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s 조기 대선 국면에서 뜨는 김문수

2025-04-08     정하연 기자

 

최근 보수 진영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단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한마디로 자고 일어났더니 지지율 1라고 할 만한 현실이 실제로 벌어졌다. 실제로 김 장관이 스스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했던 일은 거의 없다. 현직 장관이라 정치적 발언을 자주 할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설사 하더라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대답 수준이다. 대단한 폭탄 발언이 없었고, 보수층에 어필할 만한 놀라운 행보를 보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지지율 상승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학생운동, 노동운동으로 시작

현재 김문수 장관은 차기 여권 대선 주자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10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6~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무선 자동응답 방식(ARS)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문수 장관이 25.1%, 유승민 전 의원이 11.1%, 오세훈 서울시장이 10.3%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7.4%에 불과했다. 2월 한 달간 갤럽 조사는 더욱 극적이다. 과거 2%에서 11%로 급등했다. 여느 정치인이라면 환호할 만하지만, 정작 본인은 매우 차분하다. 그는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답답하니 그렇게 응답하는 것 같다.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는)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김 지사는 오랜 시간 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그간 아주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의 이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노동 운동에 대한 투신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졸업 후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과 민주화운동청년연합 활동을 하며 노동 운동가로 활동했다. 이후 제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고, 16대에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이때부터 서서히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31대 경기도 지사에 당선된 후 32대 재선되면서는 극우 보수 이념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한동안 그의 이름 석자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하면서 그 존재감이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2022년 갑자기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화려한 복귀를 했다.

김 장관이 지금 갑작스럽게 뜨는 이유는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보수의 정서와 관점을 흔들림 없이 대변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2009년 경기도 지사 시절에는 월례 조례에서 쌍용차 노조 파업을 자살 특공대라고 지칭했고,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는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 지나치게 일본과의 관계를 나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광화문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에는 죽음의 굿판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노동부 장관 후보 인사 청문회에서는 일제 시대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는가”, “일제 시대 당시 우리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그는 결국 노동부 장관에 임명됐고, 윤석열 정부 운영에 적지 않은 일조를 했다.

배신하지 않을 사람 원해

중요한 점은 김 장관이 단지 보수층이 좋아하는 말을 했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관점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실 보수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건을 겪으면서 배신자에 대한 지긋지긋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유승민 전 의원이 그랬고, 이번에는 한동훈 전 대표를 배신자로 취급하고 있다. 그들의 배신으로 결국 정권이 망했고, 보수층이 궤멸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보수층에게 필요한 사람은 어떤 압력에도 보수층을 배신하지 않을 든든한 리더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김문수 장관은 제일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큰소리를 치면서 싸우는 그의 모습에 적지 않은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대를 이을 사람으로서도 매우 적합해 보였다. 대통령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와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그는 한동훈 전 대표와는 사뭇 달라 보였던 것이다. 보수층이 보기에는 한마디로 보수의 품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셈이다.

 

무엇보다 김 장관의 지지율 상승에는 강경 보수층의 집결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 더 밀리면 보수는 완전히 궤멸된다는 매우 간절하고 위급한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보수의 관점을 견지하는 김문수 장관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정상적인 보수층의 리더십이 붕괴했다고 단정하고, 극우 세력들이 여권에 몰릴수록 다음 조기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중도층이 결국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택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만약 김문수 장관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되면 토론을 할 자리가 많아진다. 따라서 이미 과거에 했던 여러 극우적 발언을 공격하기가 용이하고, 말을 많이 할수록 또 다른 극우 발언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틈을 타서 다시 망언으로 규정 짓고 공격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자신도 이미 극우적인 시선을 꽤 많이 드러낸 상태에서 김문수 장관까지 여기에 합류하게 되면 민주당에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문수가 여권 대선 주자가 된다면 민주당으로선 무한 땡큐이다. 국민의힘에서 합리적이고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보수층에서도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문수 장관은 비상계엄에 대해 거리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만약 대선 후보에 나와서도 이런 주장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게 되면 역시 중도층의 지지를 흡수하기는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김문수 장관의 지지율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고 마땅한 차기 대선 후보가 없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우선 서둘러 김문수 장관에게 지지를 보내기는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합리적인 보수 후보를 찾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제 일반적인 보수층과 극우 보수층의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선은 필패이기 때문에 김문수 지사가 최종 선택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선거판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김문수 장관이 지금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차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힘든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