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처럼 투명한 경영으로 경쟁력 강한 조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전세종충남식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 정충용 이사장
농민들에게 재배한 농작물의 판매와 농약 및 농자재 구매는 농사 활동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들이다. 이러한 일들을 공동판매, 공동구매 형식으로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007년에 대전세종충남식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은 바로 일대의 농민들과 이런 일들을 함께 하고 있다. 정충용 이사장은 지난 2016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3선을 거쳐 9년째 조합을 이끌고 있다. 과거에 매출이 30%나 급락했지만 이를 조합원의 힘으로 이겨낸 경험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 이사장은 ‘투명경영’을 통해 조합원들의 단단한 신뢰를 얻어냈고, 또 이것이 조합 발전의 원동력을 이루고 있다. 정충용 이사장을 만나 조합의 운영비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사후 감사’ 아닌 선제적인 감사 일상화
대전세종충남식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은 그간 지역 조합원의 발전을 위해 꽤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그것이 이번 수상의 배경이 되었다. 우선 농약 및 농자재 공동구매를 통해 조합원사의 사업번영에 이바지했고, 경제활동과 공동체 활동을 통해 현재까지 계속해서 성장해 왔다. 조합원이 2023년 기준 매출 200억 이상을 유지하여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성장했고, 조합의 발전을 이끌어 대전세종충남지역 중소상공인의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공동구매 참여 유도를 위해 계속해서 품목개발을 한 것은 물론, 출자금 증자 및 중기공 협동화자금 활용을 통한 자금회전력 강화로 가격경쟁력도 강화했다.
정충용 이사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이런 소감을 남겼다.
“우선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지금까지 잘 협조해주었기에 이번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 조합의 가장 큰 자랑은 무엇보다 ‘투명경영’입니다. 감사 2명이 입출금 내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조합과는 다르게 이사장인 저는 무보수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조합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제까지의 운영방식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조합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조합의 경우 ‘사후 감사’가 많다. 반면 정충용 이사장은 카드 사용 내역문자서비스부터 통장 내역공개까지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예산사용내역은 분기별로 보고하고 있을 정도로 투명경영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또 이 결과가 조합원들과의 신뢰를 이어져왔다.
뿐만 아니라 그간 조합은 농업업계에 새로 시행된 PLS제도 및 농약구매이력제, 식물의사제도의 필요성 등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조합원사의 홍보 및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조합원의 농약판매관리인 전문성 강화도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다. 전 조합원의 식물보호자격증를 취득하기 위해 시설자재 및 교육을 준비해 15개 조합원사의 대표 및 직원의 합격을 돕기도 했다. 또 지역사회와의 공동체 활동을 위해 계속해서 기부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나눔사랑 기부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2016년 2월에 취임 후 수익을 창출해 배당을 해왔으며 한 번도 적자가 없다는 것도 자랑이라고 한다.
‘조합원의 기억에 남는 이사장’ 되고 싶어
정 이사장은 과거 (사)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그 스스로 2천평 규모의 ‘당진농자재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농민이 필요한 하우스 자재부터 다양한 기구, 농약 등을 일괄 원스톱 구매할 수 있다. 시내에서 작게 농약사로 운영하다가 2005년부터 크게 마트로 확장해 현재 43년째하고 있다. 직원은 총 7명으로, 아들인 정기호 대표와 공동지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조합 역시 꾸준하게 발전해 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가 취임한 후 22016~2017년 정도에 1년 반 정도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임원진이 편법에 의한 불안한 운영을 했습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도매상을 회원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탈퇴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때 그 임원의 학연으로 많은 조합원을 데리고 동반 탈퇴를 했고, 그때 매출이 30% 가량 줄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탈한 조합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매출이 더욱 늘었습니다. 그때 그 일을 계기로 조합원들과의 소통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1년에 4번 정도 조합원들을 방문해 고충이나 요구사항을 듣고 있으며, 매년 가을에는 단합대회도 하고 있습니다. 경영이 너무 잘되고 있다보니 조합원들이 너무 걱정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게 좀 흠이기도 합니다.”
조합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통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조합원사들도 2세대로의 전환이 활발하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조합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전 세대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그 결과 2세대들이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조합 차원에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지금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키우려고 한다.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협동조합은 농협과는 꽤 악연이다. 단지 경쟁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농협이 유통구조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협에서 보조사업과 할인판매를 많이 하게 되면 그만큼 유통 질서가 바로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소규모 기업이며 농협은 대기업에 비유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할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향후 농협도 능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에게 조합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을 질문했다.
“제일 감사드리는 부분은 무엇보다 믿고 따라주시는 것입니다. 이 신뢰의 힘이 없었다면 오늘의 조합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런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그 결과 나중에 이사장직을 그만두더라도 ‘조합원들이 믿어주었던 이사장’으로 남고 싶습니다. 더구나 지금의 매출이 가능한 것은 모두 조합원들이 위기 극복에 동참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국내에서도 유일할 정도로의 투명경영으로 오늘날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함께 번영하는 삶을 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농촌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력난도 심하고, 세대교체도 이루어지는 등 조합이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충용 이사장이 앞으로도 대전, 세종, 충남 지역의 든든한 농촌 지킴이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