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정신건강 문제 없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약 33~35%에 이른다. 가구 수로는 무려 730만 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이 비율은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040년에는 약 40%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1인 가구의 정신 건강 문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경제적 불안정성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취약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비교적 높고, 경제적인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도 2인 이상 가구에 비하면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현재 각 지자체와 민간 단체에서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동시에 1인 가구 당사자들 역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 앞다투어 대안 제시
1인 가구의 정신 건강에 대한 가장 심각한 지표는 바로 ‘자살 생각 비율’이다. 아직 자살을 하지 않고 생각에 머무르는 것이지만, 이는 정신 건강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자살 생각 비율은 18.7%로, 2인 이상 가구의 13.7%보다 높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취약 계층’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개최된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사회정책 공개 토론회에서 ‘신취약 계층’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1인 가구 등도 이러한 취약 계층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연령이 높은 1인 가구의 경우 청년층 1인 가구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1인 가구는 곧 말년에도 ‘고독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없는 한, 다수는 고독사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상 비율은 11.3%로 나타났다. 특히 독거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은 16.1%로, 노인 부부(7.8%), 자녀 동거(15.0%)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독거노인만 힘든 것은 아니다. 20대 고독사의 절반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조사는 상당한 충격을 더해준다.
이에 정부는 독거노인의 고립을 완화하기 위한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다. 하지만 단순한 지원을 넘어 경제적 안정과 함께 사회적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독거노인의 우울감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각 지자체 등에서도 1인 가구의 정신 건강을 위한 다양한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시는 증가하는 1인 가구의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1인 가구 자살예방사업 ‘Alone? All one!'을 인천 전역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고위험군 선별검사, 심층 상담, 그리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종합심리검사 및 전문 심리상담을 통해 1인 가구의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는 지역 기반의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정서적으로 취약한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협약된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해 종합심리검사와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1인 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며 사회적 가족 도시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최근 외로움과 고립을 겪는 시민들과 1인 가구를 위한 소통 공간인 ‘서울마음편의점’을 오는 3월부터 시내 공공시설 4곳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정신건강 위한 인공지능도 개발
대전시에서는 고독사 해결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고 있다. 대전시는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지난해 대전시는 청년층을 위해 정서적 안정과 취업 지원을 강화하며, 사회 적응과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중장년층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파악하고, 생활환경 개선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지원한다. 노인층에는 지역사회 돌봄을 확대하고, 인공지능 돌봄로봇을 보급해 고립감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렇듯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공공과 민간 보험이 협력해 정신질환 예방과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관련 상품 개발과 급부 항목 조정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도 보장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빠른 경제 성장과 경쟁적 환경, 높은 교육열, 1인 가구 증가, 취업 준비 기간의 장기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93만 3,481명으로, 2017년(약 69만 1,164명)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정도로 정신질환이 보편적인 건강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민영보험에서도 관련 상품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실손보험을 통해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등 일부 정신질환이 보장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급여 치료는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 보장 공백을 해소하고, 보다 많은 국민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사보험 간의 협력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가구의 정신건강 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정신건강 관리 인공지능(AI)’까지 출시된 상태다. 2024년 9월,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이의진 교수 연구팀은 1인 가구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이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황 인식 기반 멀티모달 스마트 스피커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용자의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최적의 시점에 정신건강 관련 질문을 하도록 했으며, 총 2,201개의 정신건강 설문 응답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향후 이 인공지능은 인간 상담사와 같은 기능의 정신건강 관리 지원 스마트 스피커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개발해 앞으로 정신질환 조기 발견과 효율적 관리를 가능케 할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의 해소에도 국가와 정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는 ‘가족 해체’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으면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로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