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 상임이사, 강희진 교수
강희진, 몸으로 쓰는 시대의 문장 현대무용가가 발견한 사유의 호흡과 관계의 윤리로 K-현대무용의 새 지평을 열다
"몸으로 쓰는 문장을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예술적 대화를 이끌어가겠습니다. 현대무용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소통의 도구입니다."
몸으로 쓰는 문장,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언어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강희진 교수는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춤은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몸으로 쓰는 문장'이다. 어깨뼈가 살짝 뜨고, 견갑 사이로 기류가 스며드는 그 작은 준비부터 이미 이야기는 시작된다.
"무대 위에서 저는 말 대신 한 호흡을 길게 들이마십니다. 그때부터 몸의 문장이 시작되죠. 동작으로 꿰는 접속사, 정지로 점을 찍는 마침표. 저는 춤을 언어라 부르고, 그 언어를 더듬는 침묵의 시간을 기꺼이 견딥니다."
그녀의 현대무용은 늘 말해지기보다 생각되며, 보이기보다 느껴진다. 이러한 접근법은 관객에게 빈칸을 스스로 메우게 하는 방식으로, 정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되 떠밀리듯 생각하게 만든다.
내면과 움직임의 교차점에서 찾은 고유한 어휘
강희진 교수의 출발점은 기술 숙련을 향한 직선이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동작 자체보다 내면을 어떻게 밖으로 꺼내 보일지에 관심이 있었다.
“추상과 감각이 교차하는 현대무용의 언어 속에서, 저는 저만의 어휘를 하나하나 찾아 나섰습니다. 몸의 미묘한 중심 이동, 신체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흐름, 그리고 의도된 시선의 방향을 바꿔가며 수없이 저만의 움직임 문장을 다듬었죠. 결국 춤은 신체와 관념이 서로 같은 밀도로 움직이며, 몸과 마음의 속도를 서로 섬세하게 조율하는 경험이자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계를 밀어붙이는 연습은 때로 피로와 통증을 남겼지만, 그 잔여감이 오히려 다음 어휘를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녀만의 독특한 무용 언어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었다.
'몰입의 실험실'로서의 무대, 그리고 루틴화된 성찰
강희진 교수는 무대를 단순히 공연하는 장소가 아닌, 깊은 몰입과 사유가 교차하는 '실험실'로 이해한다. 그녀는 일상 속 루틴으로 이미지트레이닝과 호흡법을 생활 리듬에 깊이 녹여냈고, 덕분에 공연마다 색채가 달라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든 공연은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진실한 표현이죠. 오늘의 호흡, 오늘의 감정, 오늘의 이야기로 매번 새로 덧쓰기 때문입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그 시간과 공간에서만 가능한 유일한 경험을 만들어갑니다."
그녀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현대무용이 가진 즉흥성과 계획성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열린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정한 예술이 탄생한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적 신념은 강희진 교수가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 상임이사로서 한국 현대무용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한국-오스트리아 현대무용 교류의 새로운 지평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 상임이사로서의 강희진 교수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간 현대무용 교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University for Music and Performing Arts Vienna와 바덴시 예술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양국 무용수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현대무용에서도 독특한 전통과 혁신을 가진 나라입니다.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 전통과 한국 현대무용의 역동성이 만날 때,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이 열립니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만남의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 협회가 추진 중인 '한-오 현대무용 협업 프로젝트'는 양국의 젊은 안무가들이 공동 창작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2025년 하반기에는 서울과 빈에서 순회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협업을 통한 예술적 확장과 새로운 문법의 탄생
협업을 통한 확장은 강희진 교수에게 필연이었다. 음악, 미디어아트, 문학과의 교차점에서 새 문법이 생겨났다.
"다른 예술가의 어법을 수용할수록 제 언어는 더 또렷해졌습니다. 타인의 리듬이 제 리듬을 비추는 거울이 된 셈이죠. 특히 오스트리아 작곡가들과의 협업에서 음악과 움직임의 유기적 관계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최근 오스트리아 미디어 아티스트와 함께 '디지털 바디스케이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움직임의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다시 그것을 춤의 소재로 활용하는 실험적 작업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춤, 느슨함 속의 울림
이처럼 다양한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확장된 강희진 교수의 예술 언어는 이제 세계를 향한 깊이 있는 질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현대사회가 드리우는 보이지 않는 압력, 개인이 마주하는 내면의 고독,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갈등들—그녀는 이를 구호로 외치기보다 상징과 은유로 배치한다.
