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는 기자들, 소스는 어디에서, 왜 나오는 것일까?

Social 지지 기반 붕괴될 때 많아지는 단독 기사 뉴스 소비자도 비판적 태도 취해야

2024-12-10     정하연 기자

 

기자들에게 있어 단독 기사란 다른 매체나 기자가 보도하지 않은 독점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를 의미한다. 이는 해당 기자나 매체가 취재한 특별한 정보나 사실을 독자에게 최초로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 매체들에 비해 정보의 신속성과 독점성을 강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사이다. 무엇보다 단독 기사는 독창적인 취재력과 소스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되며, 미디어 업계에서 기자의 신뢰도와 권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단독은 자신의 명예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복잡한 현실과 전략이 담겨 있다.

 

지지 기반 붕괴될 때 많아지는 단독 기사

지난 9월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단독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JTBC, MBC, 뉴스타파, 뉴스토마토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이를 통해 명태균’, ‘김대남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고, 그간 대중들이 몰랐던 김건희 여사의 여러 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권 전체는 혼돈으로 빠져들었고,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 심해졌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탄핵언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바로 이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류의 단독 기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 자료에 의한 단독 기사, 그리고 그간 여권을 돕던 사람들에 의한 단독 기사라는 점이다. 사실 정권과 여당이 탄탄한 지지율을 가지고 있을 때는 이렇게 검찰이나 내부자들에 의한 단독 기사가 그리 많지 않다. 모두 서로 묶여있고 단결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부의 문제를 기자들에게 제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검찰 내부에서 자료가 유출되고 내부자들이 기자들에게 증언하고 녹취록과 메신저 대화 캡처 화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9월부터 윤 정부와 여권을 비판하는 단독 기사가 쏟아졌다는 말은, 곧 그 지지 기반이 붕괴하고 있으며, 그들의 단결력이 와해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단독 경쟁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기자들은 치열한 취재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크게 이슈화될 수 없었던 사소한 문제들이 모두 기사화가 되면서 자신들도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와 여권은 이제 난타당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독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검찰이 현 정권을 공격하려고 할 때에도 단독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2019년에 벌어진 조국 사태였다.

당시 민언련에서 언론을 모니터한 결과, 법무부 장관 임명 다음 날인 지난 10일부터 압수수색 다음 날인 24일까지, 15일간의 신문과 방송에서 나온 조국 관련 단독 기사를 조사해보니 모두 총 166건의 단독보도가 나왔다. 15일 동안 166건의 단독보도가 나왔으니 거의 하루에 대략 11건씩 새로운 소식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간 기자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취재해 오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시기를 봐서 터뜨린 것일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 기자들은 단독 경쟁도 해야 하지만 속보 경쟁도 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이 취재한 것을 일부러 묵혀 놓는 일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류의 단독에는 또 다른 배후가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 소비자도 비판적 태도 취해야

당시 민언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사들이 검찰법조계로 출처가 표시됐다. 이 말은 곧 내부의 누군가가 자료를 유출하고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때에는 여권에 대한 지지가 균열이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검찰이 특정 정권을 겨냥했을 때라고 볼 수 있다. 수사에 관한 정보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검찰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싶을 때 그 정보를 활용해 공격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이제는 우리 언론 환경에 단독이 남발되는 문제도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모 방송국의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연예 기사에 무의미한 단독을 붙이는 관행이 시정되어야 함을 지적했고, 또 다른 기사와 비교해 유독 단독일 부분도 없는데 단지 차별화를 위해 단독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 최근 한 언론사는 한 배우가 상을 받은 후 그 배우를 인터뷰한 내용에 단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이 아닌 이상, 특정 배우를 인터뷰하는 것에 단독이라는 말의 의미에서는 맞겠지만, 그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기사가 단독을 남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단비뉴스>에서 언론진흥재단의 기사 데이터베이스인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2023315일을 기준으로 1년 동안의 기사들을 조사한 결과 제목에 단독이라고 표시한 기사는 18,473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에 쏟아진 단독 기사만 50여 개에 이른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가장 단독 기사를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서울경제>1,351개였다. 1,000건 이상을 보도한 언론사는 모두 세 곳이었는데, <매일경제> 1,347, <중앙일보> 1,226, <동아일보> 1,206개였다.

어떤 점에서 봤을 때 진정한 단독의 가치가 없으면서 이렇게 단독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의견도 있을 정도다. 그것은 마치 과자를 팔면서 성분과는 거의 상관없는 과장된 표현으로 과자의 구입을 유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언론의 관행이 유독 한국에서만 행해지는 관행이다. 일본에서도 단독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고 있으며, 굳이 해야 한다면 기사 내에서 우리가 알아냈다는 정도의 문장을 삽입하는 정도이며, 미국의 경우에도 몇 개월 동안의 탐사 취재를 통한 폭로에 관한 보도 정도가 되어야 독점(exclusive)’이라는 정도의 표기를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재 우리 언론은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단독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단독] 수원 연립주택서 세 모녀추정 여성 시신 3구 발견이라는 기사 제목이 그렇다. 과연 누군가가 사망했고, 그 사실을 알리는 것에 이런 타이틀을 다는 것이 윤리적이냐는 점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독이 의미가 없는 것은 전혀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사들은 유의미하게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사회적인 파장이 큰 것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빠르고 정확하게 뉴스를 알려야 한다는 언론사 본연의 설립 취지에도 맞다. 다만 뉴스 소비자들 역시 단독에 얽혀있는 여러 이면의 배경들을 감안해서 이들 기사를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