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s 이재명 지지율 행진의 본질과 예상 시나리오
지난 9월 중순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간 취임 직후는 제외하고는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51%~63% 정도를 오갔다. 하지만 이는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취임 초기에 비하면 약간 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위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과도한 비판을 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취임 100일에 대해서는 언론도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어, 이러한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지지율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유동적인 것이다. 따라서 언제 내려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진 본질적인 측면이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 자체가 급변하지 않는 이상, 외부적인 요인으로 향후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같은 기간 지지율은 ‘레임덕’ 수준
한국갤럽이 지난 9월 9일∼11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8%로 지난주(63%)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4%로 지난주보다 6%포인트 올랐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일주일 사이 긍정 평가가 5%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6%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닐 수 있다. 이러한 급격한 하락은 국민 정서에 직접적인 충격 요인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히 이번 하락세에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사안은 국민 정서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분야이며, 사건 초기 정부의 대응 방식과 속도, 그리고 사후 대책 마련 과정에서 국민들이 느낀 불안감이 지지율 변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혈맹의 관계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일시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하락은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설문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는 ‘외교’(22%)가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 기간 이후에 한국인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돌아왔고, 또한 이번 문제의 발생 원인이 한국 정부보다는 미국 정부의 원인이 크다는 사실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지율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 수준에 해당한다. 역대 대통령 중 100일 지지도가 높은 대통령은 김영삼 83%, 문재인 78%, 김대중 62% 등이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8%로 임기 초부터 거의 ‘레임덕’ 수준이었다는 점에 비하면 무려 30% 이상이 차이가 난다. 이는 현재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에 많은 국민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매우 중요한 점은 국민들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를 한 응답자 632명 중 37%가 그 이유로 이 대통령의 ‘추진력과 실행력’을 꼽았고, ‘유능하고 합리적이다’, ‘경제·민생을 잘 챙긴다’라는 답변이 각각 17%로 집계됐다. 이 말은 곧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도 그의 기본적인 이런 자세와 태도를 유지해 나간다면,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요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용주의 내세워 변화 체감하도록 만들어
이러한 취임 100일의 지지율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 운영에 있어 초반 동력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국회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며, 주요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반면, 낮은 지지율이라면 취임 초창기부터 국정 운영의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각종 정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야당의 견제와 비판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곧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취임 100일은 단순한 상징적 의미를 넘어, 향후 5년의 국정 운영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까지 역대 정부는 나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남북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등의 외교 이슈를 통해서 일정하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 회담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 문제로 인해 실무 회담 수준에서 이미 마무리됐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재명 정부가 가장 앞서서 내세우는 것은 이른바 ‘먹고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의 원칙이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나 사회 구조 개혁보다는 당장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물가 및 부동산 안정 대책, 지역 경기 활성화와 같은 영역에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세운 것이다. 이는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성과 중심의 실용 정치’라는 이미지로 초반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현실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은 것도 아니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면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서도 외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러한 ‘쌍끌이 전략’이 유효하게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스피의 상승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매우 중요한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12일 기준, 사상 최고치를 3일 연속 경신하며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1.34포인트(1.54%) 오른 3,395.54로 거래를 마쳤으며 전날 세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344.20)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물론 앞으로는 이러한 상승세가 주춤하거나 혹은 일부 하락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한 번 힘을 받은 코스피는 계속되는 잠재력을 축적하고 앞으로 더 뻗어나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제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내린 요인들도 있다. 바로 인사 문제였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이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낙마했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사면으로 지지율을 출렁이게 했다. 하지만 한 번 이러한 일을 겪었던 이재명 정부 관계자들은 인사와 사면에서 더욱 조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토대로 견고한 지지율 유지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수 색채의 언론조차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일정하게 인정하는 만큼, 당분간은 이러한 지지율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