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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그 이상의 가치, ‘신뢰’를 얻고 ‘신뢰’를 주다
금융 그 이상의 가치, ‘신뢰’를 얻고 ‘신뢰’를 주다
  • 여지훈
  • 승인 2021.08.23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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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용인새마을금고 김경태 이사장, 사람 중심의 금융을 꿈꾸며, 젊은 금고를 세우다⋯ 지역 청년을 위한 ‘꿈 컨설팅’ 계획

새마을금고는 지역공동체의 번영과 구성원 개개인의 풍요를 동시에 꾀하자는 취지로 1963년 산청군, 창녕군, 의령군, 남해군 등 경상남도에 위치한 다섯 개 협동조합에서 시작됐다. 이웃이 두루 잘 사는 생활공동체를 만들자는 우리 고유의 호혜와 상생(相生)의 얼을 그 설립부터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새마을금고는 21세기 들어와 선진종합금융 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회원들에게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들이 새마을금고의 다양한 복지사업 혜택을 누림으로써 급변하는 시대에서도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썼다. 그런 훌륭한 뜻을 꾸준히 실천으로 옮겨온 덕분일까. 2020년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200조 원에 달했고, 회원 수도 2,033만 명에 이르러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은 새마을금고와 거래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이웃처럼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용인새마을금고 김경태 이사장(사진=우리용인새마을금고제공)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금융도 과감한 혁신이 필요

우리용인새마을금고는 김경태 이사장이 직접 설립한 새마을금고이다. 전국 새마을금고 설립 이래 최단기간 흑자전환에 성공해 ‘2021 경기 새마을금고 경영평가 연도대상에서 경영우수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72월 개점해 그해 말 자산 규모가 500억 원을 돌파한 후 매년 500억 원씩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부실률도 0.0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정책자금 대출에서 부실률이 조금 있었으나, 그마저도 90% 정도는 정책자금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우리용인새마을금고는 매우 건실한 재무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1금융권과 최근 부상하는 핀테크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새마을금고의 신설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금융회사 특성상 법적인 요건이 매우 까다롭긴 합니다. 하지만 용인 지역에서 오랫동안 함께해 주신 지인분들이 많이 신뢰하고 도와주신 덕분에 설립에 필요한 요건들을 어렵게나마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새마을금고는 손님을 타 은행처럼 고객이나 조합원이 아닌, ‘회원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나라 고유의 자율적 협동조직인 계향약두레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해 경제적 사업뿐 아니라 사회적 사업도 수행하면서, 회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동시에 꾀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전국에 1,300여 개 법인이 있는데, 그것도 사실 4만 개에서 줄인 겁니다. 특히 지방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실정이고요. 얼마 전 타 지역의 금고에 다니다가 우리 금고에 면접 보러 온 친구가 있는데, 그쪽 지역 인구에 비해 새마을금고 숫자가 많은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전 동네마다 만든 것을 조금씩 통합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경기도에는 새마을금고 법인이 111개가 있는데, 현재 용인에는 4곳만이 있었다. 1996년 시()로 승격된 이후 2018년까지 인구가 4배 증가한 용인시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2.38%, 20216월 말 기준 총인구는 110여만 명에 달했다. 인구 성장 속도에 비하면 용인 지역의 금고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용인 지역 새마을금고의 평균 자산은 3~4천억 원으로 그중 우리용인새마을금고는 7월 말 현재 2,45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설립한 지 만 4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오늘날 핀테크 기업 주도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급속도로 확장되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선 인구 환경에 따라 유연한 확장과 축소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총회를 열어 이사진을 재선임하는 등 조직 역학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직원 단체사진(사진=우리용인새마을금고제공)

신뢰와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사람을 비상(飛上)하게 한다

김경태 이사장에게 어떻게 단기간에 그토록 빠른 성장이 가능했느냐고 물어봤다.

