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 Polics 트럼프 정부는 세계의 신망을 얼마나 잃었을까?
한 국가 리더의 정책과 행보, 말과 행동은 해당 국가의 신뢰도와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선택한 리더라는 점에서 전체 국민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최근 이 부분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 각국 정부는 미국을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국민들 역시 이제 더 이상 미국을 친근하고 신뢰 있는 나라라고 느끼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동맹국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라는 경제적 수단을 통해 폭력에 가까운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 세계인이 바라보는 미국의 이미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 세계인들 불신과 반발
미국 리서치 회사 ‘퓨 리서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전 세계 24개국 국민 2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조사보다 호감도가 10% 이상 떨어진 국가가 크게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한국(-16%)을 비롯해 멕시코(-32%), 스웨덴(-28%), 폴란드(-22%), 캐나다(-20%), 독일(-16%), 일본(-15%) 등이었다. 특히 대다수의 국가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했다. 캐나다 국민의 77%, 네덜란드 국민의 77%, 프랑스 국민의 78%, 독일 국민의 81%, 스웨덴 국민의 85%, 터키 국민의 80%, 멕시코 국민의 91%였다. 이 정도면 사실상 해당 국가의 ‘전 국민’이 트럼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 문제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다방면으로 트럼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AP통신은 지난 7월 15일 상원 외교위 민주당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의 해외 원조 삭감,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 유학생 제한 등이 미국의 대외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틈을 타서 중국이 40개국 이상에서 미국을 제치고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서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동맹국인 캐나다, 독일, 호주 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으며, 이들 국가가 전략적으로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트럼프 정부의 행동은 그간의 전통적인 동맹국조차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관세 정책은 ‘무모하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정치권에서는 ‘동맹 간 일방적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신뢰 훼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미국과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의 여러 주 정부에서는 미국산 주류 판매를 금지했고, 덴마크의 식료품점에선 유럽산 제품에 검은 별을 붙였다. 미국산 제품을 가려내어 사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캐나다의 일부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라는 이름 대신에 ‘캐나디아노(Canadiano)’라고 이름을 붙여 커피를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온라인에서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이미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유럽산 제품을 찾아내고, 이를 추천함으로써 사람들의 실제 소비 행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중남미에서는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의 판매도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그간 중남미 국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강경한 반이민 조치를 실시해 왔기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의심도
심지어 미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3월을 기준으로 미국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2%나 감소했고, 한국인들의 방문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중앙아메리카는 25%, 카리브해는 26%가 감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가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 특히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국가 신뢰도와 브랜드 하락을 알게 됐다면 당연히 여기에서 벗어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정책과 행보에는 매우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을 들 수 있다. 트럼프는 소위 백인 노동자층, 보수 기독교층을 핵심 지지층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 이민자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문화적 불안감 등을 강하게 느끼고 있고, 트럼프는 이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한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핵심 지지층의 상실감과 불안감에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지지자의 성향이 바뀌지 않는 한, 트럼프의 정치 성향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그의 개인적인 성향도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강한 리더’, ‘거침없는 협상가’를 지향하면서 상대방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고, 즉흥적이고 대립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 그것이 협상을 올바로 이끄는 최적의 수단이자 전략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가 하루아침에 말을 바꿔도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또한 ‘미국 민족주의(American Nationalism)’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애국심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민족주의 자체가 이미 강한 배타성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미국이 최고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타국을 배타적으로 대하고, 최우선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미국은 호구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펴면서 수년간 운영되어 왔던 국제기구였던 국제연합(UN),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자 협력체를 약화시키거나 탈퇴하기도 했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트럼프는 ‘미국은 절대로 손해 보지 않을 것이며,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는 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의 성향도 의심하게 한다. 그가 명시적으로 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극우·백인 우월주의 집단에 대한 명확한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의심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모든 행보는 단순한 실수나 착오가 아니라, 뿌리 깊은 그의 핵심 지지층의 성향, 그리고 그 자신의 세계관과 삶의 스타일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트럼프의 임기는 2029년 1월 말까지로 앞으로 3년이 넘게 남았다. 앞으로 또 어떤 혼란과 좌충우돌하는 세계 정세가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