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신경 쓰지 않는다? 지지율이 중요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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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는 일은 매우 일상적이다. 특히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지지율이 등락한다. 하지만 이 지지율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어차피 국민들은 표피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여기에 너무 신경 쓰면 대통령이 할 일을 못 한다’는 관점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개혁의 과정에 대해서 이런 관점이 강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대통령은 미래에 국민들에게 가져올 복지에 대한 강인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인기가 없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하며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와 같은 말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그 지지율이 끊임없이 하락하거나 최저치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율 20% 수준은 비정상적인 상황
지난 9월과 10월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여론 조사 기관을 막론하고, 특히 보수 성향이나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라는 말은 상황이 매우 악화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되어 있는 지역, 혹은 연령대에서의 지지율 저하, 그리고 중도층에서의 지지율 저하는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11일(공휴일인 9일 제외) 나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5.8%였다. 역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심각한 점은 부산·울산·경남에서 2.4%가 하락했고, 70대 이상에서 6.2%, 60대 이상에서 4.0%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중도층에서조차 3.8%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전 세계 평균으로 보아서는 매우 낮은 수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대체로 지도자들의 인기가 좋을 때는 50%대를 보이고, 나빠질 때에는 40% 정도 수준이다. 그 이상으로 오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20% 수준이라면 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지율을 올리려는 그 어떤 노력도 이제 국민들에게는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요한 것은 이 지지율이 단순히 숫자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흔히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정치인은 현장에서 몸을 쓰면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재해가 생겼다고 본인이 직접 수해복구 작업을 하지도 않는다. 말을 통해 의제를 설정하고, 공무원의 충성을 끌어내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승리를 한다. 문제는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대통령이 하는 말의 힘이 바닥을 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자녀가 신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 말을 듣지 않는다. 앞에서는 듣는 척하지만, 시키는 일도 하지 않고 속으로 비웃거나 조롱하는 일까지 생기기도 한다.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말을 비웃거나 조롱하는 일이 생기면 어떨까? 이는 그 자체로 국민들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악순환과 총제적 난국 시작돼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은 단순한 행정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제도 내 다른 권력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다. 폭주하는 기관을 자제시키고, 침체되어 있는 기관을 활발하게 활동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러한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며, 각 국가 기관의 역할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이 역시 결국 국민들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외교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정치와 경제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가의 외교적 위상을 결정짓는다. 특히 경제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대통령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세계 경제의 흐름이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외교적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특정 대통령이 자국에서의 지지율이 매우 낮으면 어떨까? 다른 나라의 대통령도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고, 어떤 외교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해도 별반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지지율 하락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언론과 국민들로부터의 비판이 심화되고, 언론은 대통령의 실정과 문제점을 부각하고, 이는 지지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언론이 경쟁적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실을 경우, 이는 더 큰 지지율 하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면 대통령이 속한 정당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차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는 당내 인사들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거나 반대 의견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정부에서 적지 않게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온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해당 정당의 선거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정부는 여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려, 지방선거나 총선 등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의 사태가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낮은 지지율로 인해 이제 우리 사회에서 탄핵이라는 용어가 ‘뉴노멀’이 되어버렸다. 너무도 흔하게 쓰이고, 많은 사람들이 별 거리낌 없이 입에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탄핵이 이제는 일상적인 정치적 논의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탄핵 전야’라는 말도 나오고 있고 또 10월 중순 재외동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야권 정치인들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권 정치인들도 ‘지금 야권이 탄핵을 위한 빌드업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스스로 탄핵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사실 탄핵이라는 말 자체는 거의 금기에 가까운 단어나 마찬가지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 권력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한 국가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탄핵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과 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는 10월 15일 사설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어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5.8%로 2주 전 최저치와 동률이었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는데 이런 지지율로 국정 운영은 어렵다. 김 여사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정권의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비상한 각오로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지지율에 신경 쓰며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