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재단법인 일념장학회는 부산불교실업인회 묘광선원 법당에서 ‘이사장 이·취임식 및 2025년도 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하고 제3대 이경순 이사장을 추대했다. 이 이사장은 영광문화예술원 관장과 부산불교실업인회 마야 부인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에 큰 공헌을 해온 인물이다. 특히 남편 김윤환 대표와 부산의 향토 서점인 영광도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부산에서 열렸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북 콘서트 ‘국민이 먼저입니다’가 열린 곳도 바로 영광도서였다. 이경순 이사장을 직접 만나 향후 장학회의 운영과 지역사회 공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0년간 이어온 장학회와의 인연
일념장학회는 1971년, 통도사 극락암에서 경봉 대종사의 가르침을 받은 11명의 불자들이 인재 양성을 위한 뜻을 모으면서 시작된 장학사업을 뿌리로 하고 있다. 당시 최선법행, 이대원행, 임대자행 보살 등은 ‘일념’이라는 이름 아래 인재 육성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였다. 1995년 10월, 기금 1억 원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일념장학회가 설립되었으며, 이후 매년 불교계 인재 발굴을 목표로 대학생 및 전국 승가대학 등에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2005년 말부터는 법인 설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작품 전시회가 영광도서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회원들의 개인 소장품과 30여 명의 고승대덕 스님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1억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09년 8월에는 사무국이 부산불교실업인회 회관으로 이전되었으며, 같은 해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에 일념장학회 재단이 설립되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와이즈캠퍼스 재학생들에게 총 1억 1,70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되었다. 우선 3대 이사장 취임 소감부터 들어보았다.

“저희 장학회와의 인연은 창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 장학회가 설립될 때부터 참여하여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함께하며 장학회의 미션과 가치를 지켜오는 데 작은 힘을 보태왔습니다. 1대 이사장님께서 안타깝게 돌아가시고, 2대 이사장님께서도 연세가 많으셔서 이제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안도 스님께서 최근 장학금 지원 사업에 관한 논의를 하던 중, 제게 이사장직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그 귀중한 신뢰와 책임감을 안고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 장학회 기금은 약 2억 원 정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지난 3~4년간은 활동이 다소 주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단체와 기관들이 그러했듯이, 저희 장학회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이제 장학사업을 다시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특히 향후 탄탄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장학회는 전국 10개 대학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며 이는 불교계 대학생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대학 내 불교 동아리 및 관련 활동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장학 사업의 기반에는 대학불교연합회(이하 대불연)의 조직적 운영이 있다. 대불연은 지난해 한 불자의 후원으로 1억 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마련하며 활동 기반을 다졌다. 이어 범어사로부터 1,000만 원의 기부를 받아 운영 경비로 활용하면서 재정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대불연의 활동이 홍보를 통해 점차 알려지면서, 추가 기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최근 일념장학회 후원회원 가입신청서를 만들어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기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장학 사업은 물론, 대불연의 다양한 활동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대불연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학회를 중심으로 불교계 청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 함께 영광도서 통해 지역 사회 문화 발전 기여
남편 김윤환 대표(부산불교실업인회 회장)가 운영하는 영광도서는 부산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지역의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특히 이 서점은 1968년에 설립된 부산의 유일한 대형 향토 서점임과 동시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 서점이기도 하다. 2002년 서울 종로서적의 폐업을 기점으로 대형 서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러던 중 2020년, 기존의 4층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3층, 지상 17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공연장, 갤러리, 소강당, 하늘정원, 시민 문화 공간 등을 갖추었으며, 서점은 지하 3층부터 지상 1층까지 총 4개 층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영광서점은 책을 매개로 시민들과 꾸준히 소통해 왔으며, 그동안 많은 문화적 기록을 남겼다. 1993년부터 매달 셋째 주 수요일마다 진행된 작가 초청 토론회는 총 167회에 달하며, 이 활동은 부산 기네스 기록으로도 인정받았다. 또 1975년부터는 야간학교, 군부대, 교정시설 등 다양한 기관에 약 44만 권의 도서를 기증하며 독서 문화 확산에도 기여해왔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에 이바지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영광도서는 부산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아들인 김영삼 부사장이 10년 전부터 2세 경영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경순 이사장은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인생 철학을 정립한 것은 물론, 그동안 현장에서 매우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제 남편은 9형제 중 네 번째입니다. 시아버님 역시 9형제셨고, 저희 친정도 8남매라서 대가족 속에서 살아온 삶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남편은 평소 어른들을 지극 정성으로 잘 모셨습니다. 정치 쪽에서 유혹도 많았지만, 끝내 흔들리지 않고 서점을 운영하며 조용하고 성실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가족들을 늘 세심하게 살피며 갈등 없이 우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집안일을 함께 도와주며 늘 가족 곁에 있어주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도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줄 만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저희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 행사를 꾸준히 참석하면서, 만학으로 사진학 석사와 예술학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덕분에 마음의 갈증 없이 종교적·사회적 활동도 균형 있게 해올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함께 운영하는 직장도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 병원비가 필요할 때는 도움을 드리고, 집안과 공동체 모두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경순 이사장의 앞으로의 길도 크게 변함은 없을 듯하다. 그녀는 불자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불교를 선택한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인격적으로도 바르고, 지혜롭게 자기관리를 해온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장학회는 한 개인의 인생에 지원을 하는 것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경순 이사장의 이번 일념장학회 이사장 취임은 우리나라 교육 문화 발전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부산 지역을 넘어 더 많은 봉사와 헌신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