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3일의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민들이 여전히 궁금한 것은 ‘왜 그날 계엄을 선포했나’였다. 사실 그날은 계엄을 선포하기에는 매우 불리한 날짜이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언제든 국회에 모여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계엄 선포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물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거치면서 ‘계엄은 야당 경고용’, ‘대국민 호소용’이었다고 말하면서 계엄이 해제될 것을 알고 선포했다는 결과론적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검찰총장까지 지냈던 윤 대통령이 과연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고 보기 힘든 점도 있다. 야당이 아무리 국정을 방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엄 선포의 이유가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상계엄은 왜 선포된 것일까? 이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 정치 브로커인 명태균 씨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윤 대통령, 황금폰에 두려움 느꼈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월 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설 연휴 기간 명 씨가 수감된 창원교도소를 찾아 접견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이 “윤 대통령이 왜 12월 3일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는가”라고 묻자, 명 씨는 “황금폰에 쫄아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방송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12월 3일 10시 30분으로 미리 정해져 있었던 소위 D·H(날짜와 시간)가 아니고, 결국은 명태균의 작용, ‘황금폰’과 관련돼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하는 윤석열의 어떤 판단이 들어가서 부랴부랴 비상계엄이 시도된 것 아닌가…”
명태균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왜 그렇게 황금폰에 두려움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의 시작은 명태균 씨가 구속된 11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그는 구속 직전에 “내가 구속되면 정권이 한 달 안에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명태균 씨는 일부 여당 의원들로부터 ‘허풍이 세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 역시 아무래도 그가 허세가 강하고 말은 지나치게 강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 ‘내가 구속되면 정권이 한 달 안에 무너진다’는 말은 그저 자신의 구속을 막기 위한 마지막 협박처럼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의 말은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자신의 체포와 구속을 자초했다. 한마디로 명 씨의 예언대로 정권이 무너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12월 3일이라는 날을 명태균 씨와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더욱 의미심장한 부분이 드러난다. 그날은 바로 명 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날이다. 만약 그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윤석열·김건희 여사의 그간의 선거 개입 여부가 흘러나와 이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계속 동요하게 되어 그간 거부해왔던 김건희 특별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황금폰’이다. 명 씨가 구속되기 하루 전날인 12월 2일, 명 씨의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말을 했다. “황금폰을 검찰이 아닌 민주당에 제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 황금폰에는 명태균 씨가 2021년 6월 26일부터 2023년 4월까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주고받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대화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이 사실은 이미 창원지검의 수사 보고서에도 확인되고 있다.

연이은 명태균, 검건희 여사 수사
창원지검은 강혜경 씨에 대한 주거지 압수 수색을 통해서 컴퓨터 안에서 6,800개의 이미지 파일을 확보했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파일은 강혜경 씨가 캡처해 놓은 것이지, 황금폰 실물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 황금폰이 민주당에 제출된다면 윤 대통령 부부로서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도 아닌 민주당이 황금폰을 확보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큰 타격을 받는 일이다. 거기다가 민주당은 당연히 검찰에도 제출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일파만파다. 자신과 김건희 여사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바로 이런 남상권 변호사의 말이 있었던 바로 다음 날인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이야기다.
시민언론 <뉴탐사>와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공동취재팀은 관련 사건을 취재하던 중 창원지검의 수사 보고서가 ‘윗선’에 보고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이 수사 보고서를 본 후, 큰 위기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령 선포의 핵심 역할을 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대화 내용에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만나 나눈 대화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명 씨 공천 개입 의혹 제기 등을 거론하며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계엄령 선포의 상당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명태균 때문이었다고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추론은 ‘명태균 기소-황금폰 민주당 제출’이라는 맥락을 따라갔을 때에만 가능한 것일 뿐,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의도와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정말로 ‘야당 경고용’이나 ‘대국민 호소용’으로 평일에 잠시 계엄령을 선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계엄은 실패했고,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또 하나의 큰 난관을 넘어야 한다. 그간 대중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던 명태균에 대해 민주당은 또다시 ‘명태균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상계엄과 황금폰의 관련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만약 이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윤석열·김건희 여사의 그간의 행적들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의 내란죄 형사 재판에 이어 또 한 번 선거 개입 의혹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면, 김건희 여사 역시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체포와 구속을 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물론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 역시 역풍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그 사안이 워낙 크게 정치권을 강타한다면 검찰도 체포와 구속을 시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또 한 번의 거대한 폭풍이 한국 정치권을 강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민주당은 당장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그리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윤 대통령이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부터는 다른 정치적인 이슈들이 제기될 것이며, 이때 윤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된 명태균 씨 관련 사건과 그간 미루어져 왔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