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는 어떤 세상일까?

영토 침략 야욕까지 드러내

2025-04-08     정하연 기자

International

 

트럼프 2기는 어떤 세상일까?

한국 시간 121,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8)의 취임식이 열렸다. 4년 만에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의 전례 없던 행보와 리더십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두 손 벌려 환영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이들은 바짝 긴장하면서 향후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명 트럼피즘으로 불리는 그의 정치적 스타일은 극단적인 자기중심주의적이며, 상대를 압박으로 밀어붙이면서 굴복시키는 스타일이다. 특히 손해와 이익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트럼프는 돈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발아래에 두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가 새롭게 만날 트럼프 2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까?

국제 기구 연이어 탈퇴 밝혀

트럼프 1기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스타일은 가히 전례 없었던 것들이었다. 극우 포퓰리즘과 반지성주의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와 군사·외교적 고립주의가 폭력적으로 실시됐다. 여기에 다자주의 질서를 무시하는 보호무역주의는 그 악명을 떨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극단적인 반이민 정서 역시 확산됐다. 다수의 나라들에게 이민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포용하는 척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반대하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반이민주의를 노골적인 정치 구호로 만들어 버리면서 지지층을 흡수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반대자들이 언급하는 많은 내용을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생각에 기초한 망상을 퍼뜨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세계는 온통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본 것은 전반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첫날부터 기후변화 협약에서 재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 국가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아젠다이지만, 트럼프는 이마저도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음을 만방에 알렸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의 분야에서도 트럼프는 별 관심이 거의 없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엔 인권이사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탈퇴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러한 기구들은 인류가 최소한의 협력과 평화, 연대를 위한 기구들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런 인류의 가치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의 미국에는 우방이라는 것이 없는 듯 보인다. 트럼프는 그간 미국의 오랜 동맹이었던 캐나다에도 25%의 관세를 예고했고, 마치 그것이 싫다면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한 국가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최악의 조롱이자 주권 침해에 다름 아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를 보는 캐나다인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민주주의라는 체제 자체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각 행정부의 요직에는 최측근을 앉히면서 능력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심지어 과거 의회 폭동 사건에 대해서도 대규모 사면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정해진 민주주의의 절차, 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식도 모두 저버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을 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물론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행보가 이럴 줄 몰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1기를 겪으면서 트럼프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의 절반이나 트럼프를 지지했다. 여기에는 사실 매우 정확한 근거가 있다. 트럼프라는 강력하고 독재에 가까운 지도자가 아니면 미국은 앞으로도 전 세계의 여러 요구에 휘둘리면서 자국의 이익을 침탈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세상의 기득권을 누려왔던 보수적인 백인 집단이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 트럼프를 자신들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고 여기고 있다. 트럼프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시원시원하고 확실하게 나의 이익을 지켜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토 침략 야욕까지 드러내

무엇보다 트럼프가 기용한 인물들을 보면 향후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체로 주류 보수주의자들을 장관에 임명하고 있는데, 그들의 특징은 감세, 정부 지출 축소, 화석 연료 선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견제하며 반이민 정책을 선호하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제까지 진보가 이끌어 오던 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들은 자유 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오늘날 이러한 정책들은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내부의 사정은 한국이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또다시 격화되는 미국-중국 무역 전쟁으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입는 일이다. 과거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은 좋은 무역 상대였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에 수출을 하면서 무역 흑자를 이뤄냈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면서 과거의 안정적인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기술을 전수받은 중국은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점점 기술력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제는 상당한 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이미 앞지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니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무역 흑자를 이루기는 힘든 상태가 되었다. 2023년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게 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도 호조를 보였지만, 앞으로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서 이것조차 확신하기는 힘든 상태가 됐다. ‘아메리칸 퍼스트로 대변되는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 그 여파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가속화되면, 중국은 내수 위주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나라의 무역 역시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트럼프 2기에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모습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국제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가 원칙이었지만, 이제 그것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할 것이다. 우린 이곳을 소유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심지어 필요하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도 했지만,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 이는 영토 침략이나 반인도적인 범죄에 가깝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상이라고 평가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영토 침략에 가까운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앞서 트럼프는 파나마와 그린란드 역시 미국의 편입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트럼프는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영토의 측면에서도 세계를 침탈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며, 재선을 통해 8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미국이 이끌어가는 세계 질서가 또 한 번 폭풍에 휩싸일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