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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 ‘원팀’이냐, ‘원킬’이냐?
청와대와 민주당, ‘원팀’이냐, ‘원킬’이냐?
  • 박경민
  • 승인 2021.06.03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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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은 원래부터 원팀이었고, 깨질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정권 후반부가 될수록 이런 단결력은 조금씩 깨지게 마련이고,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할수록 여당은 원팀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날 수밖에 없다. 재집권을 통해 당의 위상을 세워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상황이 이와 매우 비슷하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의 원팀은 자칫 원킬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 로고(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작되나?

여당과 대통령은 때로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하고, 때로는 긴장 관계가 되기도 한다. 서로가 원하는 바가 같을 수도 있지만,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협력의 관계고 원팀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특히 정권 말기에 원팀이 깨지기 시작하면 대통령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퇴임 후의 일도 장담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정권 말기에 당이 자신을 조금 더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한다.

지난 517. 문재인 대통령은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원팀을 강조하면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민과 역사가 부여한 책무를 다하자는 다짐을 새롭게 하자고 말했다. 사실은 원래부터 원팀이었던 관계에 대해 재차 강조한다는 것은 그 원팀의 분위기에 심상치 않은 징조가 생겼을 때이다.

문 대통령이 원팀을 이토록 강조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그는 원팀이 무너졌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의 임기 말에는 심각한 레임덕이 생겼고, 핵심 의원들은 탈당까지 했다. 그 결과 노 대통령은 힘을 잃었고 결국에는 세상을 등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물론 그것이 오로지 원팀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힘들지만, 만약 원팀이 계속 유지되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과의 원팀의 반대말은 대통령과의 차별화.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와 인간적 도리가 사라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분열을 반대하는 발언을 과거에도 했다. 지난 201812월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제 현안에 대한 첫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경제팀은 신임 부총리 중심의 원팀으로 운영해주길 바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

과연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원팀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소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재보선에서의 실패는 물론이고 조국 사태, 부동산가격 급등, 윤석렬 전 총장과의 갈등 등은 모두 민주당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주도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청와대와의 원팀은 민주당 스스로가 이러한 모든 실패의 책임을 다 떠 앉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이 원하는 바를 여러 가지 고루 살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재난지원금의 지급이 대표적인 예이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

물론 현재 민주당에서 아주 명확하게 문 대통령에 대해 반대를 하거나, 혹은 노선을 달리하는 목소리가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의견에 무조건 끌려가서는 안 된다라는 정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일정 부분 청와대의 정책에 당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그는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말을 달리 살펴보면 이제까지는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부동산 세금 경감과 규제 완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민주당의 의견에 사실상 반대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개혁의 부분에서도 청와대는 더 완전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검찰개혁특위는 추가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라는 입장이다.

당 외곽에서도 이들의 원팀 정신을 우려하기도 한다. 반대당에 몸을 담았던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운동권 후배이자 오랜 지인인 송영길 대표를 향해 SNS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송 대표를 향해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런 의견을 밝혔다.

청와대와 송영길 대표가 원팀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자네를 영원히 죽이는 걸세. 이낙연을 보게나. 추미애를 보게나. 다른 자리에 있었지만, 조국을 보게나. 최근의 이성윤을 보게나. 역사가 번연히 살아있고 국민이 시퍼렇게 살아있다네. 다 원팀하다 원킬하지 않았나. () 결국 원팀이 되는 순간 국민을 등지고 민심에서 멀어지는 걸세. 문재인과 그를 따르는 문빠 정치인과 원팀에서 빠져나와 국민과 역사의 편에서 원팀이 되어 주시게.’

물론 청와대와 민주당의 원팀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도 문제이다. 한편에서 보면 작당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편에서 보면 진정한 개혁을 위한 뭉침일 수도 있다. 다만 야당으로서는 그들의 원팀을 작당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청와대와 민주당이 극렬하게 분열되는 모습을 예상하기는 어려울 수가 있다. 설사 내부적으로 충돌이 있어도 겉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에 의해서 권력을 장악했다는 점에서도 원팀의 분열은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 대통령과 차별화하기에는 촛불세력의 지지가 겁나고, 그렇다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완전히 한배를 타기에는 다음 정권의 창출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건은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만약 최소한의 방어를 하면서 지금 정도의 지지율만 지켜준다면 원팀의 분열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민주당 내부의 분열도 분명 가능한 일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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