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s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말 대한민국은 공산화가 될까?

2025-05-22     김현창 기자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이제 여권이든 야권이든 대통령 선거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할 때이다. 물론 이런 선거 기간에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도 있고, 때로는 근거 없는 이야기도 나돌기 마련이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서는 꽤나 오래된 하나의 고정관념이 있다. 바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 ‘이재명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은 공산화된다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요 인사들은 출국 금지되고 복수를 위한 광란의 칼춤이 시작된다라는 주장까지 여과 없이 제기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공산주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유독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이런 낙인이 찍혀 있다. 이는 극히 일부의 극우 보수 세력만이 주장하는 내용은 아니다. 여권에서도 공공연히 나오는 주장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들이 퍼지는 것이며, 과연 보수 세력에게 이런 이야기는 선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까?

 

이재명 후보의 소름끼치는 망언?

지난 20249월 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예배 시간 신도들에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말라고 한 목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당시 그는 이재명은 공산주의를 하겠다고 한다”, “주사파들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누군가 이 정권을 바꿔줘야 한다”, “민주당이 되면 우리는 감옥에 갈 것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1월 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많은 국민께서 지금도 이 정도인데,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라도 하면, 나라 전체가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걱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20243, 한국 문화 안보 연구원 김명수 객원 논설 위원은 이재명의 민낯을 밝힌다는 모닝포커스의 칼럼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재명은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을 해체해야 한다고 선동하였다. 삼성, LG, 현대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따라서 삼성, LG, 현대가 망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처럼 망하게 된다. 이재명은 1% 금수저에게서 빼앗아, 99%의 흙수저에게 나눠주어 공정사회를 이루겠다고 선동했다. 이는 자본가로부터 빼앗아 노동자에게 주면, 공정한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고 주창했던, 레닌의 볼셰비키 공산혁명의 주장이다. () 이재명은 남북 정상이 이미 합의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해야 한다.”라고 선동한다. 궁극적으로 남북 연방제는 최악의 파탄 국가가 되거나 공산 통일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의 남북 연방제 발언은 참으로 소름이 끼치는 망언이다.”

일부 극우 인사들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를 향해 테러 선동하는 폭군 같은 모습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망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결같은 이런 주장의 배경은 '이재명은 공산주의자이며, 그가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일정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일단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려는 일부 세력들의 과도한 프레임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체제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 혼자서 결정하는 일은 아니다. 국민적 동의가 충분히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거기다가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를 고도로 발전시켜왔고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 한 명이 바뀐다고 사회 체제가 공산주의로 바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 대통령의 계엄도 시민들이 막아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공산주의가 되는 것을 국민들이 가만히 두고 볼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고도의 자본주의가 공산화 되기는 어려워

더 나아가 요즘과 같은 글로벌 세상에서 고도로 발전한 나라의 경제 체제를 한 국가가 단독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은 매우 강력한 동맹 체제를 맺고 있다. 국정 간섭까지는 아니어도, 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광범위하고 깊을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에게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한국이 공산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이를 미국 정부가 그냥 보고만 있을 리는 없다.

더 나아가 국가 공무원들의 광범위한 저항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 경제가 공산주의화된다는 것을 막으려는 각종 정부 기관들은 스스로 대통령의 명령에 집단적으로 항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공산주의가 된다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집단은 기업들이다. 이제껏 자본주의 체제에 맞춰서 기업을 키워왔는데 갑작스럽게 공산주의 경제가 된다는 것은 곧 상당수 기업의 국영화를 의미한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렇듯 아주 간단하게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공산주의가 된다는 말은 쉽게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극우 세력들이 이와 같은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한국 사회의 오랜 이념 대립과 그로 인한 기득권의 유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 전쟁 이후 기득권 세력이나 권력 집단은 반대 집단에게 끊임없이 종북’, ‘간첩’, ‘반체제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그래야만 탄압하기에 용이했고, 국민들이 해당 세력에 대해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과연 이러한 프레임이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일반 국민들이 대다수다. 일단 '공산주의화'라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고, 더 나아가 현재 이재명 후보가 정말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비록 '기본 소득' 등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한국만이 아닌, 서유럽 복지 국가에서도 그간 끊임없이 논의되어왔던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기 대선 내내 이러한 공산주의 프레임은 계속해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봐도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와 1:1 대결에서는 최소한 15%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선거 기간 중에 여론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했던 비상 계엄과 파면의 여파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들이 이번 대선 기간에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결국 마지막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공산화된다는 극단적인 극우의 논리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아직 과거 한국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노년 세대에게는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조기 대선의 결과는 향후 한국 정치에서 종북공산화라는 프레임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