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 총리 이시바 시게루,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International Polics 자위대 강화에 강한 집착 보여 대대적인 변화는 기대 힘들어

2024-12-10     정하연 기자

 

지난 101, 일본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가 제102대 일본 총리직에 올랐다. 그의 집안은 지역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치 가문이다. 아버지 이시바 주로(石破二郎)는 돗토리현 서부에 위치한 요나고(米子)시의 시장을 지내며 지역 정치에 깊이 관여했고, 이러한 배경에서 이시바 시게루도 도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잠시 은행에서 근무하다 자연스럽게 정치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거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일본 역대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한국인의) 좌절감이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

새 총리가 이끄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자위대 강화에 강한 집착 보여

이시바 시게루는 2002년 방위청 장관을 시작으로 농림수산대신, 자민당 간사장을 거치며 2010년대 초반 당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가 총리직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를 상대로 도전했지만, 아베에게 패배했다. 이후에도 일본 언론에서는 이시바가 주요 총리직에 도전 인물로 거론되기는 했었다.

이시바 시게루는 우익 성향이 뚜렷한 일본 자민당 내에서도 약간 다른 성향이 디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강경한 안보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일본의 전후 책임을 강조하고 역사 문제에서 자성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다른 자민당 지도자들과 차별화되는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시바는 자민당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방위와 안보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일본 헌법 9조의 개정을 통해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또한, 외교 문제에서도 일본의 국익을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그는 총리 선거 기간 동안 자위대의 처우 개선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퇴역 자위대원들이 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의 기술과 경험이 국가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위대의 헌법적 명시를 강조하며, 현역 자위대원이 국회에서 제복을 입고 답변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이다. 또 그는 자위대의 역할과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들은 일본과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에게는 다소 불편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자위대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방위청 장관과 방위상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경한 안보 정책을 주장해왔다. 그는 일본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삽입하자는 자민당의 기본 정책을 지지하며, 나아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서 공동으로 운용하는 핵 공유에 대한 논의도 촉구하고 있다. 이시바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설립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반면 그는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2019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서 일본의 전후 책임을 언급하며 문제의 근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총재 선거를 앞두고 출간한 저서에서는 -일 관계에서 합병이 상대국 국민의 자존심과 정체성에 상처를 준 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대적인 변화는 기대 힘들어

뿐만 아니라 과거 일본이 독립국이었던 한국을 병합하고, 강제로 이름 등을 바꾸는 일이 있었다”,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마주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고 말하는 등 한국의 입장과 매우 유사한 주장을 하곤 했다.

이러한 이시바 시게루의 당선에 대해서 일단 국내 전문가들은 그리 나쁜 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경우에는 다소 환영에 가까운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한일 양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인 만큼, 우리 정부는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그가 한국이 기대하는 만큼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2025년은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관계에 영향을 미칠 여러 현안들이 결정되는 시기다. 무엇보다 인접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의 종료가 통보될 수 있으며, 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금과 관련된 재판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일본 전문가들은 이시바 총재가 이러한 현안들에 대해 기존 일본 정부의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민당 내 파벌 구도와 지지 기반이 부족해 그의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미치기는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시바 총재가 강제 동원이나 위안부 문제와 같은 민감한 역사 문제에서 일본 정부의 기존 강경 태도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외교 정책은 아베 전 총리에서 기시다 총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큰 방향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시바 개인의 입장이 투영되어 한-일 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일본 전문가인 최은미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신내각의 외교안보정책과 한일관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발언들은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지만, 자민당을 대표하는 총재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로서 이와 같은 입장을 다시 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이시바의 발언은 정론(正論)에 가깝지만, 어떠한 사과, 어떠한 책임, 어떠한 행동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타나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대법원 판결 관련 강제징용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이후, 한국이 바라는 물컵의 반잔, ,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 법적 책임 인정, 일본 기업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일본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결국 긍정적인 기대 자체는 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 관계 협력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의 협력 관계는 이미 일정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이시바 총재 역시 이러한 기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