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이다
Desk�column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1910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의 연설 ‘공화국의 시민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형태의 정부, 즉 한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정부에서는 통치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공화국에서는 시민 개개인의 자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공화국의 본질을 매우 잘 꿰뚫고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재나 왕정이 아닌 이상,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의 주체는 바로 시민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6월 3일 이후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또 한 페이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또한 걱정을 하고 있다. 극심한 이념 대립의 골을 어떻게 메울지, 그리고 혹시나 새로 뽑힌 대통령이 과거처럼 위험한 일을 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국민들이 또다시 불안과 공포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 당시 국민의 위대한 힘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즉시 국민들이 궐기해서 계엄군의 군대에 저항했으며,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인용 역시 모두 국민들의 거대한 열망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대한민국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저항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민주주의 ‘오래된 해답’
하지만 이러한 민주주의의 본질은 그간의 역사에서 잘 지켜지지 않았을 뿐, 고대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해답이기도 하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시민들이 입법, 재판,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직접 참여했다. 시민들은 에클레시아(ekklesia)라 불리는 민회에 참석해 법률 제정, 전쟁 선언, 공직자 선출 등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참여는 선택이 아닌 시민의 의무로 간주되었으며, 시민들은 공직을 맡거나 배심원으로 활동하는 등 공공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구나 시민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기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공동체의 발전과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난해 큰 고충을 겪었다. 2024년,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 분석 및 자문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를 이유로 한국을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변경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과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EIU는 또한 한국을 ‘지난해 최악의 성과를 보인 10개국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 이후의 시민들의 대응은 전 세계에 ‘K-민주주의’를 알리고 위대한 시민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자랑했다.
6월 3일, 어떤 사람이 새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그 개인보다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의 피란 지도자의 피가 아니라 시민들의 피다. 결국 대한민국은 또다시 민주주의의 역사를 써 나갈 것이며, 더 발전하는 나라로 도약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