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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의 행보는 ‘국민의힘 접수’ 행보였다
윤석열 후보의 행보는 ‘국민의힘 접수’ 행보였다
  • 정하연
  • 승인 2021.12.02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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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내부에서는 폭풍우의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 바라보면 어떤 힘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7월에 입당, 4개월 만에 대선 후보가 된 것은 물론이고 당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4개월을 돌아보면 윤 후보가 애초에 국민의힘을 접수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이준석 당 대표의 패싱이 그 첫 출발점이었다. 당시 야권에서는 윤 후보가 정치 초년생이라서 그렇다라고 애써 옹호했지만, 그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의 시작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당 대표 패싱, 사실이었다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은 7월이었다. 당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연출됐다. 당 대표도 없는 자리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가 전격 입당을 해버린 것이다. 당시 패싱논란이 불거졌지만, 이준석 대표는 애써 봉합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 대표는 끝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윤 후보가) 입당할 때 (나를) 패싱 하긴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다시는 정당사에 반복되면 안 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윤 후보의 당 대표 패싱이 얼마나 사상 초유의 일인지를 알게 해준다.

그 이후부터 당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후보의 본격적인 시도가 시작됐다. 입당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8, 윤석열 캠프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시나리오가 솔솔 풍겨 나왔다. 당시에는 아직 경선이 출발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 이준석 전선이 형성됐고 그 중심에는 윤 후보가 있었다. 당시 경선 판세가 윤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을 우려한 윤석열 캠프 관계자들이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장악하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 시나리오는 끝내 실현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어떤 기류가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10월 중순, 윤 후보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 참석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이 따로 없고 야당이 따로 없다.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이 발언으로 인한 국민의힘 내부의 충격은 대단했다. 유승민, 원희룡 등의 후보가 일제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국민의힘 사무처에서는 지지율이 깡패라지만 이렇게 당을 모욕하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당 해체발언은 누가 들어도 깜짝 놀랄 만했다. 이후 당의 돈줄을 쥐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1월 중순, 한기호 사무총장은 이준석 당 대표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것도 윤 후보의 직접적인 입김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당의 선거비용을 총괄하는 핵심 중의 핵심 보직이다. 그런 점에서 윤 후보가 이 자리를 교체한 것은 당 장악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할 때도 또다시 당 대표 패싱논란이 불거졌다. 1117, 이준석 당 대표는 선대위 인선안 등을 담판 짓기 위해 지방 일정을 마치고 서둘러 당사로 돌아왔지만, 윤 후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권성동 비서실장은 오늘은 그냥 전화로, 특별히 나눌 말씀이 없어서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준석 대표에게는 담판이었지만, 윤 후보에게는 특별히 할 말 없는 자리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 운 후보는 오히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인선안 초안을 의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를 두고 당시 언론은 윤석열-김종인의 직거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사(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고집, 그리고 지지율 리스크

이날 윤 후보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영입을 제안했다. 이 역시 이준석 당 대표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물론 대권 후보가 일일이 당 대표와 합의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직 선대위가 완전히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한 논의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윤 후보는 이를 거부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윤석열 후보의 이러한 정치 행보가 그의 고집과 독선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정치판에는 잘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본다. 고집이 센 사람들은 원래 정치에 맞지 않는다. 정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타협을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자기 고집만 부리는 사람이 정치 리더가 된다고 하면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고집은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전두환 망언으로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앞뒤가 잘린 보도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라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물론 전두환 관련 망언은 사과했지만, 또다시 개사과사진이 터지면서 그가 고집을 꺾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윤석열 후보의 고집과 당 장악 시나리오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꺾어버렸다. 그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선대위 합류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자 김한길, 김병준 전 위원장의 영입을 관철하고 그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윤석열의 승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설사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김 위원장의 원톱체제는 이미 무너졌고, 사실상의 당 장악은 윤석열 후보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선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윤 후보가 참신한 인물의 영입이 아닌, 세 불리기에만 집착한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대통령 선거는 미래 지향적 선거라는 점에서 그의 세 불리기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김한길, 김병준 전 위원장은 MZ세대와의 친화력이나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청년층이 볼 때는 그저 나이 많은 노회한 정치인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태라면 세 불리기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후보에게는 또 하나의 최대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제껏 그를 지탱해왔던 유일한 것은 바로 지지율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접어들면서 이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하면 윤 후보는 사면초가에 몰린다. 그가 주도했던 이준석 당 대표의 패싱과 선대위 구성 역시 총체적으로 비난을 받으면서 국민의힘은 거대한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이럴 때 당의 내부에서 윤 후보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유승민, 홍준표 의원의 비판이 더해질 경우, 심하게는 후보 교체론까지 등장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후보 교체라는 강수까지 두고서 이번 대선에 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이번에도 정권을 가져오지 못하면 과거 민주당 일부 의원의 발언처럼 궤멸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0일 정도가 남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두 야당은 정권 재창출과 탈환을 위한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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