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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투쟁’은 왜 자꾸 ‘독’이 될까?
국민의힘의 ‘투쟁’은 왜 자꾸 ‘독’이 될까?
  • 박경민
  • 승인 2021.01.1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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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세()가 부족한 정치세력은 무력감을 느낄 때마다 주변으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이른바 연대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고 싶기 때문이다. 과거 진보세력의 유력한 협력자는 시민단체, 종교단체, 대학사회 등이었다. 위기 때 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진보세력을 도왔고, 그 결과 불리한 지형을 타개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다. 180여 석의 거대 여당 앞에서 무력해진 국민의힘 역시 주변으로 눈을 돌리지만, 그곳에는 태극기 부대와 지나친 보수편향의 인사들뿐이다. 문제는 이들 세력이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에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국민의힘이 과격한 투쟁에 나설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에는 ()’이 되는 이유이다.

 

균열, 팀킬, 전략부재

2018년과 20194월 총선 직전까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보다 야외에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삭발투쟁, 단식투쟁, 집회참석 등에 열을 올렸던 탓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자연스럽게 태극기 부대가 결합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밖으로는 보수대통합을 외쳤고 안으로는 외연확장을 주장했다. 사실 바로 여기서부터가 균열의 시작이었다. 당이 실질적으로 하는 행동과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당 차원에서는 보이콧 불사를 외치며 민주당과의 전면적 대결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20년 연말, 마치 마법처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중도세력으로의 확장을 말하고 있지만, 주호영 원내 대표는 보수단체와의 반문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반문연대에는 김문수 전 지사,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등 대표적인 태극기 부대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당 차원에서는 필리버스터 등 민주당과의 대립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당시 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자유한국당으로 영전했던 황교안 대표는 그때까지 당에 몸을 담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을 한 경험도 없다. 한마디로 갑작스럽게 동원된 외부인사였던 셈이다.

지금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야권주자로 상징되는 윤석렬 총장이 심지어 여권 대선주자들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하고 있지만, 윤 총장은 국민의힘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더불어 그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을 경험한 바도 없다. 더 악재일 수도 있는 것은, 윤 총장이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혹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아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2020. 마치 데칼코마니 같이 과거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지지율의 측면에서는 더 참담한 수준이다. 조사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 20%에서 많아봐야 30%의 박스권이다. 아무리 현 정부에 대해서 날을 세워도, 그것이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의미있는 지지율 역전도 있기는 있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1130일부터 122일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주 보다 3.3%가 올라 지지율 역전을 이뤄냈다. 그런데 이를 반길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 지지율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이 여권의 실책으로 지적되었으며, 동시에 국민의힘이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민의힘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지지율은 떨어지고 권력 재탈환에서는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역설은 근본적으로 국민의힘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엇박자, 외연확대나 보수대통합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당내 분열, 심지어 초선의 배현진 의원이 김종인 대표를 두고 뜨내기라고 말하는 팀킬양상이 제대로 된 정치 전략의 구사를 가로막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안세력인식 얻지 못해

현재 국민의힘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실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윤석렬 총장의 지지율 1위이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지지율 1위는 윤 총장이 가져갈 것이 아니었다. 민주당과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그 지지는 국민의힘으로 가야만 한다. 하지만 지지율은 샛길을 찾아 윤석렬 총장을 선택했다. 이 말은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대안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싫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는 말이 나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있을 재보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대안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당의 세력 자체는 미미하더라도 견고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민심은 그를 선택하게 된다. 노회찬 의원이 대표적이었다. 정의당 자체의 세력을 미미해도 노회찬 의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 내부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들 조차 온전한 인물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경원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시장, 홍준표 의원 등이 유력한 총선 및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여당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지금 시점부터는 여당 주자들과 지지율을 다퉈 1~2위를 기록해야만 한다. 이러한 용호상박의 분위기에서 선거 직전에 흐름을 타서 쐐기를 박아준다면 국민의힘의 승리를 점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용호상박은커녕, 그 반에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나경원 전 대표는 이미 여러 고소 고발에 연루된 상태인데다 자신으로 향하는 불신을 깨끗하게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선거전에 돌입했다가는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에 따라 오히려 역풍에 휘말려 민주당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참신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딱히 정치력에서 성공의 경험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유승민 의원 역시 일부 보수층에게는 유력한 대안일 수는 있지만, 이낙연, 이재명 지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홍준표 의원은 막말 이미지때문에 아예 복당이 될지 안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국민의힘에는 탈출구가 없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진정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현재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각자 간의 권력투쟁은 있겠지만,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보수를 위해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물론 당내 일부에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소수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당의 전반적인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 2021년 보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보수의 배는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것도 최악의 상상만은 아니라고 봐야만 한다. 최근 김종인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다음에도 국민의힘이 혁신을 못해 나라가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위험에 처한 것은 나라보다 국민의힘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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