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산업은 ‘포기’ 단계
지난 1분기 국내 조선 빅3업체(HD한국조선 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무려 13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과거 한때 승승장구하던 ‘K-조선 전성기’가 부활 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주목 해야 할 부분은 바로 우리나라 조선업의 주력 분야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소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어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훨씬 앞서 있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전 세계적으로 100대 이상이 추가로 필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분간 한국 조선업은 큰 호황을 맞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현실과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해 본다.
■ 국내 조선소 순위가 세계 조선조 순위
한국 조선산업의 호황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에는 경쟁국인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96만CGT(18척)를 수주해 수주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 은 57만CGT(30척)를 수주해 수주점유율2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조선소 순위 1, 2, 3위를 기록했으며 수출은 8개월 연속해 증가하고 있다. 이 말은 곧 ‘국내 조선소 순위’가 ‘세계 조선소 순위’가 되는 자랑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전 세계의 선박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44개월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면서 전 세계 조선산업 전체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3~4년에 해당하는 물량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저부가가치 선박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해서 수주함에 따라서 산업의 체질이나 경영의 여건 자체가 재도약할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슈퍼 사이클’, 즉 초호황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곧바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3,764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대비해 무려 430%가량 상승한 셈이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에 120%가 증가해 영업이익은 1,307억 원에 달했다.
특히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우리나라에는 유리한 지점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국제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박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빠르면 2027년부터는 ‘해운 탄소세 부과’가 실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이 결국 해답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인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8월 초 인도네시아와 협력해 ‘해외조선인력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에서 한국어와 한국의 기술을 교육해서 우수한 조선 인력을 양성, 국내 조선 현장에 투입하는 체계이다. 이는 지난 3월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에서 제안된 후 실시되는 프로젝트이다. 사실 그간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서 선박 제조 현장에서는 생산 인력이 이탈이 급격하게 발생해왔다.
이후 생산량이 늘었지만, 한번 이탈한 인력이 빠르게 되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일. 결국 대안은 해외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국내에 투입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수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결국 적절한 인력을 얼마나 제때 공급하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이러한 해외 인력 양성을 꾸준하게 진행해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 일본 조선산업은 ‘포기’ 단계
특히 조선 분야의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7,000억 달러의 수출 달성에 있어서 조선산업이 하는 역할이 매우 큰 만큼, 정부에서는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조선업의 기술 발전만이 아닌 전반적인 기술 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우선 미국과의 비교에서는 다소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2023년 산업기술 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술격차는 0.9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을 기준으로 하면 0.1년이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2017년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1.5년의 차이가 났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조선업 가치 사슬 종합 경쟁력’에서는 우리나라를 제치고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90.6점인데 반해, 한국은 88.9점이었다. 다만 이러한 종합 경쟁력이 곧 선박 수주량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향후 우리나라의 조선업 종합 경쟁력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더욱 향상해야 할 과제를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한때 큰 부침을 겪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조선업은 압도적인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였다. 당시 우리나라를 중국에 1위를 내준 것은 물론, 이후 해운업이 침체되고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아 업황 자체가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노동조합의 파업이 이어져서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대학에서의 조선해양전공자들을 줄이는 것에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최악의 상황에서는 한국 조선업의 명맥이 끊기고 화려했던 과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까지 처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특유의 끈질김과 창의력으로 난관을 극복해왔다. 이른바 ‘기술 초격차’는 큰 도움이 됐다. 중국과의 저가 수주 경쟁을 포기하고 차라리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를 쓰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면서 전세의 역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또한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은 또다시 이 분야에서의 저가 공세를 통해 다시 한국을 위협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이 상황이 재연된다면, 또다시 한국 조선업은 침체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제는 한때 우리나라를 한층 앞서는 기술력을 가졌던 일본이 조선산업에서 완벽하게 후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2024년 2월, 일본 조선산업의 상징으로 통했던 127년 역사의 스미토모중공업이 조선 산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일본의 점유율은 4%에 그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그 존재의의가 미미해 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한국은 일본이 포기하는 시장까지도 접수하면서 더욱 거침없이 전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