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이 뭐 길래… 3차례의 분신

‘택시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 카풀만 막으면 모든 게 좋아질까

2019-03-19     정희
카카오 카풀(car-pool)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분신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택시기사 김모(62)씨가 자신의 택시에 불을 지른 뒤 국회로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써, 최근 두 달 새 발생한 택시기사의 분신은 3건이 됐다. 계속되는 분신으로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택시 요금까지 인상되고 있어 택시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자로 인상된 서울지역 택시요금은 28%가까이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상폭을 기록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가 추진하는 카풀 사업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시민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지난해 실시된 각종 설문 조사를 보면 90% 가까운 시민이 카풀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불친절(34.6%)이 가장 많았고 승차거부(28.8%), 부당요금(24.2%)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민이라면 으레 승차거부를 당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택시기사가 불친절한 경우는 이제 특별하지도 않다. 이상하게 요금이 많이 나온 것 같은 ‘기이한 경험’ 또한 1-2번씩은 갖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택시회사 22곳에 730대의 승차거부 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빈번한 승차거부. 김모씨는 분신 전 “카카오 앱을 지워야 우리가 산다. 단결만이 살 길이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카풀저지 투쟁”이라고 적힌 전단지를 살포했다. 과연 택시업계가 맞닥뜨린 위협이 카풀일까.
 
 
‘택시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
2018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카오 카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택시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며 카풀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택시기사의 수익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총 21만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받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김 장관은 “카카오 카풀은 불법이 아니”라고 답하며 포문을 열었다.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택시업계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카풀 중개가 시작되면 사실상 택시와 유사한 자가용 유상운송이 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또한 자기들은 엄연히 택시면허를 갖고 일을 하는 사업자라며 면허가 없는 카풀 종사자들을 배척하고 있는 상태다. 그들은 카풀이 도입되면 현재 2000만원 내외인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승용차가 도시교통의 중심인 타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택시가 도시교통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김 장관이 국내 도시교통의 특수성을 거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버스를 제외한 시민들의 운송수단이 필요한데 택시가 오롯이 그 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 장관은 “등록된 택시의 대수는 많은데 운행하지 않는 택시가 많다”며 그 결과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서 “새로운 길은 새로운 기술이 전통산업과 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며 택시업계에 수용성을 주문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혁신의 변곡점에 와 있다. 모든 국가들이 혁신을 외치며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때, 우리는 뒤쳐질 것인가 앞서 나갈 것인가. 영국은 자동차를 처음으로 생산하고도 마부들의 반대에 막혀 자동차강국의 지위를 독일에 내줬다. 타이밍의 문제다. 승자가 독식하는 혁명의 시점에 도태되면 2류 국가로 전락할 뿐이다. 반면 타이밍 좋게 치고 나간다면 선진국가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1-3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도 일자리는 언제나 생겨왔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풍족함을 만끽하는 21C, 우리는 마부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