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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로 살펴보는 보수의 미래

2025-05-22     이신 기자

 

202563일로 예정된 대한민국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보수 진영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이후,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세력은 리더십 공백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13일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87.6%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44.8%로 가장 적합한 후보로 꼽았다. 이는 보수 진영의 지지층 결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을 보여 준다. 도대체 왜 지금 보수 세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앞으로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드럼통으로 공포감 불러 일으켜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양자 대결에서도 보수 진영은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317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6.9%, 김문수 후보가 18.1%를 얻었다. 다른 주자들도 여세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엇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한 것에 반해 홍준표 후보는 25%, 한동훈 후보는 18.6%였다. 정권 교체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정권 교체 여론은 대체로 55%를 오가고 있지만, 정권 연장 여론은 30~40%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오로지 () 이재명만을 외칠 뿐, 기억에 남는 파격적인 정책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통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염두에 두는 선거라고 말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과거를 되돌아보며 심판을 내리는 회고적 투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의 정책을 보고 뽑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국가에서 인공지능을 만들어 전 국민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 실행 여부를 떠나서 일단 이러한 공약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들은 이재명 후보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구상안을 인식하게 된다. 또 그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만난 것도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던 이재용 부회장이 야권 후보를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감정감을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최근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던 나경원 의원의 경우 정책적 대안이 없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로 드럼통 안에 들어간 사진이다. 드럼통은 흔히 조폭 영화에서 사람을 살해하고 매장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대선 후보 중의 한 명이었던 그녀가 이런 장면을 재현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공포감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보수 진영을 흔들리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국무총리 한덕수 차출론이다. 그가 대선에 나설지, 나서지 않을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이야기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는 점 자체가 문제다. 이미 국민의힘에서 한창 경선이 진행되고 있을 때 튀어나온 이 이슈는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선에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추대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설사 대통령 선거 전에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같은 진영에서 경선을 거친 후보와 경선도 거치지 않은 후보가 단일화를 하는 일은 명분이 없는 기괴한 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극우 보수 세력인 전광훈 목사도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역시 그가 출마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했던 말이다. ‘이재명을 당선시킬지언정,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겠다는 말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전체적으로는 같은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진영에서 하기에는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도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비록 현재는 매우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오르면 그의 존재감이 빛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부터 쫓겨난 전력이 있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할 리도 없다. 결국 국민의힘은 또다시 표를 빼앗기는 형국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탄핵의 강 반드시 넘어야

제일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찬탄 VS 반탄과 관련된 논란이다. 탄핵을 당한 대통령과는 과감하게 손절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정작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직도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탄핵이 인용돼 보수 지지층이 상당히 충격을 받아 국민의힘 후보들이 좀처럼 지지 동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후보들도 계엄·탄핵 찬반 프레임에 갇혀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은 미래 비전 경쟁인데 후보들이 계엄·탄핵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주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흔히 아스팔트 극우라고 불리는 표를 받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욱 열세의 상태로 빠지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되느냐 마느냐도 중요하지만, 설사 패배하더라도 몇 퍼센트 차이로 패배하느냐도 중요하다. 2~3퍼센트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는 것은 그나마 나은 일이지만, 만약 15% 이상 차이가 나면 대패라고 할 수 있으며, 정국의 구심점 역할을 완벽하게 잃어버리게 된다. 심지어 이 정도라면 당 이름을 변경해야 할 정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 심판론에도 걸려 있다. 그간 대통령 내란 사태 이후, 국민들은 선전·선동하면서 위헌을 했으며, 이에 따라 해산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통령 선거 이후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러한 헌법 소원을 제기할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이를 주장하고 있으며 여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만약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우파의 외면을 받게 되면 결국 위헌 정당 심판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현재 보수 진영은 스마트한 선거 전략도 부재한 상태이다. <동아일보>김순덕 칼럼은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신들이 언제 정치에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고 뒤늦게 경선에서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겠단 말인가? 지금은 피눈물로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다. 그런데 마술쇼를 보이는가 하면 일대일 토론, 맞장 토론에선 예능 프로 주먹이 운다방식을 도입한다는 거다. () 그따위로 흥행에 성공할 꿈 꾸지 말고 치열하게, 진지하게, 제발 절박하게 당신들 정당과 나라와 국민과 미래를 고민하는 자세로 밤샘 토론이라도 해야 한다. 구국의 의지와 피를 토할 듯한 언어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기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밤을 새고 볼 것이다. 웃음과 재미는 없어도 좋다. 나라를 구할 의지가 없으면, 있는 척이라도 하란 말이다.’

 

63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는 나라의 새 대통령을 뽑는 날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만약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보수 진영이 선거를 치른다면, 큰 차이로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제 그 이후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이 이러한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민주당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가게 된다. 그래야 정치도 건강해지고, 국민의 여론도 등에 업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견제 장치 없는 민주당의 미래도 스스로 자제하고 자정하지 않으면 어두울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