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 왜 시민들은 촛불을 들지 않을까?

Social 탄핵은 안된다는 자신감? 민주당도 후폭풍 우려

2025-01-02     이윤서 기자

지난 11,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 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028일 가천대학교 교수노동조합의 시국 선언을 시작으로, 100곳이 넘는 대학이 이에 동참했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시국 선언에 참여했으며, 98개 대학에서 대자보 게시와 함께 공식적인 선언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교수, 학생, 노동조합 등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며, 정치적 책임과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교육, 경제,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국가의 민주주의와 시민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박근혜 정부 말기의 대규모 촛불 집회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퍼지고 있지만, 그 파급력은 과거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이 10%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왜 대규모 탄핵 집회는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탄핵은 안된다는 자신감?

지난 11월 초, 조국혁신당이 정리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는 총 17가지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통성 부정,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방치, 거부권 남용, 입법권 무력화, 관세청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비리 묵인 및 방조, 공수처 무력화, 대통령 관저 증축 관련 불법 행위 묵인, 당무 개입, 명태균 게이트 등이다. 조국혁신당의 관점에서만 보면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현재 전국에서 집회도 진행 중이다. 119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이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를 필두로 매주, 그리고 전국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자체에서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신감이라는 점이다. 과거 보수 정권이 한 번 탄핵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번에 또다시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보수는 정말로 궤멸의 상태에 접어들 수가 있다. 하지만 보수 세력들이 이런 상태를 두려워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 대통령이 절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조한 탄핵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러한 걱정을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지 않다. 만약 보수 궤멸의 상태로 접어들 경우 자신들의 다음 국회의원 임기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한 보수 성향의 주요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세력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싣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듯,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도 국민의힘 108명은 똘똘 뭉쳐서 다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단단하게 뭉쳐 있는 한, 국회에서의 탄핵안 통과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탄핵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한 민주당의 부담감도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시위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자제한다. 혹시나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용 탄핵이라는 프레임에 걸려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특검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어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데 집중하지만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도부는 탄핵을 섣불리 제기할 경우 보수층의 역결집을 초래하거나, 당내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략적 시도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도 후폭풍 우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탄핵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특검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의 의혹과 위법 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당의 공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여론이 더욱 성숙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 역시 탄핵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발생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불안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번 겪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특히 탄핵을 둘러싸고 국민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대통령 탄핵이 가결될 경우 직무 정지로 인해 정부의 주요 정책 집행과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경제적 혼란도 간과할 수 없다. 탄핵으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식시장, 환율, 국채시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민생 문제나 사회적 개혁 과제가 탄핵 이슈에 밀려 뒷전으로 밀릴 우려도 있다.

광범위하고 대규모의 탄핵 시위가 벌어지지 않는 이유로 과거 탄핵에 대한 실망감이 지적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연 인원 17백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지금은 다시 윤석열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도대체 바뀐 게 뭐냐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평론가 이철희는 최근 출간한 저서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탄핵 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탄핵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야당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현재 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상태에서 탄핵을 서두를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들이 야당 역시 실망을 안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탄핵 시도가 자칫 여야 간 정쟁으로 비쳐질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결국 윤석열 정부 퇴진에 대한 여론이 충분히 더 성장하고, 여권의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민주당이 탄핵 후폭풍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탄핵 열차가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국민들 사이에서 탄핵으로 인한 후폭풍보다 현재 윤석열 정부로 인한 혼란이 더 크다고 느껴질 때 대규모 촛불 시위와 함께 본격적인 탄핵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당원 게시판논란으로 강한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탄핵안 통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