직원에게 일을 시켰다면 전적으로 믿고 맡겼습니다. 권한을 주되 결과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지게 하는 겁니다. 제가 한 일은 방향을 정확히 잡아주는 거였어요. 우리용인새마을금고는 연공서열 등의 구시대적 조직 문화가 전혀 없습니다. 조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로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 속에서 저부터 신세대의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회식 때 소주나 삼겹살 대신 직원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파스타를 먹고 2, 3차를 가는 대신 11번으로 9시에 끝낸 뒤 커피와 차를 마시고 즐겁게 헤어집니다. ‘119 회식문화인 셈이죠. 자기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젊은 동료들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먹을 때도, 놀 때도 즐거워야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일할 의욕이 생깁니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하는 조직 문화가 최고의 조직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자문위원을 역임하면서 전국 공무원연수원에서도 리더십 분야에서 유명 강사로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처음 법학을 공부할 때는 규칙이 중요하고 법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직 경험이 늘수록 조직을 움직이는 건 법보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사람에 관한 연구에 많은 관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법은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적으로 얻을 수 있지만, 조직은 혼자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조직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어요. 결국 핵심은 사람입니다. 전략을 아무리 잘 세우더라도 근본인 사람을 놓치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거든요. 우선 조직 구성원들에게 우리 조직은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조직을 얼마나 신뢰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1%만이 자기의 회사를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신뢰받는 조직이 되기 위해선 모든 프로세스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또 인간적인 배려도 있어야 하고요. 아울러 학습하는 조직을 위해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고 해야 합니다. 경영적 관점에서 보면 그런 투자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으므로 손해입니다. 하지만 인문학적으로 길게 보면 결국 남는 건 사람이죠.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이 다른 게 아니에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동료들에게 시키지 않고, 구성원들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작은 출발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럴 때 비로소 구성원들도 업무와 회사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게 돼요. 저는 슈퍼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슈퍼 리더는 리더를 양성하는 리더입니다. 구성원들이 입사해서 단지 직원으로 머무르지 않고 각자가 리더로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철학이 전해진 것일까. 실제로 사석에서 우리용인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직원들이 꽤나 많다고 했다. 덧붙여 김 이사장은 신뢰가 직원들게만 머물지 않고 금고를 방문하는 모든 회원에게도 전해져 우리용인새마을금고가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서 인식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직원들을 신뢰하듯이, 우리도 회원님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2,500년 전 공자께서 나라의 근본은 족식(足食), 족병(足兵), 족신(足信)’이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군사와 먹을 것,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자가 그중 하나를 남겨야 한다면 무엇을 남겨야 하냐고 여쭙자, 공자께선 마지막까지 남겨야 할 것은 신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경태 이사장은 오랜 시간 그 말을 깊이 새기고 작은 약속이라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장학증서수여식(사진=우리용인새마을금고제공)

정치계경제계학계를 두루 거친 백전중장(百戰中將), 이 시대 청년의 삶을 말하다

공직을 그만둔 이유는 교육과 금융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아서입니다. 지금껏 국내 기업, 외국계 기업,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까지 다양한 곳을 거쳐오며 많은 경험을 해 봤습니다.”

김 이사장이 처음부터 금융계에 발 담근 것은 아니었다. 그의 첫 사회생활은 벤처 기업 CGV 엔터테인먼트에서 출발했다. 2000년에 아동용 게임시리즈로 유명한 짱구는 못 말려를 삼성전자에 유통하면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외국계 기업 소니뮤직을 거쳐 SK그룹에서도 재직했다. 현재는 금고 일을 하면서 틈틈이 단국대 행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정치계, 경제계, 학계를 두루 망라한 백전중장이자 만능 재주꾼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 보니 요즘 한국 사회에 느끼는 게 하나 있어요.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봤는데, 대학 졸업까지 아이 한 명 양육비가 18천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님들이 많은 돈을 들였는데 과연 취업이 잘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80%에요. 반면 독일, 미국의 대학 진학률은 30~40%에 불과하죠. 대학 인력을 요구하는 곳은 30%인데 대학 진학률이 70%라면 결과적으로 일자리 수급 차원에서 40%만큼의 미스매칭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죠.”

김 이사장은 청년들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사회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는 방황하는 청년들이 너도나도 자격증을 따며 소위 스펙만을 쌓는 데 열중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님을 지적했다.

요즘엔 30대 중반이 되도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사는 청년들이 정말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적성을 찾고, 학벌이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진로상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도전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데, 사회통념에 따라 무작정 선택하고는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합니다. 그래서 청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미래설계와 인생경로 설정을 위해 우리 새마을금고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 분야에 정통한 분들로 인재풀을 마련하고 진로를 정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면 되는지 좋은 프로그램을 구성해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청년을 위한 꿈 컨설팅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신 회원님들이 많이들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친구가 없다, 누굴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말씀들이죠. 그런 솔직한 심정을 제게 고백한다는 건 그만큼 저를 신뢰하고 계신다는 말씀이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에요. 연세 지긋한 분부터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까지 큰 차이가 없어요. 노인분들은 노인분들대로,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많이들 외로워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노인 문제와 대학생 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리어컨설팅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만 타 금고에서 이미 고령층을 상대로 새마을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우리용인새마을금고에서는 청소년이나 청년층 중심으로 꿈과 진로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용인이 젊은 금고인 만큼 더 그러고 싶어요.”

김경태 이사장이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의 웃음은 호인의 웃음이었다. 그것도 겉만 번지르르한 게 아닌 속도 꽉 찬 진짜 호인의 웃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청년으로서, 이런 사람이 선배로서 이끌어준다면 그만한 복도 없으리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굳이 입 밖으로 신()에 대해 떠들지 않아도 그는 상대에게 이미 깊은 신뢰를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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