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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25-10-10     강홍구 기자

 

지난 93,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장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함께 자리해, 세 지도자가 나란히 한 무대에 선 장면이 전 세계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날 퍼레이드는 동북아와 국제 질서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 언론은 이를 두고 권위주의 국가들의 힘을 과시하는 행렬이라고 해석했으며, 일부 매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냉전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군사 장비와 병력이 대규모로 동원된 이번 열병식은 중국이 국제 사회에 자신의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금 부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 정상이 함께 한 장면을 두고 단순한 기념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군사력 과시와 권위주의 연대의 상징성이 동시에 강조된 이번 퍼레이드는, 향후 동북아 정세가 양대 진영의 대립 구도로 더 선명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국제 질서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 제기

사실 북··러의 밀착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필요에서 비롯된 면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무엇보다 무기와 군수 물자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하다. 전선에서 소모되는 포탄과 미사일을 보충하지 못한다면 전쟁 지속 자체가 어려워지기에, 북한과의 군수 협력은 러시아에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국 역시 미국과 유럽이 구축한 포위망 속에서 숨통을 트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카드가 필요하다. 경제적 압박과 기술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북한과의 협력은 우방 관계를 넘어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잠재적 지렛대로 작용한다. 동시에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주변 지역에서 더 확장하려는 계산을 깔고 있다.

북한의 입장도 분명하다. 체제 생존과 안보 보장은 북한이 가장 강하게 열망하는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갈망하며, 이를 위한 강력한 외교적 우군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을 외교 무대에서 지지해준다면, 국제적 고립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들 세 나라는 과거에도 협력의 모습을 보여왔지만, 전면적인 협력이라기 보기에는 힘들었다. 사안에 따라서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었고, 완전히 신뢰에 이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과 북한도 소원했던 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모습은 이른바 전술적 공조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훨씬 계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협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 주목해야할 것은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하며 도울 때만 공동 안보를 유지하고,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겉으로만 보면 이들 북··러의 협력이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러한 북··러의 관계를 단순한 반미 전선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 질서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존의 국제 규범은 자국 상황에 맞게 해석되거나 무시되기도 하고, 자국의 이해관계가 모든 가치보다 우선시된다.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군사적 수단조차 정당한 수단으로 포장된다. 시 주석의 말은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북한 핵 포기 더욱 어려워져

특히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더 이상 지역 강대국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지배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평가를 내린다. 과거 트럼프 1기 당시 중국-미국의 대립에 이어서 이번에는 더욱 강한 중국의 힘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도라는 이야기다.

특히 열병식에서 중국은 최신 전투기, 미사일, 무인기 등 신형 전략 무기를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란히 단상에 선 모습은 서방 국가들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중국의 열병식을 집중 조명하며 중국이 최신 무기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줬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두 나라 지도자를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으로 환영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을 토대로 자신들의 기세를 더욱 확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북한이 핵을 더욱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함께 공식 석상에 선 장면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약소국이 아니라 핵무기를 지렛대로 삼아 주요 권위주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외교적 연출은 북한 내부적으로는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북한도 끊임없이 체제 안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만큼, 이번 열병식에 이에 큰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 본격화되고, 중국이 정치적으로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협상 카드로 내려놓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서방의 제재나 외교적 압박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완전한 양대 진영 구도로 굳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견해도 존재한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과 일본은 외교 채널을 통해 일정 수준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경제·문화적 상호 의존 관계가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또한 갈등 국면 속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 보건 협력, 경제 교류 등 실질적 이해관계가 맞닿은 분야에서는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중국 열병식에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중 관계가 대립과 협력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구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완충 지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의 입장은 상당히 곤란하고 난감한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제 더 이상 한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만나서 악수하고 대화하는 모습으로는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완고하게 한국을 대화 상태에서 배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