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빠진 이유
Polics 취임 초기부터 극우 유튜버와 친밀 국민의힘 의원들 믿지 못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12·3 계엄의 밤. 그날 최초로 군대가 투입된 곳은 다름 아닌 선거관리위원회였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국회 투입 병력인 280명보다 더 많은 300여 명이 선관위 과천청사와 서울 관악청사, 수원 선거연수원에 진입했다. 계엄군이 느닷없이 선관위에 들이닥친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용태 전 국방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일부 보수단체와 극우 유튜버들이 꾸준히 주장해 온 총선 개표 조작 의혹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다. 왜 그는 심리적으로 유튜브에 의존하기 시작했을까?
취임 초기부터 극우 유튜버와 친밀
윤 대통령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그는 취임 초기부터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22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봉규TV’, ‘너알아TV’, ‘가로세로연구소’ 등 극우 유튜버 30여 명이 초청되었다. 이러한 초청은 대통령실이 이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2022년 7월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폄하해 논란이 된 유튜버 안정권 씨의 친누나가 대통령실에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인정하는 것은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며 반헌법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초기부터 극우 유튜버 및 극우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유튜브는 그 자체로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심리적 의존성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튜브는 개인의 관심사와 선호도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사용자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며 플랫폼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중독성을 유발한다. 더 나아가, 특정 채널이나 콘텐츠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는 ‘확증 편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유튜브는 이를 강화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사용자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결국 윤 대통령 역시 이러한 유튜브의 중독성은 물론이고 극우적인 시선과 관점에 경도되고 그것이 계속해서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푹 빠진 것은 큰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령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하고 서버를 확보하려는 것 역시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극우 유튜버들은 총선 때마다 보수 후보 낙선 배경에 부정선거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 극우 유튜버는 4·16 총선을 앞둔 3월 사전투표소 40곳 이상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그는 선관위가 투표자 수를 속이는 것 같아 확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점은 여러 차례의 검찰과 경찰 수사,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경찰은 4·15 총선과 관련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지난 8월 고발 사건을 불송치 처분했으며, 검찰 역시 경찰의 기록을 검토한 뒤 추가로 확인할 사안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2020년 총선 당시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결국 한국에서 부정선거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기 진영의 낙선이 억울하며 선거 부정 때문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믿지 못해
그러다 보니 과거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부정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2022년 3월 대통령 후보 당시에도 이런 발언을 했다.
“여러분께서 재작년 4·15 총선 때 국민의힘이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전 선거가 좀 부정 의혹이 있지 않는가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희가 철저하게 감시하겠습니다. 만약에 그런 시도라도 한다면, 이 사람들 부정선거를 만약에 획책한다면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같은 시기, 경기도 의정부에서도 이런 발언을 했다.
“저 투표 관리는 저는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다른 곳은 썩어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합니다. 우리나라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상적인 선관위가 맞습니까? 나라가 곪아터지고 멍들어도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여러분. 아무리 썩어도 사법부, 언론,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립을 지키고 살아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부정선거를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부정선거만이 아니다. 극우 유튜버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조작설, 이태원 참사 불순 세력 개입설 등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자신들만의 ‘망상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빠진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생 검사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적 기반이 매우 약하다. 물론 대중적인 인기는 있었지만, 그런 인기는 사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물거품 같은 것이기도 하다. 또한 주변에 여당 정치인, 친윤 정치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그들이 자신을 배신할 수 있다고 여겼다. 실제로 자신이 수사 검사로 투입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여당 의원들이 먼저 돌아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입장에서 현 국민의힘 의원들을 100% 신뢰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는 극우 유튜버가 오히려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비상계엄령 이후에도 극우의 시선이 반영된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데이터 조작’ 등의 표현은 극우 유튜버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의 탄핵 재판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이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게 되고, 그것이 또다시 극우 유튜버들의 채널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며 극우 세력들에게 더 강한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참혹한 장면을 지켜본 그들은 이렇게 해서 더욱 분노를 키우고,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며 한국 정치에 또다시 분열적 시선을 주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어둡지만, 그가 세상에 풀어 놓은 극우적 시선은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