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낙하암

2025-04-09     김치환 시인

 

황산벌 저 끝에는

신라의 흙먼지로 천지를 가르는데

백마강 심연의 사비의 용은

소정방 창끝에서 몸부림치다

여의주를 놓아 버렸다

 

기운이 다한 부여성은

굶주린 이리떼의 아가리 앞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갈 곳마저 잃었다

 

그 끝을 향해 달리는 공포가 있다

연이어 달리는 공포는

3000개의 꽃이 되어

백마강에 흩뿌려져 내린다

 

이제 혼이 되어 버린 절벽은

떨어져 간 핏빛의 꽃잎들을 잔잔히 품고

무심한 나그네에게 그날을 들려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