"춤이 사회적 메시지를 품을 때의 가장 유효한 통로는 느슨함입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느슨해질수록, 작품은 개인의 체험으로 번역됩니다. 한 장면에서 관객은 자신의 기억과 조우하고, 다른 장면에서 타인의 체온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접근은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가 추구하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포용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 무용수들과의 통합 공연 프로젝트는 그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K-현대무용의 아카이빙
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의미 있는 춤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자연스레 움직임의 기록이라는 또 다른 탐구로 이어진다. 그녀의 관심은 움직임의 연결, 중량감의 전이, 관성의 미세한 흔들림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뻗어간다.
"영상과 드로잉, 라바노테이션과 간이 표기법을 넘나들며 '보이는 기록'과 '보이게 하는 기록'을 병행합니다. 기록은 재현을 위한 복제물이 아니라 다음 창작을 위한 질문지여야 합니다."
협회 차원에서도 한국 현대무용의 체계적인 아카이빙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 오스트리아 탄츠아르히프(Tanzarchiv)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진정한 K-컬처로서의 한국 현대무용과 세계화 전략
강희진 교수가 꺼낸 또 하나의 화두는 '한국성'이다. 세계화의 표면에서 종종 한국무용은 번역된 이미지로 소비된다.
"단지 서양의 틀에 맞춘 재현이 아니라, 고유한 결이 주체적 언어로 발화될 때 '진정한 K-컬처'가 선다고 믿습니다. 현대무용이 장르의 용광로라면, 전통의 어법은 그 안에서 연료가 아니라 방향키입니다."
이를 위해 협회는 '한국 현대무용 마스터클래스'를 오스트리아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한국 현대무용의 독특한 미학과 철학을 유럽 무용계에 소개하고 있다.
일상 속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는 예술
관객에게 남기는 그녀의 제안은 놀랍도록 소박하다. 일상의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
"아침에 창문을 여는 각도, 계단을 오르는 보폭,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손목의 길이. 그 사소한 패턴을 자각하는 순간, 몸과 마음의 회로가 미세하게 정렬됩니다. 춤이 꼭 무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하루에 몇 번씩 무용수의 예행연습을 수행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협회가 운영하는 '일상 속 춤 워크숍'으로 구현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예술적 표현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교류는 영감의 통로이자 예술가의 윤리
무대 밖의 강희진은 공동체와의 접속을 포기하지 않는다. 워크숍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을 세고, 지역의 공간에서 즉흥을 나누며, 다른 예술가의 작업을 비평의 언어가 아닌 몸의 언어로 응답한다.
"교류는 영감의 통로이자 윤리입니다. 나의 리듬이 타인의 박동을 잠식하지 않도록, 서로의 속도를 맞추는 훈련.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배려'입니다.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을 독점하기보다, 빛의 각도를 나눠주는 배려. 그 작은 조정이 우리의 시야를 넓힙니다."
관계를 맺는 기술로서의 춤
결국, 강희진 교수에게 춤은 관계를 맺는 기술이다. 자기 자신과, 타자와,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녀는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를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 나아가 세계의 예술가들과 관객들을 연결하고자 한다.
"우리 협회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 교류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입니다. 현대무용은 그 과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강희진의 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이렇게 적을 수 있겠다. "몸이 먼저 알고, 마음이 따라 쓰는 기록." 그 기록은 오늘도 수정 중이다. 그녀가 호흡을 들이마시면 문단이 시작되고, 멈추면 여백이 생긴다. 그 여백에 한국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세계 각국의 이야기가 적힌다.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는 그 이야기들이 만나는 장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도 강희진 상임이사는 협회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세계화와 동시에 세계 현대무용의 한국적 수용이라는 양방향 교류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그 길 위에서, 그녀는 오늘도 조용히 한 문장을 시작한다.
She is.....
학력사항
2016~2018
단국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4~2016
단국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석사
2010~2014
단국대학교 무용과 학사
경력사항
2024.09.~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 상임이사(사무국장)
2024.03.~
세한대학교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원
2024.01.~
D&P ART 대표
2023.07.~
세한대학교 공감문화예술원 연구위원
2022.09.~
5通공감예술페스타 예술감독
수상
2014
그리스 헬라스 국제무용콩쿠르 여자 부문 1위 (전체 3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