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교육학 겸임 교수, 헬로스마일 분당점 황미구 원장

지난 30년간의 상담 경험을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2025-05-26     이신 기자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번 화가 나면 폭력을 예사로 하며 심지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특성 때문일까? 최근에는 이른바 '저주 인형'도 많이 팔리고 있다. 저주 인형을 자신이 아는 특정인으로 상정하고 때리고 던지고 저주를 내리고 불태우기도 한다. 끔찍한 현대 사회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대인들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가 있다. 바로 그간 2만 시간을 넘게 상담을 진행해온 황미구 원장이다. 그녀는 심리상담전문가로서, 현재 심리상담센터 헬로스마일 분당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광운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간 서강대학교에서 상담심리 석사 과정을 공부했고 홍익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정신치료연구 석사,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상담 및 심리치료 철학박사를 수료했다. 그간 저서 나를 쉬게 하는 연습분노는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는가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녀는 우울, 불안, 대인관계 공포, 사회생활의 어려움 등은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하지만, 분노를 잘 활용하면 삶의 강렬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노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 교사 그만두고 심리 상담 투신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심리상담 기업으로서 '아이와 어른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목표로 대형 프랜차이즈 형태로 시작해 현재 전국 30여 개 중소도시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황미구 원장은 11년째 분당 지점의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성인 상담, 청소년 상담, 부부·가족 상담, 진로상담 등 네 가지 유형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우선 황 원장이 심리 상담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으며, 그간 자신은 또 무엇을 느꼈을까?

저는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모 중학교 과학 선생님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을 상담하면서 교과 지식만으로는 심리상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누군가가 심리상담에 관한 공부를 소개해주어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는 정말 원 없이 많이 했습니다. 상담이라는 일은 특수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위해 상담을 하지만 정작 제 삶은 고요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인간관계 안에서 복잡한 대소사에 너무 과몰입되지 않아야 하고, 지나치게 불쾌함이나 분노 같은 감정들에 빠져들지 않도록 자기 조절을 해야 하다 보니 자기 관리를 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심리적인 문제 중에서도 황 원장이 가장 주목하는 감정은 바로 분노이다. 그녀에 따르면, 분노와 화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거나, 해결하기 어려울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다만, 화는 보통 짧고 강렬한 감정으로, 일시적인 불쾌감이나 짜증을 나타낼 때 사용되며, 분노는 더 깊고 지속적인 감정으로, 강한 불만이나 억울함을 느낄 때 사용된다. 보통 화를 참으면 울화병, 홧병이 되는 반면에, 분노는 참으면 우울증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분노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방아쇠가 당겨지게 되면, 분노가 활성화되면서 몸에서 여러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러한 분노의 대상에게 투쟁을 하거나 도피를 하게 된다.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위기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 개인에 따라서 죄책감이나 후회, 우울감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들은 감정표현 억제하도록 교육

중요한 점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뇌가 변하게 되고 이상 행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뇌에서 전두엽은 고차원적인 논리나 판단을 관장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고, 변연계는 감정이나 공격성, 성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곳이다. 분노 폭발 상태에서는 논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두엽의 기능이 순간적으로 마비가 된다. 과전류가 흐르면 퓨즈가 끊어지듯 분노 등 감정적 흥분·각성 상태에서는 전두엽의 기능이 순간적으로 멈추기 때문이다. 분노폭발은 감정중추와 전두엽과 같은 고위중추의 기능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발생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 사람은 호흡이 빨라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근육이 경직된다.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확 쏟아져 나와 짧은 시간 안에 분노가 폭발하는 상태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이러한 분노에 매우 취약한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사회에서 한국인들은 감정 표현을 절제하도록 교육받는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는 경쟁 중심적이고 성과 위주의 가치관이 강조되면서 정서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이 시사하듯, 감정적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받을 수 있는 친밀한 인간관계의 부재가 정서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인의 삶의 목표는 점차 물질적 풍요와 경제적 성취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과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어, 분노 감정에 더욱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분노라는 것이 꼭 사람에게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마음의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분노를 느낀다면, 욕구충족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내면의 바람과 소망에 연결되도록 하면 된다는 것. 더 나아가 분노는 인간의 생존과 적응을 돕기 위해 오랫동안 진화해온 아주 기본적인 감정으로서 부당한 위협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회피하거나 억압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황 원장은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하시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전달법(I-message)'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이는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대화의 주어를 ''로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이를 잘 익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러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되는 느낌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 키우기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여러 사회적 집단에 속해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주 소통함으로써 공감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잘 알아차리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향후 노인, 외국인 상담 하고 싶어

그간 상담을 하면서 보람찬 일도 있고, 또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상담을 통해 도움을 드린 분들이 가끔 소식을 전해오고, 아이를 낳았다고 알려주거나 케이크도 선물해 주는 등의 일들이 큰 보람을 줍니다. 하지만 성공 사례보다 안타까운 케이스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나중에 자살 소식을 듣게 될 때는 정말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통계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더 높습니다. 여성들은 정서나 감정으로 우울함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남성들은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들은 문제 해결 방식으로 술이나 게임에 의존하기도 하고, 여성을 만나서 해결해 보려고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이 도움이 되지 못하면 자살을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하여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곤 합니다. 이는 여성들은 슬프고 우울할 때 마치 동굴을 파고 들어가 혼자 울면서 그 감정에 머물러 있다면, 남성들은 적극적으로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느낄 때 남성들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살을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기입니다.”

황 원장은 관계 회복과 자기 가치 인식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내면의 긍정적 마인드를 회복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의 기반이 된다. 이를 통해 혼자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타인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조건보다는 개인이 가진 긍정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외부 조건에 의존한 행복은 일시적인 반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자원과 통찰력을 발견하는 것이 지속적인 행복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통해 개인은 삶의 도전을 보다 수용적인 태도로 마주할 수 있다. 이런 태도라면 훨씬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황 원장의 지론이다. 향후 황 원장은 노인상담과 외국인 상담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론이나 전공 서적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현대 상담 기법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저 자신을 정리하는 소중한 계기가 됩니다. 늘 살아있는 상담자가 되기 위해 책을 출간하고 이를 통해 더 깊이 공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노인 상담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전문성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영어 상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세련된 영어로 외국인들에게도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우리의 내면이 차분하게 안정되어 있고, 각종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다면 여러 어려움을 보다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황미구 원장이 전하는 분노를 조절하는 지혜를 갖춘다면, 훨씬 안정되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