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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청년들의 롤코라이프
어른들은 몰라요, 청년들의 롤코라이프
  • 최운정
  • 승인 2021.05.2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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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세대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강요하거나 주입하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삶과 생각의 방향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 역시 마찬가지이며, 그들은 롤러코스터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줄여서 롤코라고 부른다. 그들의 이러한 성향은 과거 세대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며, 또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만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만들어진 롤코 라이프는 기성세대도 반드시 알고 가야만 한다. 그래야 그들이 만들어 가는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 '깡' 뮤직비디오 화면
비 '깡' 뮤직비디오 화면(사진=유튜브 캡쳐)

디지털 역마살 가진 세대

롤러코스터의 특징은 격하고, 빠르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번 타고나면 굳이 곧바로 두 번을 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MZ세대의 롤코 라이프 역시 이와 매우 비슷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일단 롤코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기기, 스마트폰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고, 호기심을 충족한다. 문제는 그것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연결된 PC에서도 동일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커피숍 같은 곳에서 노트북을 켜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걸어 다니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 따라서 MZ세대의 관심사는 매우 빠르게 이동하고, 충족되고, 또 이동된다. 흔히 이를 두고 디지털 역마살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곧 MZ세대들이 화제가 되는 무엇인가의 붐을 빠르게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콘텐츠에 망설임 없이 열광하고 마음껏 즐기는 특성이 있다. 한마디로 그들이 가는 곳에는 열풍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놀란 기성세대들은 그 열풍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MZ세대가 만든 열풍을 전 세대로 확산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버거킹의 사딸라등이다. 한번 시작된 인기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거침없이 급상승하게 된다.

동시에 롤코 라이프는 그 열풍을 빠르게 종식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수 비를 주인공으로 한 ‘11깡 놀이였다. 젊은 세대들이 여기에 열광하자 심지어 지상파 메인 뉴스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MZ세대들은 이러한 깡놀이의 공식적인 종료를 선언했다. 자신들만의 문화가 주류가 되자, 더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사실 그들이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굳이 계속해서 하나의 열풍만 추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러한 그들의 특성은 숏케팅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빠른 관심사와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짧은(Shot)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롤코 라이프의 이러한 열풍은 함께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연대감,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극적인 재미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는 학교가 폐쇄되고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는 등 사회적 연대감과 소속감을 얻지 못하는 우울한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이러한 각종 열풍에 참여함으로써 소속감과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라는 연대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인싸와 아싸라는 말에서도 그들의 연대감을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정판 물건들인 인싸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나도 인싸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또 그것으로 우월감을 충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는 고용에 있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세대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행복함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열풍에의 참여는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곰표 밀맥주와 곰표 팝콘(사진=대한제분).jpg
곰표 밀맥주와 곰표 팝콘(사진=대한제분)

진지충은 재미없다

또한, MZ세대는 가벼운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새로운 세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매우 풍족하게 자라왔으며, 삶을 놀이하듯 즐기고 싶은 욕망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 고민했던 이념의 문제로부터 거의 완전히 자유롭다고 봐도 된다. 따라서 그들에게 엄격, 근엄, 진지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흔히 쓰는 진지충이라는 말이 이를 나타내주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성향은 또한 미래의 삶에도 반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수년간 꼭 결혼을 해야 한다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부담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계속해서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롤코 라이프를 대변한다. 물론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는 점에서 결혼과 아이를 거부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되돌아보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기성세대가 더욱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처럼 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복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오로지 부모의 희생이 그것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MZ세대는 그러한 괴롭고 희생적인 인생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러한 MZ세대의 롤코 라이프에 단점은 없을까? 세대의 특성에 대해서 장점과 단점을 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나의 특징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소비 마케팅에 매우 취약해진 세대라는 점이다.

20205월에 곰표 밀맥주라는 이색적인 맥주 하나가 등장했다. ‘곰표는 이제까지 밀가루 브랜드였으나, 느닷없이 맥주가 결합하여 매우 이색적인 상품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가 바로 MZ세대를 제대로 저격했다. 3일 만에 10만 캔이 나갈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곰표 밀맥주는 수제 맥주의 전성시대를 열어냈다. 중요한 점은 그 누구도 곰표 밀맥주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그에 대한 수요가 외부로 표출된 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제품의 기획자들이 MZ세대를 겨냥해 가벼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대박을 이끌었다. 결국, 롤코 라이프 스타일은 끊임없이 소비해야만 하는 세대이고, 따라서 마케팅의 제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그들은 필요성에 의해서 소비를 하기보다는 재미와 연대감을 위해 소비를 하기 때문에 일종의 과소비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롤코 라이프를 잘만 활용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어쩌면 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이 좀 더 쉬워질 수도 있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면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때로는 속마음까지 이야기할 수 있으니 젊은 세대와 불통인 사람들에게는 또하나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들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은 이제 기성대의 몫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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