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드론은 ‘어른들의 장난감’ 정도로 취급됐다. 상공을 나는 조그만 비행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조종의 즐거움을 취미 정도로 느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드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벽하게 바뀌었다. 이제는 적의 도시와 인명을 살상하는 최고의 무기로 거듭난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의 여러 전쟁들이 이러한 사실을 확고한 진리로 만들어주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전 세계는 드론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드론으로 인해 핵무기의 전쟁 억제력 자체가 무능력해졌다고 지적했으며, 드론으로 인해 전쟁이 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전쟁 무기가 되고 있는 드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하늘에 떠 있는 저격수
지난 6월 1일, 마치 ‘진주만 공습’을 떠올리게 하는 한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다. 우크라이나의 자폭 드론 117대가 러시아의 공군기지 4곳으로 날아들었고, 이때 무려 12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파괴됐다. 전투기에 비하면 그 크기를 비교하기도 힘든 드론의 막강한 힘이 발휘된 것이다. 드론은 이제 두말할 필요 없는 ‘최강의 전쟁 무기’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과거의 미사일, 전투기, 탱크 등은 제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드론을 제작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소형 자폭 드론의 경우 한 달에 수십만 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이동도 간편하고, 조종도 무척 쉽다. 특히 적외선 카메라까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곳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군인과 군인이 맞서 싸우는 백병전이나, 혹은 적의 진지 가까이에 참호를 파고 총을 쏘는 모습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선에서 다소 떨어진 안전한 벙커와 같은 곳에서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으로 조종을 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체 사상자의 70%는 드론으로 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하늘에 수천 명의 저격수가 날아다니고 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드론이 꼭 자폭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찰 및 감시를 통해 실시간 전장 상황을 파악하여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적의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한 기만 및 교란 임무도 수행한다. 특히 레이더의 교란을 통한 일종의 ‘전자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험한 산악지대나 병력이 고립된 지역에서는 각종 물품을 배급할 수 있다. 심지어 통신 방해나 감청과 같은 사이버·정보전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드론은 제작비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차 미사일의 경우에는 한 기당 1억 원이 넘지만, 자폭 드론 하나의 제작 비용은 6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엄청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무기로서의 드론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율주행’이다. 이제까지의 자폭 드론은 숙련된 조종이 필수적이었다. 특히 목표를 정확하게 타겟팅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고도와 각도는 물론 주변 지형지물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하는 드론은 다르다. 스스로 고도와 각도를 조절하고 주변 지형물도 알아서 피해 간다. 결국 조종사가 목표물만 찍어주면 나머지는 드론이 알아서 한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곧 이제 조종사의 양성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간단한 훈련을 통해서 수많은 자폭 드론 조종사가 순식간에 양성될 수 있다.
전쟁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시대
심지어 최근 드론 전쟁의 규모 자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는 주로 지상전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왔지만, 이제는 ‘드론 항모’의 등장이 현실화되면서 바다 위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드론을 띄워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 있게 된다. 과거 1,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를 태운 항공모함이 바다 위를 누비며 지상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했듯이, 이제는 드론 항모가 그 역할을 혁신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면 이제 과거의 항공모함처럼 거대한 크기도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대형 전투기는 이착륙을 위해 긴 활주로가 필수적이었기에 항공모함도 그만큼 길고 크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지만, 드론은 이러한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수직으로 이륙하고 곧바로 날아가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 없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는 ‘전통적인 무기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고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야말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대에 들어서 군사력의 본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드론이 본격적으로 전쟁 무기로 활용되면서 인류는 ‘전쟁화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과거처럼 ‘세계 대전’의 형태가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전쟁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드론으로 인해 전쟁을 일으키기가 너무 쉬워졌기 때문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많은 병력이 참여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면서 전쟁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들의 죄책감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일상의 전쟁화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과거의 전쟁에서 병사들의 죄책감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드론으로 인해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전쟁을 하게 되면 흡사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고, 이는 곧 전쟁으로 인해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을 덜게 된다. 한마디로 과거보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인류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그나마 전쟁이 억제되는 상황이 아니라, 당장 오늘 저녁, 내일 새벽에도 상대국의 도시를 파괴하고 통신망을 두절시키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분쟁이 잠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언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향후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천연자원이나 에너지에 대한 쟁탈전이 가속화되면서 전쟁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제는 전면전을 통해서 전쟁을 하게 되면 서로가 너무 많은 피해를 입기 때문에 드론 등 최첨단 무기에 의해 국소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왔지만, 이제는 그 풍요를 기술이 무너뜨리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