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미술치료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다

후광갤러리 관장 최종환 작가 (前 엘리사벳 수녀) 대한민국 대표 예술작가로 우뚝 서다 예당관광농원 김진식 회장과의 인연으로 갤러리 관장이 되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 창작활동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

2024-07-11     정하연 기자

4대째 불교 집안에서 자라다가 33년 전 수녀가 된 이후, 지금은 일반인으로 돌아와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갤러리 관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상당한 굴곡이 있어보이기도 하지만, 신앙활동과 예술활동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바로 자신과 타인의 영혼에 감동을 주고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후광갤러리의 관장인 최종환 작가이다. 그녀의 이름이 남자라서 오해도 많이 받지만, 실제로 어머님께서 ‘어른이 되어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하라’는 의미로 남자 이름으로 지어주셨다고 한다. 어머님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최종환 작가는 자신의 작품 활동을 통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면서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작가생활을 해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 대표 예술작가로 우뚝 서다

최종환 작가는 수도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18년 4월 16일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특이하게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콜라보 전시회를 개최하여 스님과 수녀가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작품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당시 전시된 작품은 설정스님이 직접 쓴 ‘수처작주(隨處作主), 삼처전심(三處傳心), 처염상정(處染常淨), 세계일화(世界一花)’ 등 18점의 선필이 최 작가의 손길을 거쳐 금속공예 선필로 재탄생했다.

설정스님은 “금속공예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는 수녀님이 그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전해줄까를 생각하고 있을 때 제 글씨와 만나게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겸허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모든 생명과 함께 공유하고 회통하는 것이 종교인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개인전은 지난해 연말에 이뤄졌다. 2023년 11월 19일 최종환 작가는 예당저수지가 있는 디에이치리조트 내 후광갤러리에서 전시됐다. 당시 전시회는 작가가 그동안 작품 활동하면서 소장한 비구상과 구성의 회화뿐만 아니라 시화, 금속공예, 장식용 도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했다.

주제는 ‘나를 평안하게 하는 것’.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최되었다. 개인전은 두 번뿐이지만, 이 짧은 기간에 그녀는 단번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일단 다양하고 화려한 수상 내역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초대작가상), 아세아 국제조형전 (조형예술 대상) 대한민국 신미술대전(초대작가상, 특선2회, 입선), 엔젤리스 국제살롱전 (창작 예술상), 아세아 국제미술제(창작예술상), 한국 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표창장)을 받았다.

특히 그녀는 대한민국 미술협회 예산지부, 국제예술교류협회, 이형회,초월영성회 회원으로 활발한 교류를 벌이고 있다.

예당관광농원 김진식 회장과의 인연으로 갤러리 관장이 되다

제가 청담동 갤러리에서 ‘천지창조’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을 때 친지의 소개로 저의 전시회에 찾아오신 김진식 회장님은 저의 금속공예와 비구상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작품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시며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예당관광농원내 후광갤러리에서 특별히 2개월간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현재 후광갤러리에 있는 금속공예 작품을 사주셨습니다. 이후 저는 병풍을 선물했고 그렇게 해서 인연이 되었습니다.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친 후 얼마 지나서 김 회장님이 갤러리 운영의 어려움을 직접 말씀하시며 관장직을 제안했을 때 처음에는 저의 작품활동에 지장이 있을까 염려되어 좀 망설였으나, 저명한 예술작가들의 전시회를 유치한다면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이해하며 자신 창작활동의 영역과 깊이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느날 수녀가 되다오늘날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족적을 남기기 전까지, 최종환 작가는 무려 30년을 수녀로 살아왔다.

사실 그녀의 가정환경만 보면 도저히 수녀가 되기는 힘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려 4대 째 불교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운명이었을까? 당시 그녀는 언니와 함께 나환우들 후원회 활동을 하고 있던 어느날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찾았을 때 한 신부와 한 수녀를 만났던 것.

그렇게 인사하고 대화하던 중 신부가 최 작가를 보고 느닷없이 “수녀가 되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 말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음날 우연히 한 카톨릭신자가 포교를 위해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는 것. 이렇게 해서 ‘역사’가 이루어지게 됐다.

이후 그녀는 새벽부터 여의도성당에 다니기 시작했고, 1년 동안 신앙생활을 한 후 영세를 받았다. 그리고 과거 만났던 신부님의 말이 생각나서 결국 수녀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수녀가 된 그녀는 한 복지병원에서 봉사자들을 관리하며 수녀 생활을 해왔다.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영성이 매우 강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집 앞마당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누워서 하늘을 보면서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철학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이후에 저 는 여러 번 죽다가 살아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논에 있는 물두덩이 깊숙한 수렁에 빠졌는데 간신히 올라와 살았고, 뜻하지 않은 큰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지만 다시 살아났고, 수녀원에서는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아 진찰을 받아보니 실명이 된다고 했는데도, 의사의 정성스런 치료와 많은 사람의 기도로 인해서 시력을 잃지 않고 회복했습니다. 정말로 제 인생은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모든 과정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작업들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수녀가 된 것도, 또 지금 작가가 된 것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수녀원 생활을 하던 중 최 작가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서 수녀원을 나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예술적인 끼를 애초부터 알았지만, 그것이 수녀 생활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직감하고 끊임없이 예술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하느님께서도 허락했으니 마음 놓고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신앙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그간 금속공예를 통해서 수녀원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금속으로 성서를 써서 밑바탕에는 그 림을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위에는 십자가 형태로 성서구절을 톱으로 잘라서 입체감있게 표현해 액자로 드러내고 싶습니다.

또 70세 이후에는 한지에다 캘리그라피로 시편을 써서 책으로 내고 싶습니다. 저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다 꺼내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 창작활동의 영역을 확장 해 나가겠다

사실 그녀의 예술적 재능은 금속공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녀원 생활 당시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보고 작사 작곡을 했고 그것이 노래로 만들어서 삼태기가 불렀다고 한다.

또 염색도 배워서 과거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퍼포먼스를 했으며 향후 성서로 그림에 쓸 예정이라고 한다. 결국 그녀의 삶 자체가 예술이 되어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도 앞으로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천연염색 자격이 있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재능을 펼치고 싶습니다. 또 도자기 페인팅, 캘리그라피도 가르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무엇을 더해 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젊은 사람들도 저를 많이 찾아오리라 봅니다. 금속공예를 활용해 젊은이들에게 커플링 반지를 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최 작가의 이러한 헌신과 봉사, 그리고 예술적 재능으로 인해서 후광갤러리 역시 승승장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일단 내년인 2025년까지 모두 전시 예약이 끝나 있으며, 2026년에도 몇 팀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최 작가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리면서 향후에 미술관을 짓고 싶다는 꿈을 얘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후광갤러리는 모든 사람들이 방문하고 미술치료를 하는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또 그분들을 위해 저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맡기면서 살다 보니 하느님께서 이 모든 것에 관여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신비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0년간의 수도원 생활을 마치고 오히려 더 기도도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작품은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