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바다.’ 우리가 사는 공존의 이유

2024-12-15     이승은

 

“더위야 잘 가”하며 작별인사가 이례적으로 길다. 9월의 폭염과 이상기후로 인해 지구 안에 생태계는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의 신음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해양 생물들이 아우성이다. 바다와 이상기후는 얼핏 서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주제는 사실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는 일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은 기후위기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여름이 기상 관측이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평균 기온, 평균 최저 기온, 열대야 일수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지구 전체 온도는 1도 정도 올랐을 뿐인데 우리가 느끼는 체감은 정말 심각하다.
파리 협정에서 지구 평균 온도를 1.5도 이상 올리지 말자고 약속을 했지만, 많은 기후학자들은 실질적으로 1.5도가 조금씩 넘어가고 있고, 이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보고다. 현 시점에서는 2도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측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 위험을 대비하지 못한 채, 빠르게 도착한 미래를 맞이해야 할 상황이다. 

바다는 기후조절자라고 말한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덮고 있을 만큼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깊이도 평균 수심이 수 천 미터가 될 만큼 깊다. 해수면 위로 대륙이 올라와 있으며, 그 대륙은 해발 고도보다도 몇 배 더 깊기 때문에, 부피가 어마어마하다. 또 지구상에 있는 물의 97%가 바로 바닷물이다. 이 거대한 바닷물이 움직이면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해양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우리가 지구 대기에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온실가스 농도를 높였다. 온실효과가 강해지면서 지구 안에 열에너지가 축적되는데, 그중 대부분이 바다에 흡수된다. 온실가스 문제는 대기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해양 환경의 문제로 이어진다.

바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열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 바다의 환경이 바뀐다. 일단 수온이 올라가고, 수온‘숨 쉬는 바다.’ 우리가 사는 공존의 이유.생물들이 아우성이다. 바다와 이상기후는 얼핏 서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96내지_11월.indd 96 2024. 11. 12. 오후 3:45이 올라가면서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도 올라간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에 들어가면서, 해수면을 올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탄소가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바닷속 화학 성분도 자꾸 바뀌고 있다. 이런 일들이 해양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이런 거대한 해양 환경의 변화들은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수온이 올라가면 해양 순환이 변한다. 사람도 혈액 순환이 잘 안되면 건강할 수 없듯이, 지구도 마찬가지로 해양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곳곳에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으로 나타난다. 비가 안 오던 곳에 비가 너무 많이 온다거나, 비가 자주 오던 곳에 비가 안 와서 가뭄이나 산불이 발생하고, 2020년대 이후로 이런 이상 기후 현상들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후에 적응하기가 힘들 정도로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적응만 해서는 안 되며,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 

해양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바닷 속 생태계가 건강하면, 탄소 흡수력이 높다. 그런데 최근 해양 오염으로 인해 바닷속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서, 소 흡수력이 많이 떨어지고,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되살려 바다의 탄소 흡수력을 높이자는 게, 주목받고 있는 자연 기반 해법이다. 해양 오염 물질인 탄소, 질소, 인 등이 과다해지면서 플랑크톤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 바다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부영양화, 온실가스가 바다에 너무 많이 녹아들어 산도를 떨어뜨리는 해양 산성화, 백화 현상 등이 있다. 그러면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개인이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노력들도 물론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절망은 금지다. 우리 모두는 유권자이고,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모여 정부와 기업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다 연결돼 있다. 바다 생태계가 망가지면 인간도 살 수 없으며, 또 기후 문제에 있어서도 바다가 정말 중요하므로, 바다를 빼놓고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다를 너무 모르고 있다. 아직 우주보다 더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고 있는 게 바다이다. ‘숨 쉬는 바다.’ 이것이 인류가 공존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