업 정책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처음 관련한 정책은 현 산업자원부 기획평가단 위원으로서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분야였는데 LCD 산업 육성과 반도체 산업의 지속성장 정책이었다. 그 당시의 화두는 ‘LCD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를 넘어 주문형 반도체 (또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라는 점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정책 추진 핵심은 정부, 산업계, 대학 등 연구계 등의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정부 부처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이신두 교수는 계속해서 2004년 정부 국무총리 정책평가위원회를 거쳐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기술자문단, 미래창조과학부 자체평가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등에서 위원장 혹은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한국인 최초의 세계 3대 학회 석학 회원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제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초 일본에서 배불뚝이 흑백 브라운관 기술을 도입해 일본을 추격하면서 80년대 컬러 모니터와 컬러 TV 시장에 이어 평판디스플레이(flat-panel display)인 LCD 기술이 출현했다. 당시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LCD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이 시작했으며 이러한 정부, 기업, 대학 간 상호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 추진, 핵심인력 양성 등을 바탕으로 2004년 한국은 세계 1등 LCD 국가의 위상을 달성했다. 이신두 교수는 이제 앞으로는 차세대 기술로서 양자점 (quantum-dot) 기술 등으로 더욱 발 빠르게 전환이 되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품의 시장경쟁력 측면에서 기술적 성능, 가격 이외 잠재적 소비자의 성향과 욕구, 사회적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한 다양한 소비 형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누구나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TV로 이어지는 제품군으로 제품성능과 기능이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앞으로는 누가 먼저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먼저 출시하느냐가 시장지배력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신두 교수는 늘 이렇게 바쁘게 활동을 하는 와중에서 연구에 머물지 않고 그 연구가 가져올 사회, 경제적 책임에 대해서 성찰해왔다.
“이러한 다양한 정부 활동을 하면서 항상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에 대한 정부연구개발투자 성과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 시대에 맞는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떠한 정부 정책이라도 궁극적 목표는 국가를 구성하고 납세 등 의무를 다하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일 것이며, 이를 달성하는 과정으로 공공복지와 경제성장을 들 수 있습니다.”
이신두 교수는 지난 2017년 ‘세계 3대 학회의 석학회원’이 되면서 자신과 한국 과학자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석학회원(Fellow)은 해당 전문분야 학회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학술적 업적, 학회에의 기여 등을 포상위원회에서 심사·평가해 수여하며 최고의 명예로운 회원이며 학회지를 통해 전 세계에 홍보하게 된다. 그런데 디스플레이 분야는 종합적으로 물리, 화학, 광학, 재료, 전자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와 밀접하게 관련한 세계 3대 저명학회로서 광학은 미국광학회 (OSA), 광전자공학은 국제광전자공학회 (SPIE), 디스플레이 기술은 국제디스플레이학회 (SID)가 있다. 이신두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학회 모두에서 석학회원으로 선정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학자로서의 영광뿐 아니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민간외교 역할을 한 큰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무소유를 배우고 싶다”
최근 이 교수는 베트남과의 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이 이제까지 이뤄낸 경제적 성과를 더욱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양국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은 서로 보완적으로 국가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정치·경제적으로는 서로 다른 체제이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동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적인 관심 분야는 경제이며 한국의 세계적 기술과 투자, 베트남의 생산기지로서의 잠재력을 서로 접목하여 세계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산 제품의 직접 수출은 물론이고 베트남 현지 합작생산, 베트남 원부자재 국내수입 및 고부가가치화, 베트남 고유 특화산업 합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단순히 산업 경제적 관점에서의 강약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은 우리나라 정부의 미래 발전과도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제 2년 후에는 이신두 교수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간 그가 해왔던 큰 기여와 수고로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첫 번째 할일 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교수의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일까?
“2022년 2월 정년퇴임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은 없지만, 지금까지 쌓인 저의 지식과 경험을 한국, 저개발국가 어디든지 필요한 곳에 주려고 합니다. 사실 거창한 계획이 없습니다. 시골에서 배고프고 힘들던 어릴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나 많은 걸 가진 것 같은데 떠나기 전에 많이 되돌려 주려고 합니다. 무소유의 행복을 배우는 일이 계획 중의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대(大)과학자의 입에서 ‘무소유’가 나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기도 하다. 모두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가진 것도 더 많이 불리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신두 교수의 은퇴 후 예상되는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도 그가 지금처럼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힘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이신두 교수 (사진=이신두 교수 제공)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이신두 교수 (사진=이신두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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