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탄핵소추, 내란 재판,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뜬 보수 진영 인물들

2025-05-26     정하연 기자

 

지난해 123일 발령된 비상계엄부터, 조기 대선까지. 정신없이 지나간 수개월은 격동의 한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란과 외환이 언급되고, 탄핵소추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인물이 뜨고, 또 과거의 인물이 지기도 했다. 때로는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인물도 있었지만, 진영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보수 진영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 바로 전한길, 김계리 등이다. 여기에 이제는 정치를 거의 떠났던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재소환된 것도 이례적이고 나경원 의원이 극우로 치우치게 된 것도 인상적이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 화제와 이슈의 중심이 된 인물을 집중 살펴본다.

 

김계리의 계몽’ = 김계리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호인단이자 최근 윤어게인신당 창당에 나섰던 인물이다. 그녀의 변호는 인상적이었다. 초기의 탄핵 심판 변호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녀는 증인들을 날카롭게 쏘아붙이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색적인 이력도 부각됐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를 거쳤다는 점과 7년간 사법시험에 도전했던 것도 화제가 됐다. 특히 그녀를 가장 인상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바로 대통령 변호 중 나는 계몽되었습니다라는 자기 고백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였던 자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을 통해서 야당의 폭거를 깨닫고 계몽되었다고 밝혀서 한때 야권 지지층들에게는 계몽 계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탄핵 심판이 끝난 후에는 그녀의 존재감이 별로 드러날 일이 없을 듯했지만, 그녀는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윤어게인 신당창당에 전격적으로 나서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식사 장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그녀가 같은 극우 인사 중의 한 명인 안정권 씨와 나눈 대화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쌍욕에 진영을 불문하고 혀를 내둘렀다. ‘’, ‘과 같은 단어들은 그냥 일상어였던 것이다. 거기다가 같은 진영에서 공을 가로채려는 사람에 대한 가공할 만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부에서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는 정치라고 하더라도 그저 한 아이를 키운다는 평범한 그녀의 언어가 너무 상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대로 정치권에서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7년간이나 끈질기게 사법시험에 도전했던 그녀의 심성으로 인해 결코 가볍게 물러설 사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향후 정치 행보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전한길의 상식’ = 이번 탄핵 사태에서 가장 뜬 인물이라고 하면 단연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꼽을 수 있다. 경북 출신의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쳤고, 이후 유명 한국사 강사가 되었다. 그 스스로 밝힌 수입이 1년에 60억가량이 되기도 했다. 그간에 그는 특별히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일약 우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거듭났다. 다만 그는 자신을 좌파도 우파도 아닌 상식파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활동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파 집회에서 그는 한마디로 명스피커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올렸다. 강의에 최적화된 날카로운 목소리와 유려한 화술로 보수 세력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의 반대로 자신의 정치적 활동을 멈춘다고 말한 바 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정치 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일부 좌파 인사들은 그가 정치를 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중들이 보여준 호응에서 그리 간단하게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홍준표, 김문수 후보를 출연시키고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 행보를 이어나갔다. 무엇보다 그는 전한길 뉴스라는 인터넷 매체를 창간하고 언론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다만 직접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기보다는 향후 광범위한 여권 인사들과의 유대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의 변신’ = 비상계엄령 직후부터 나경원 의원은 강력한 윤 전 대통령의 수호자로 나섰다. 경찰과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날부터 시작해 그녀는 적극적인 저항에 나섰고, 이번 대선 후보로 나서기 직전에 독대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출마 자체에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사실 과거만 해도 나 의원의 경우에는 극우라고 부르기는 매우 힘들었다. 거기다가 윤 전 대통령과의 악연도 있었기에 굳이 그녀가 윤 전 대통령의 편에 선다는 것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극적인 변신을 했다. 그중에서 압권은 바로 드럼통 사건이었다. 조폭 영화에 등장하는 드럼통에 스스로 들어가 이재명과 싸우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그녀의 행동이 지나쳤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나경원 의원이 떨어진 걸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실시간으로 0에 수렴해 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선으로 인해서 나 의원은 자신의 정치 이력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최소한 4강까지는 올라가야 체면이 선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각종 캠프에서 나 의원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해서, 여전히 그녀가 여권 및 보수 진영 내에서는 탄탄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문수의 꼿꼿’ =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대통령 후보에 나서고, 그가 여권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스스로 국민들에 의해서 불려 나왔다고 말했을 정도다. 3선 국회의원을 거친 후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도지사를 한 후 오랜 시간을 야인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느닷없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노동부 장관에 기용된 후 자신의 우파적 관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일제 시대 우리 선조는 국적이 없었다는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에는 꼿꼿 문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무위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께 사과하라고 했을 때, 오로지 그만이 꼿꼿하게 앉아서 사과를 하지 않은 장면은 유명하다. 또 그는 윤 전 대통령 체포 영장에 대해서 현직 대통령인 만큼 기본적인 예우는 갖춰야 하는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 대통령을 완전히 죄인 취급하는데 해도 너무하다. 민심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우파 진영의 환영을 받았다. 이번 조기 대선은 김문수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큰 도약대라고 볼 수 있다. 보수 지지층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입지도 활짝 열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 선거 결과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외에도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서 등장한 전 국정원 2차장이었던 홍장원도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과거 블랙요원으로 활동해서 이들의 존재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권을 넘나들면서 고위 관료의 역할을 했지만, 특별히 정치색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태평하다면 뜨거나 지는 인물도 생기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어질 격동의 한국 역사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