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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乃 짱 보리! 지내들(지금 내 맘에 들어온) 보리!
왔다乃 짱 보리! 지내들(지금 내 맘에 들어온) 보리!
  • 백경화
  • 승인 2021.11.26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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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매제 폐지의 난관, 마을기업 운영으로 극복
대체작물,‘보리’, 찾아 먹는 웰빙 곡물로 변신시켜
지내들 영농조합법인 김순례 대표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보리는 쌀에 버금가는 두 번째 곡물로 여겨져 왔다. 보릿고개, 꽁보리밥 등의 표현을 보면 가난과 이어진 보리와의 끈이 달갑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더욱이 80년대 이후 쌀 생산량 증가로 보리의 정부 수매도 끊기고 생산마저 줄어 보리 농가들이 자구책을 찾아야 할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보리의 대중화와 영광군의 보리산업 특구 선두를 위해 애쓰고 있는 이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전남 영광 지내들 영농조합법인의 김순례 대표.

지내들 영농조합법인 김순례 대표(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김순례 대표(70)가 몸담은 ‘지내들 영농조합법인’은 영광지역 특산물인 보리의 활로 개척을 위한 영광군 군남면의 행안부형 마을기업으로, 김 대표를 포함해 현재 21명이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행안부형 마을기업으로 지정되었다. “조합원들과 열심히 하다 보니 2020년 최우수 마을기업(주민이 지역공동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 2021년 모두애마을기업 선정으로 점차 성장해 온 것 같아요. 다 같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또 “남편(이성래)이 ‘우리가 농사지은 것만이라도 직접 판매해보자’ 해서 학습차 일본에 갔었어요. 우리나라는 포장이 20kg, 40kg 단위인데 거긴 소포장재로 소비자 판매가 쉽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소포장재를 시작하게 됐죠.”라고 하면서 늘 배우면서 일하는 학습형 농민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주지하다시피 춘궁기(맥령기)의 쌀 대체재로 취급되던 보리는 70년대 이후 쌀 생산량 증가와 소비량 감소, 재고 증가로 2008년부터 정부 수매가 줄었고 2012년 보리 국가수매가 전면 중단됐다. 그로 인해 많은 지자체와 보리 농가들 역시 생산을 멈추게 됐는데 영광군은 타 지역과 차별화를 선언하고 각종 가공식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소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이다. 

이제는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보리밥 전문 식당도 곳곳에 있고, ‘보리’하면 찾아 먹게 되는 웰빙 곡물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쌀에 밀려 있던 보리라는 곡물이 기호식품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된 것인데 이런 결실의 뒷면에는 김 대표와 조합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내들 영농조합법인(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중지를 모아 지역 특산물로 수익 창출,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까지

현재는 마을을 일구는 큰 사업체가 된 마을기업. 그 모체는 작은 것에서 시작됐다. 

삭막한 도시와는 달리 시골에 살다 보면 이웃끼리 어울려 식사도 하고 담소 나누는 것이 일상인데 삼삼오오 모여 일 끝난 여가에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지인이 “마을기업이라는 좋은 아이템이 있는데 그걸 해보는 것이 어때?”하며 슬쩍 화두를 던졌다고. 모인 이들의 반응이 좋아 실행해 옮기기로 했는데 처음엔 9명의 여성을 기반으로 시작한 것이 발전해 남편들까지 합류하게 됐고 현재 21명의 규모로 성장하게 됐다고 한다. 

김순례 대표는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믿고 그랬는지(당시 60세) 다른 회원들이 ‘언니가 앞서서 이끌어줘. 우리가 뒤에서 협조할게’라는 말에 용기 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여자 9명이 힘을 합쳤고 마을기업을 설립, 2013년 보리수매제 폐지로 불투명해진 보리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주야장천으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

보리농사가 생업이었던 주민들로서는 절실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모두가 합심해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을 세우고 보리 관련 상품을 연구, 개발했다는 김순례 대표는 “23~25개 가구의 농민들과 보리나 벼를 계약 재배하는데 상하차 지게차 비와 인건비를 모두 고려해 농협수매가에 1,000원씩 더 붙여 구매합니다.”라며 “우리 이익보다 소농가를 배려해 계약하는데 이렇게 얻은 이익으로 마을회관에 봉사도 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려고 노력하죠.”라고 사업 이익의 지역 환원적인 면을 알렸다. 

