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s 이재명 정부에 대한 호의적 평가의 조건들
흔히 집권 초기를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이는 야당은 물론, 언론과 반대 입장을 가진 국민들까지 일정 기간은 새로운 정부를 지켜보며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하는 시기를 뜻한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집권 한 달을 막 넘긴 시점이다. 따라서 현재가 허니문 기간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5년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따라서 지지율이 언제, 어떻게 하락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집권 초기 지지율은 84%였지만, 임기 마지막 주차의 지지율은 45%였다. 물론 이 45%도 낮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집권 초기보다는 반토막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청하려는 자세 매우 중요
현재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은 여론 조사 기관과 방식을 불문하고 대체로 60%대 중반에 이르고 있다. 다른 대통령에 비해 낮다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임 첫 주 리얼미터의 조사는 58.6%였지만, 이후 64%(갤럽), 65%(갤럽), 63%(갤럽)로 안정적으로 60%대에 안착했고, 리얼미터 역시 7월 첫 주 62.1%로 상승했다. 이러한 빠른 상승세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초창기 지지도 상승에는 취임 30일 차의 기자회견과 국무위원 인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되어서야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연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셈이고, 더불어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에서 많은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실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한국 사회가 천지개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되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사회의 변화라는 것은 무척 느리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대통령의 경청하는 자세 그 자체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모습에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자세는 일단 합격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문제는 권력을 누리다 보면 이러한 입장이 자신도 모르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권력자들은 ‘내가 옳다’라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이 옳으며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고, 이런 상황이라면 비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듣기 싫은 소리를 듣는 시간은 현저하게 짧아지게 마련이다. 실제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권력자는 타인에게 공감하는 두뇌의 능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어느 순간 하늘의 별을 딴 것처럼 권력자가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려 11년이라는 세월 동안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험,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험이 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예 국회의원 경험조차 없다. 따라서 오랜 기간 자치단체장을 했던 이 대통령의 경험은 그가 권력에 도취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우 이념에 치우쳐서는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호의적인 평가를 유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는 외교이기도 하다. 대체로 국민들은 외교 하나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해외에 나가 국가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점은 큰 업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6월 중순에 캐나다가 의장국으로 주최한 G7 정상회의에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초청되어 참석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모습과 해외 지도자들과의 대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서슴없이 대화에 참여하고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은 과거 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면이었다. 이 역시 오랜 자치단체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해외 인사들을 만난 경험이 토대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외교가 이재명 정부의 리스크가 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해외 지도자와의 만남은 대체로 만남 전에 이미 거의 모든 아젠다와 행사 내용이 조율되기 때문에, 실수만 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정책, 특히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패착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일단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6월 27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6억 원 제한’ 제도를 실시하면서 ‘초강수 규제’를 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초기에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두고 ‘맛보기’라고 언급함으로써 투기 심리를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향후 5년의 부동산 정책을 내다보기에는 어렵다. 부동산은 워낙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언제 또다시 급등세로 돌아설지 모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과열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난다’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책이 핵심 과제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또한 좌우 이념에 기대는 모습도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권력자에게 이념에 의한 국민 갈라치기는 매우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한쪽만 확실하게 자신을 지지해준다고 하더라도 일단 어느 정도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책이 잘못되어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분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다소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정부의 국무위원이었던 송미령 농림부 장관을 유임하기도 했고, 조갑제나 정규재 대표와 같은 보수 인사들과도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임명된 김민석 총리 역시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 대립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며, 국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인사와 행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만약 이런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느 한쪽으로 고착되지 않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도 강조하는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준다면, 비록 지금까지 철저하게 반대했던 보수 성향의 국민과 인사들도 이재명 지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