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16:43 (화)
MZ세대, 휴가의 풍경을 바꾼다
MZ세대, 휴가의 풍경을 바꾼다
  • 강희진 기자
  • 승인 2025.08.19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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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를 완전히 회복했다. 20251~3월의 해외 여행객은 약 780만 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99.1%의 수준이다. 다만 지금은 여전히 국내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렇게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를 의아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고환율, 고물가로 인해서 여행객들이 국내에 비해 물가가 낮은 지역, 혹은 근거리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국내 여행보다 더 싸기 때문에 해외로 떠난다. 대다수의 여행이 일본이나 동남아에 몰려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구조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또다시 MZ세대의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바로 해외여행을 줄이고 가까운 거리에서 머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머물다는 뜻의 스테이(Stay), ‘휴가라는 뜻의 ‘Vacation’의 합성어이다.

 

욜로가 되기에는 경제가 안좋아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해외로 여행을 간 한국인은 2,825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전체 인구가 약 5,2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10명 중 5명 이상이 지난해 해외여행을 경험한 셈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해외여행을 대표하는 트렌드 중 하나라면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생각 아래,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지나치게 희생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 MZ세대는 안정적인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의 만족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여행은 가장 만족도가 높고 기억에 남는 소비 형태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는 이 흐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관광 소비 추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해외여행 관련 소비가 약 11%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며 소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과 불안정한 고용,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체감 경기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아무리 욜로 감성을 발휘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소비 항목이 여행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행은 다른 소비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줄일 수 있는 소비이기도 하다. 마음만 먹으면 항공권 구매, 숙소 예약, 교통비, 식비 등 상당한 규모의 지출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또 최근에는 한 언론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530일부터 68일까지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143명을 상대로 올여름 휴가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계획은 국내여행(23.78%)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여름을 즐기려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호캉스를 하겠다는 사람도 13.99%에 달했다. 이는 호텔 안에서 편안하게 쉬면서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꾸준히 인기를 얻는 트렌드 중 하나다. 또한 혼자만의 휴식을 하겠다는 집콕을 택한 응답자도 전체의 22.38%에 달했다. 이처럼 전체 응답자의 60%가 넘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이 아닌 국내여행 또는 집에서의 휴식을 선택했다는 점은 분명 새로운 여행의 흐름인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한달 살기도 만족감 중심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외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욕망이나 동경까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행을 향한 갈망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것이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데이터랩 관광지 검색 순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검색량이 많은 100개의 상위 검색어 가운데 1위부터 6위까지가 쇼핑몰과 백화점이었다. 자연경관과 시장이 각각 6, 도시공원·전시 시설·호텔이 4곳으로 뒤를 이었고, 역사 유적지나 종교 성지 등은 2건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여행보다도 오히려 국내의 근거리 여행을 선호하고, 소소한 쇼핑을 통해서 자기 만족을 찾는 여행 트렌드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소비를 줄인 상태에서도 여행 욕구를 풀기 위해서 멀리 가기보다는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쉬고, 그 시간 동안 충분히 휴식을 하는 것은 물론 자기 계발에 힘쓴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가까운 곳에서 머무는 휴가를 의미하는 스테이케이션(Stayation)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소비는 줄이지만 만족감은 유지하는 여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홈캉스나 호캉스 역시 비슷한 맥락의 여행 트렌드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도심 속 호텔에 묵으면서 수영장, 사우나, 조식 등을 즐기는 것이다. 꼭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경험하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누워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평소에 꼭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것 자체에서 여행의 만족감과 힐링을 한다는 이야기다.

해외 한 달 살기프로젝트는 이러한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의 해외여행은 시간 단위로 빽빽하게 일정을 짜고,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시간 단위로 움직이며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명소를 방문했고, 얼마나 다양한 음식을 맛봤는지가 여행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곤 했다. 힐링의 감성이라든지 정서적 만족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적으로 힘들더라도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한 달 살기는 이런 식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한 지역에 머물면서 로컬의 저렴하고 소박한 음식을 먹고, 관광 명소보다는 동네 뒷골목이나 작은 공원을 산책하며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다. 한국과는 약간 다른 루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서적인 측면이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행 말고 한 달 살기라는 모토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이런 점에서 동남아는 더욱 적극적으로 떠오르는 여행지이다. 우선 여행지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크다. 같은 예산으로도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남아는 유럽에 비해 훨씬 자연이 풍부해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해변이나 산림 속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한류 문화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안심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더 나아가 비행시간도 길어 봐야 5~6시간 내외로 짧은 편이어서, 10시간이 넘는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장거리 여행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훨씬 적은 편이다.

다만 앞으로의 여행 트렌드는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를 알 수 없다. 여행은 늘 사람들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향후 한국 경제의 상황에 따라서 또다시 국내에서의 스테이케이션에서 탈피, 해외여행을 적극적으로 나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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