주로 판매되는 품목은 흔히 잘 알려진 노란 보리, 쌀보리 등이며 강호청, 찰보리, 흑보리, 자수정, 보석찰까지 상품화됐고, 5가지가 혼합된 오색보리도 반응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영광군은 지난 2010년 보리수매제 폐지에 따라 사양산업화된 보리를 신 소득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보리 산업 특구로 지정받아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보리 산업의 메카로 발전해 왔고 김순례 대표와 같은 이들이 앞장서 영광군 군남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를 감안하고도 6억 원이 좀 넘는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내들 영농조합법인 제품들(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찰보리 문화축제와 ‘지내들’로 군남면 홍보 시너지 

군남면 지내들의 옹기 돌탑공원에서 매년 5월 초 개최되는 찰보리 문화축제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군남 정월대보름 들불 놀이제’로 개최됐다. 2010년 영광이 보리 산업 특구로 지정된 후 2011년 1회 영광 찰보리 문화축제로 변형돼 지난 2019년 8회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취소) 

거대한 지내들의 7개 돌탑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청보리밭이 장관인데 이를 배경으로 추억의 놀이와 행사들이 펼쳐진다. 보리 산업 특구에서 체험하는 농촌 생활과 놀이문화 보릿고개의 아련한 추억을 통해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2020, 2021년에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취소됐는데 이로 인한 홍보와 판매율 저조 현상은 자체 쇼핑몰 지내들닷컴에서 만회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착하다 지내들’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지내들닷컴(jinaedeul.com)에는 지내들 주민들이 ‘직접 키우고 직접 도정’한 잡곡들과 그것을 가공한 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백미, 찹쌀, 모현미, 찰현미, 찰흑미, 건강홍미, 찰녹미, 오색 건강 쌀 등의 쌀류와 영광 보리쌀, 일반 보리쌀(안찰진), 누리 찰보리 쌀(황맥), 흑보리 쌀(흑맥), 강호청 찰보리 쌀(청색), 자수정 찰보리 쌀(자맥), 오색 찰보리 쌀 등의 영광 보리쌀류, 그리고 각종 잡곡이 있어 건강한 식탁을 꾸릴 수 있는 것이다. 

까르보나라, 짜장맛의 떡볶이와 치즈 핫도그가 집에서 또는 캠핑에서 간편한 식사가 될 수 있고 지내들 곡물로 만든 라떼 파우더가 바쁜 직장인들의 건강한 식사를 대신해 준다. 이와 함께 소중한 유아들의 이유식용으로 만들어진 과자와 보리차는 한 번쯤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언제든 믿고 구매할 것을 역설한다.

 

지역과 나라 생각하는 마음 후손들에게 이어지길

늘 이렇게 마을의 공동 이익과 지역사회 발전까지 생각하는 김순례 대표는 바람이 있다. 지금 이대로 마을이 꾸준히 성장,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을 주민들의 후손들이 앞장서면 좋겠다는 것. 콕 집어 자신의 자녀들이 중심이 되면 더 좋겠단다.

슬하에 1남 2녀(이승현, 이호연, 이선화)를 두고 있고 현재 부모님(김 대표 부부)의 건강과 가업을 보살피기 위해 고향에 내려와 있다고.

“옛날에도 지금도 자식들한테 바라는 건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박하지만 중요한 바람을 나타내는 김 대표. 그 한 편에는 언제나 든든한 3남매가 자리 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셋 다 가정을 이뤄 별 걱정은 없는데 우리가 하는 지역사업들을 대를 이어서 발전시켜줬으면, 그래서 군남, 영광을 발전시켜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식들이, 지역의 후손들이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어찌 보면 자식이 내가 하는 일을 이어서 발전시켜 줬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공통된 바람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업을 살피다 지역사업, 더 나아가 후손들의 미래까지 걱정하고 설계하는 김순례 대표와 군남면 주민들. 그들의 진솔한 모습에서 우리 부모님들의 표본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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