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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의존은 그만” … 자사몰을 통한 직접 판매 열풍
“쿠팡에 의존은 그만” … 자사몰을 통한 직접 판매 열풍
  • 최운정
  • 승인 2021.07.09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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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체가 하나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과 연구·개발(R&D) 비용은 상당하다.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제품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는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 입점 시키는 것이 필수가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갑()이 되어 식품 업체에 최저가로 제품을 납품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제조사는 을()의 입장이 되어 입점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힘이 센 플랫폼에 들어가야 마케팅 전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개발하는데 이미 많은 비용을 투자한데 이어 유통 업체에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구조는 불편할 따름이다. 제품을 팔아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수익성도 떨어진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소비자 직접 판매(D2C: Direct to Consumer)’의 강화다. D2C는 제조 업체가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몰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국의 주요 식품 업체들이 고객들을 이른바 자사몰로 모시기 위한 고민이 내부적으로 한창이다.

CJ더마켓 (사진=CJ더마켓 홈페이지 캡쳐)

 

식품 등 제조 업계에 부는 D2C 바람

D2C 전략의 최대 강점은 유통 단계를 줄여 얻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다. 제조 업체가 유통 업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면 유통 업체에 수수료가 나가지 않아 이익을 늘릴 수 있다.

또 제조 업체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 시장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마케팅 또는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체 온라인몰에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판매를 강화하고, 반대의 경우 제품을 보완해 새롭게 출시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D2C 모델은 기업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 사업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제조사가 온라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취향이나 구매 습관, 잠재 수요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D2C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식품 업계다. 코로나19 사태로 식자재는 물론 가정간편식(HMR)의 온라인 소비가 급격히 늘면서 자체 온라인몰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1위 식품 업체 CJ제일제당은 2019년부터 D2C 강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CJ온마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자체 온라인몰 ‘CJ더마켓을 선보인 것이다. CJ제일제당은 CJ더마켓 론칭 이후 온라인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더욱 집중해 나가기 시작했다.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대규모 특별 할인등 마케팅을 펼치며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자체 온라인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출범 1년 만인 지난해 회원 200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은 500억원에서 700억원대로 불어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더마켓은 다양한 상황과 테마에 맞는 가정간편식 중심의 식문화를 제시하고 있다매일 새로운 메뉴를 제시하는 이렇게 먹어보세요코너를 통해 날씨·생일·야식 등 다양한 테마에 맞게 메뉴를 제안하고 해당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Hy(구 야쿠르트)에서 론칭한 종합몰 ‘프레딧’(사진=프레딧 제공)

 

Hy, 대대적 광고캠페인

Hy(구 한국야쿠르트)의 행보도 이와 비슷하다. hy의 자체 온라인 채널은 지난 2015년 첫 론칭됐다. hy는 이후 2년간 40억원을 투자해 2017하이프레시로 채널 리뉴얼을 단행했다. 지난해 이를 다시 개편해 프레딧(Fredit)’을 론칭하며 큰 변화를 줬다.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친환경 화장품, 유아용 세제 등 라이프 카테고리 품목을 추가해 종합몰을 연 것이다.

이와 함께 프레딧의 론칭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엄선한 유기농·비건·친환경 상품을 판매하는 콘셉트의 캠페인이다. 프레딧이란 이름 역시 프레시’(fresh)크레딧’(credit)을 합성해 신선함을 신용할 수 있는 마켓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지상파 TV와 케이블,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개됐다.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이나 기존 유통업체의 TV광고 집행 사례 등은 있었지만, 전통적 식품회사가 자사몰을 알리기 위해 큰 예산을 요하는 TV광고 캠페인 등을 전개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전통적 입지를 굳힌 식품회사지만, 온라인 유통에 있어서는 후발인 만큼 차별화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배송에 있어서도 차별화 노선을 꾀했다. 무료배송과 정기배송을 주요 서비스로 내세운 것이다. 정기배송은 계란과 생리대 등 구매 주기가 일정한 제품을 일정 기간에 한번 씩 자동으로 주문해 배달하는 서비스다. 무료배송은 단 하나만 사도 가능한데, 이는 전국 11000명에 달하는 프레시 매니저가 소비자들과의 창구 역할을 수행해줌으로써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레딧의 회원과 온라인 주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프레딧 회원수는 201965만명, 지난해 85만명, 지난 3100만명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770억원, 2018114억원, 2019280, 지난해 52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동안 6배 이상 올랐다. 온라인 주문 건수는 지난해 150만건으로 전년 52만건 보다 98만건 늘었다.

 

동원F&B ‘동원디어푸드신설

동원F&B가 코로나19 사태 속 간편식 수요 등을 흡수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사업 부문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동원F&B는 전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동원디어푸드를 최근 신설 법인으로 설립됐다. 가정간편식(HMR), 건강기능식품, 생수시장, 반려동물 시장, 외식사업 등 다각화된 사업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채널 강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디어푸드는 동원F&B가 운영하던 식품 전문 온라인 몰 동원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전문 몰 츄츄닷컴’ , 동원홈푸드의 신선식품 전문 몰 더반찬&’ 등을 운영하는 사업 주체가 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갈수록 커지는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에 발맞춰 자사 온라인몰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원디어푸드는 계열사별로 각각 운영돼 온 여러 온라인몰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민덕분에 동원F&B의 온라인사업 부문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15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자사몰인 '동원몰'은 지난해 7월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007년 온라인 몰 구축 후 2018년까지 평균 55%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연간 주문향은 100만건 가량을 기록했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F&B와 동원홈푸드의 온라인 사업을 일원화해서 진행하되 몰은 개별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라며 "상품 라인업 확대, 멤버십 제도 개편 등 꾸준히 온라인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을의 입장이 아닌 제조업체

지난해 쿠팡의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에 반발하며 거래를 끊은 기업이 있다. 거대 온라인 유통 채널로 성장한 쿠팡과 몇몇 제조 업체 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생활용품 생산 기업인 LG생활건강과 완구 콘텐츠 기업인 영실업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월에는 쿠팡이 대규모 유통 업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 과정에서 상품 반품,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배타적 거래 강요, 경영 정보 제공 등 갑질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변신 자동차 로봇 또봇으로 영실업도 쿠팡과 납품 가격을 두고 갈등을 빚은 후 쿠팡을 통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자체 온라인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가 이번 쿠팡발 제조·유통 업체 간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우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LG생활건강·영실업 외 쿠팡과 납품 가격 갈등을 빚은 제조 업체가 더 있고,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업이 늘 수 있어서다. 반대로 갈등이 사라질 수도 있다.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조 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쿠팡과 거래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다. 온라인몰 사업을 강화하는 한 제조 업체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유통 업체에 휘둘리는 제조 업체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역공에 나선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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