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조국혁신당에는 어떤 기류가 흐르는가?
Polics ‘고인 물’ VS ‘상한 물’ 공격 동일한 목표가 갈등 잠재울 수도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가장 돌풍을 일으킨 정당은 단연 조국혁신당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 당국에 의해 만신창이가 됐던 조국 대표가 등장해 그와 같은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혁신당과 민주당은 철저한 ‘한 몸’이라고 생각했고, 둘 사이에서 균열이나 이탈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차피 애초의 뿌리는 민주당이었으며, 모두 ‘반(反) 윤석열 정권’의 한 대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혁신당이 본격적으로 민주당과 경쟁을 시작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완전한 ‘한 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인 물’ VS ‘상한 물’ 공격
문제는 지난 10월에 치러진 재보궐선거였다. 조국 대표는 8월에 있었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은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야당들, 특히 민주당과 경쟁하며 협력하겠다.”라며 이른바 ‘호남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명백한 선전포고다’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무엇보다 조국 대표의 다음과 같은 말이 민주당을 더욱 자극했음이 틀림없다.
“호남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일당 독점 상태다.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 한다. 앞으로 조국혁신당은 누가 더 좋은 사람과 정책을 내놓느냐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조 대표는 “애국 시민과 민주진보진영이 싸우고 물리쳐야 할 대상은 명확하다. 기득권, 짬짜미, 연고주의”라는 발언에서 민주당은 더욱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말에는 다분히 민주당을 비판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호남에서 ‘민주당이니까 찍어달라’거나 반대로 ‘민주당만 찍지 말고 우리도 찍어달라’는 낡은 접근법을 벗어날 때가 됐다. 민주당은 호남의 발전과 비전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호남의 대표 정당이 될 것이다. 민주당을 찍어야 우리 지역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에둘러 말하고는 있지만, 조국 대표의 말에 딴지를 거는 발언임은 틀림없다. 또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혁신당의 ‘고인 물’이라는 표현에 맞서 혁신당을 ‘상한 물’이라고 표현하며 맞서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목전에 두고 10월 지방 재보선부터 경쟁 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될 것이다. 지금은 경쟁이 아니라 단결해서 정권 교체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말은 ‘지금 우리는 경쟁할 때가 아니라’는 부드러운 비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후에도 둘 사이에는 사소하다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신경전도 있었다.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날 조국 대표가 국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 대표의 자리를 사진으로 촬영하면서 “조국 대표는 왜 안 오는 거야?”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 역시도 중요한 자리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점은 한 몸인 줄 알았던 민주당과 혁신당이 이렇게 대립하자 지지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두 당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혁신당이 스스로를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함께하면서 더욱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0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갈등과 분열의 양상에 짐짓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일한 목표가 갈등 잠재울 수도
이러한 갈등의 양상에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과거 민주당이 과거 4·10 총선 이후 교섭단체 인원을 20명에서 10명으로 줄이겠다고 조국혁신당에 약속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바로 이런 사건이 앙금으로 남아서 지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이냐는 지적이 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분명 혁신당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기는 하다. 스스로 교섭단체가 되어 국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정당의 미래도 더 확실하게 다질 수 있지만, 민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러한 포부와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균열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우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 정치권의 전반적인 형국이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최대 목표는 바로 ‘윤석열 정권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겉으로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탄핵을 바라고 있는 상태이고 혁신당은 처음부터 ‘3년은 너무 길다’며 탄핵을 예고했다. 보통 외부의 적과 원대한 목표가 있는 상태라면 내부의 균열과 갈등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갈등은 스스로가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단일대오’가 흐트러진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면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잠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정당의 태도와 행보는 결국 지지자들의 의지에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정당의 대표라고 해서 정당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고, 싸우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다. 결국 정당의 주인인 지지자들의 의도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서로를 향해 설사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지자들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강한 결속을 원한다면 결국 두 정당은 그러한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관계에 대한 일반론으로 보더라도 민주당과 혁신당의 갈등은 크게 비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인간관계 역시 서로 말싸움을 하거나 투닥거린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헤어지거나 이혼을 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갈등의 과정이 서로에 대해서 더욱 잘 알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되면서 전체적으로 봐서는 순탄한 길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두 정당의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반사이익을 얻는 곳이 없다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이 내부에서 분열이 있다면 이는 해당 정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며 여기에 대한 반사이익은 야권이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혁신당의 갈등은 다소 다른 차원이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한동훈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전체 민주당 지지자 내부에서 ‘민주당도 혁신당과의 경쟁을 통해서 더 발전하면 좋지 않겠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서로에 대한 내부 경쟁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촉진될 가능성마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같은 진영’, ‘단일대오’가 견고하게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는 야권의 입장이라면, 결국에는 내부의 갈등을 잠재우고 하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