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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실용주의적 민간 외교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실용주의적 민간 외교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정하연
  • 승인 2021.12.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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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중도시우호협회 권기식 회장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수교를 맺은 기간으로만 보면 이제 상당이 원숙하고 성숙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교 이후 초반 20년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상당히 친밀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금한령(禁韓令)을 내려 한국 문화의 유입을 금지했고, 대기업들은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 반대급부로 한국 사람들은 이제 일본인보다 중국인을 더 싫어하게 됐다. 하지만 정말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이렇게 계속 가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중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한중도시우호협회’ 권기식 회장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 정치국장을 지내면서 중국, 일본대사관과 교류했던 그가 이제는 민간인으로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권기식 회장을 만나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에 관한 대담을 나누었다.


 

(사)한중도시우호협회 권기식 회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지방 정부간의 교류는 정책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중국과 미국이 패권 전쟁을 벌이면서 우리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졌다.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서야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경제적 이익, 한반도의 평화 등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것은 바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사태’였다. 미국이 주도하고 호주,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으며 우리나라도 은연 중에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았고, 중국 당국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만약에 이번에 한국이 보이콧을 선언했더라면 한중 관계는 지금보다 더한 파탄의 상태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중 관계에서 유독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2016년에 발족한 한중도시우호협회 권기식 회장이다. 우선 협회의 이름에 왜 ‘도시’가 들어가는지가 궁금했다. 

“국가와 국가 간의 우호 채널은 대체로 3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하고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중앙 정부간의 외교입니다. 두 번째는 민간끼리의 채널입니다. 순수한 교류로서 외교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고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지방 정부간의 채널입니다. 이는 외교의 영역은 전혀 아니지만, ‘공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고, 상대방 지방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제까지 한국과 중국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는 매우 많은 외교와 교류가 있었지만, 지방 정부 간의 교류는 부족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의 공백을 채우려고 하는 단체가 한중도시우호협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회의 설립은 무엇보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주변의 4강에 둘러쌓여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싫든 좋든 이들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서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핵심 이익을 지켜주면서도 그것이 더 우호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공공기능을 추구하는 협회가 교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정치국장 출신이었던 권기식 대표는 마침 중국, 일본과 오랜 교류를 해왔기에 민간인이 된 이후에도 현재 중국 내의 인맥을 통해서 다양한 교류 활동을 추진할 수 있었다. 

 

2020 한중우호청년포럼(사진=(사)한중도시우호협회)

청년 교류를 위한 플랫폼 만들 것

협회 발족 이후 권 회장은 많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주한중국대사관과 공동으로 ‘한중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하여 중국 서부지역과 연계해, 남양주, 의정부, 대구시, 경북도 등 전국을 순회하며 사진전을 열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27일 대구에서 개최한 ‘한중우호도시포럼’은 가장 손꼽을 만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산시성, 하얼빈시, 연변조선족자치주, 절강성 리수이시 등 중국 4개 도시와 한국의 대구시 등 총 5개 도시, 2개의 단체가 참여해 지방 정부의 수장들이 직접 화상으로 소통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포럼에서는 중국 산시성(山西省) 인민정부와 대구시가 ‘우호도시 의향’ 협약을 맺었으며 대구시와 연변조선족자치주 인민정부, 그리고 한중도시우호협회 3자가 도시교류 협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협약들은 중국 공산당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안건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승인이 가능했던 것은 한중도시우호협회의 인지도와 활동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산시성의 인구는 3천 7백만명이고 대구시는 2백 50만명 입니다. 이렇게 10배가 넘는 사이즈의 지방정부와 협약을 맺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지방 정부는 당서기의 한마디가 매우 강력합니다. 만약 ‘대구시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말을 한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쪽에서도 땅을 제공하거나 인력에 대한 조달을 해야겠지만, 우선 이렇게 공산당 위원회의 허락하에 협약을 맺은 것 자체가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중국의 경우 주요 대도시는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지방 정부와의 교류는 국방과 외교의 부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 즉 경제, 문화, 도시행정, 방역 등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 도시간의 교류는 투자 확대는 물론이고 정책, 문화 교류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행될 수가 있다. 

그동안 권 회장이 진행했던 교류 행사 중에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이 바로 ‘한중우호청년포럼’이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2월 14일 ‘한중문화교류의 해 점검회의’를 했으며 전체 160여 개의 교류 행사 중에 우수 사례 3건을 채택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우호청년포럼’이었다. 이 행사는 권기식 회장이 초기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관할한 행사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이 포럼을 지지한다는 논평을 하면서 중국 당국에서도 매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향후 협회와 주한중국대사관이 해마다 한국 전역을 돌면서 이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권 회장이 청년 간의 우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중 관계 개선의 핵심이 바로 ‘청년’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경우 이미 중국에 관한 편견이 심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한국 전쟁 당시, 중국군이 한국에 들어와 자행한 일들에 대해서 아직도 강한 거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그런 기존의 편견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를 개선하기가 매우 용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젊고 역동적인 세대들이기 때문에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에도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협회는 한국과 중국 청년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명품 교류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2019년 남양주 홍유릉을 함께 둘러본 (좌)상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우)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사진=(사)한중도시우호협회)

중국 관광객, 미국 관광객에 비할 수 없어

하지만 여전히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사드’라는 큰 장애물이 놓여있다. 이 문제가 심각했던 것은 중국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면과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사드배치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천안문 행사에 참여해 큰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얼마 후에 중국과는 전혀 상의도 없이 사드가 도입됐다. 중국은 이에 큰 충격을 받았고, 시진핑 주석의 체면에 금이 갔으며 이제 더 이상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길 수가 없게 됐다.

“당시 중국은 한국이 경제적인 이익은 가져가고 흑자를 내면서 중국의 안보이익은 해쳤다고 판단했습니다. 흔히 낮에는 다방을 운영하고 밤에는 살롱을 운영하듯, 일부 한국인들이 낮에는 친중파처럼 하다가 밤에는 친미파가 된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이후 중국은 규제를 통한 응징을 했고 이에 한국 기업인과 문화인이 한동안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권기식 회장은 무엇보다 한국이 중국과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한국에 관광을 오는 중국인들이 수많은 제품을 ‘싹쓸이’ 하듯 구매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만약 중국에서 원자재나 중간재가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최근에 발생했던 요소수 사태가 단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제 내년 3월에 들어설 새로운 한국 정부는 한중 관계의 역동성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친미 일변도의 행보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한 궤멸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한중이 경제적으로 충돌할 때, 중국은 우리가 입는 피해의 10분의 1 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가 입는 피해는 실로 막대합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보다 실용적인 외교를 최대한 강조해서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키고 중국과의 관계를 과거처럼 복원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권기식 회장이 협회를 세우고 지금과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한 일이다. 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살아야만 하는 한국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헌신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어질 한중도시우호협회와 함께 권기식 회장의 활약을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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