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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노믹스 시대에 주목해야 할 친환경 포장
브이노믹스 시대에 주목해야 할 친환경 포장
  • 최운정
  • 승인 2021.03.2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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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1년 키워드로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변화하게 될 경제 양상을 의미하는 ‘브이노믹스(V-nomics)’를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온라인 유통업체, 택배, 배달음식 등 비대면(언택트) 소비 형태가 급증하면서 포장재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친환경 포장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식품업계에 친환경 패키지는 중요한 화두다. /편집자주

                       카카오판지 활용 제품(사진=롯데제과)

식품업계, 친환경 포장 도입

식품업계가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넘어 소재 개발에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한솔제지와 7개월간 연구 끝에 개발한 '카카오판지'를 과자 포장지에 적용했다. 카카오판지는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 부산물을 사용해 만든 종이다. 카카오 콩을 제외한 껍데기와 부산물을 분말로 만든 뒤 재생펄프와 섞어 재활용했다. 개발에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카카오 열매에 들어있는 오일 성분이 종이 품질을 저하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종이 생산에 사용하던 필수 원료인 톱밥가루를 카카오 부산물 가루로 대체하면서 생산 공정도 바꿔야했다. 롯데제과는 카카오판지를 적용한 제품을 더 늘려갈 예정이다.

CJ제일제당도 자체 개발한 생분해 소재 PHA를 앞세워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PHA는 식물 성분을 섭취한 미생물의 세포에 쌓이는 고분자 물질이다. 플라스틱을 생산할 경우 유연성이 우수한 데다 자연환경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CJ제일제당이 보유한 '해양 생분해' 생산 기술은 국내외 기업 중에서도 보유한 곳이 거의 없어 희소성이 높다. 올해 말부터 시작하는 본 생산을 앞두고 유럽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로부터 받은 선주문 수량만 5000톤을 넘어섰다.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연간 1조원 규모로 성장한 세계 생분해 소재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풀무원도 지난달 바이오 페트로 만든 친환경 샐러드 용기를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바이오 페트병은 사탕수수 추출물을 함유한 친환경 소재다. 제조부터 폐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씨그램라벨프리(사진=코카콜라)

환경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국내 분리수거율은 높은 반면, 실제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0%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환경부는 2020년 말부터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했다. 페트병 내용물은 비워내고, 라벨은 제거하고 버려야 하는 것이다. 

최근 생산 단계부터 분리배출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제품의 포장재 소재와 용기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배출 요령을 일일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의 에코라이프 실천을 적극 도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1월 코카-콜라사는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Label-Free)’를 출시했다. 패키지에 부착된 라벨을 없애 라벨 제거의 번거로움을 없애며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분리배출된 투명 페트병이 선별되는 과정에서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양까지 절감해 친환경 의미를 더욱 높였다. 

제주 삼다수,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익숙한 생수의 상표띠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사라진다.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개 생수 업체가 환경부와 상표띠 없는 투명 페트병을 생산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말까지 일단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인 생수병 2만톤의 상표띠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환경부는 또 상표띠를 없애는 데 이어 페트병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20~30% 더 줄이는 용기 경량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용기를 얇게 만들고 내부에 공기 대신 질소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 (사진=상하목장 홈페이지)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 (사진=상하목장 홈페이지)

환경을 생각한 소비자들의 노력도 잇달아

실제 통계청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하루 평균 1757톤 수준이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지난해 1998톤으로 13.7% 늘었다. 늘어나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환경오염을 가속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유통업계에 목소리를 내어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빨대 반납 운동’이 일어났다. 음료병에 사용하지도 않을 빨대가 붙어있는 것이 환경적으로 불편하다며 이를 모아 제조업체에 반납하는 움직임이었다. 매일유업은 작년 7월부터 요구르트 제품 중 유일하게 개별 빨대를 부착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엔요100’ 제품의 빨대를 제거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연장선상에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도 빨대를 제거해 출시키로 했다. 

매일유업의 빨대 제거는 2년전 한 고객이 보낸 편지가 발단이었다. "마시는 요구르트 엔요에 플라스틱 빨대가 부착돼 있는데 없앨 수는 없나요? 환경에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편지에는 그 동안 마신 엔요의 빨대 뭉치도 들어있었다. 매일유업 임원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자필 편지로 “빨대 없이도 마시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 중”이라고 화답했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대형마트에 들어가는 엔요 일부 제품에 빨대를 없앴고, 우유로도 이어진 상황이다. 매일유업은 "상하목장은 '자연에게 좋은 것이 사람에게도 좋다'는 것을 모토로 성장해온 브랜드"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스팸은 처음으로 추석 선물세트에서 시그니처와도 같았던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다. 배경에는 역시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소비자 운동단체 ‘쓰담쓰담’은 CJ제일제당 스팸 반납 운동을 진행했다. 이미 밀봉된 스팸 캔을 덮은 노란 뚜껑이 사실상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것이 골자였다. 보통 소비자들은 스팸의 노란 뚜껑을 남는 스팸을 보관할 때 사용하는 용도로 생각하는데 사실 노란 뚜껑은 보관용이 아닌 충격 완화 용도다. 오히려 캡을 닫아도 밀봉 효과가 떨어지므로 따로 보관하라는 것이 제조사의 조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표하며 노란 뚜껑의 필요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곧이어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이 일어났고 CJ제일제당은 추석 선물세트에서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설 명절에도 지난 추석처럼 뚜껑 없는 스팸 2종 세트를 함께 선보이는 한편, 추석까지는 모든 선물세트에서 스팸 뚜껑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기업의 변화에 ‘환경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기업이 앞장서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안전성과 직결되는 품목이라 포장 기술 경쟁이 치열하고 포장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환경만 생각해서 무작정 포장재를 줄일 수는 없지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소비자 의견을 반영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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