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지도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겠습니다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은 물론,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보컬 분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 보컬’은 AI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목소리를 모사하거나 새롭게 만들어낸 가상의 노래 목소리를 의미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초보적인 형태의 AI 보컬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비교적 잘 구현되는 반면, 한국어 보컬은 아직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음절이나 운율의 특징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노래하는 AI 보컬』은 인공지능을 통해 한국어 보컬의 가능성을 탐구한 책이다. 저자인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과 이기영 교수는 한국어 음율의 특징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한국어 AI 보컬이 가능할지를 연구한 내용을 담았다. 애초에 논문으로 작성되었지만, 한국문화산업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뒤 출판 제의를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 이기영 교수를 만나 AI 보컬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체하고 있으며, 그 능력 면에서는 인간을 압도할 만한 탁월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분야별로 완성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컬 분야는 어떨까? 이기영 교수는 “과거보다는 상당히 발전했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처음 녹음을 할 때만 해도 저는 이 기술이 결코 사람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컬을 전공한 입장에서,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고, 같은 곡을 불러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과연 이런 섬세한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을 보면 감정 표현이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리듬, 음정, 그리고 보컬 테크닉까지 AI가 따라 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음을 내는 수준을 넘어 감정을 담아 노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사람만이 가진 경험과 오랜 시간 쌓아온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정을 완전히 흉내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해는 현재 인공지능 보컬의 한계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한 인공지능 보컬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기영 교수가 인공지능 보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랜 기간 보컬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 덕분이다. 그는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했고,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실용음악교육을 전공하며 석사 학위를,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본격적인 보컬 활동은 2010년 라틴 밴드 ESPERANZA의 보컬로 시작됐다. 이후 다수의 공연과 앨범 작업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대표적으로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봄의 뜨락’, 독산성 문화제, 재즈클럽 CODA·SOLRA·MONK, 백암아트센터·아트홀 등에서 주요 공연을 펼쳤다. 또한 2018년에는 싱글 앨범 ‘그때 그대’, 2021년에는 솔로 2집 ‘눈이 부시게’, 2022년에는 3집 ‘나침반’, 2023년에는 4집 싱글 ‘죽어가는 것에 대한 행복’을 발매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공연에 초청되며 보컬 실력을 인정받았다.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백예린 전담 보컬 트레이너를 맡으며 뛰어난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교육자로서도 오랜 기간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사,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노래연기과 교사, 공군사관학교 실용음악 외래 강사,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교수, 김포대학교·세한대학교·강서대학교·한양여대 겸임교수, 대진대학교 실용음악과 초빙교수, 동아방송예술대학 K-POP과 교수를 역임했다.

문화가 없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어
그가 이렇게 교육자의 길로 나선 것은 실용음악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는 음악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학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전문적인 지식과 체계적인 이론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실용음악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더 깊이 있고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깨달음 덕분에 저는 대학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올바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실용음악교육 석사 과정을 전공하며, 단순히 보컬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면과 실기적인 면을 균형 있게 다졌습니다. 또한 보컬 외적인 부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미디어음악 박사 과정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더 폭넓은 시각으로 음악을 바라보고, 후배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교육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재직 중인 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과는 작사, 작곡, 편곡, 곡 제작 과정, 믹싱, 오토튠, 마스터링 등 실용음악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폭넓은 수업을 제공하며, 국내에서 전임교수를 다수 배출한 학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 학과를 ‘현존하는 실용음악학과 대학원 중 자부할 수 있는 최고’라고 평가했다. 더 중요한 점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를 지키기 위한 교육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는 문화가 없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문화 예술은 한 사회의 전반적인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힘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제 교육관은 ‘진실된 교육’, ‘거짓 없는 교육’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저는 진실된 인성을 가진 사람이 음악을 하고, 또 그 사람이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술이나 재능만으로는 진정한 예술과 교육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지만, 잘못된 노력은 사람을 망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확하고 체계적이며 진실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신념으로 앞으로도 교육에 임하고자 합니다.”

삶의 희노애락과 함께 하는 음악
그는 앞으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사)케이공감아트교류협회 정건영 이사장과 함께 음악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한빛맹학교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은, 이들이 뛰어난 음감과 음악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활동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청각장애 학생들이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현실에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작사, 작곡을 진행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곡을 제작해 발전시키고자 한다. 모든 작품이 기록으로 남기를 바라지만, 현재는 우선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곡을 통해 앨범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변 소음이 많은 시대에 어울리는 무반주 음악 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교수로 남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권위적이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유대감을 쌓고 즐겁게 음악을 나누는 친구 같은 교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컬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노래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성장하는 순간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제자가 소중하며, 한 명 한 명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남겼다.
“저는 후배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재밌고 행복하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불합리하고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저는 후배들과 함께 즐겁게 교육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연 활동이나 교육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불합리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만큼은 절대 불합리하지 않고, 정당한 대우와 합당한 대가를 받으며 즐겁게 음악할 수 있도록 먼저 모범을 보이려 합니다. 저는 그 모습을 통해 후배들이 행복하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류는 음악과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 음악은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본능적이고 강력한 수단이자, 자신의 희로애락을 담아 슬픈 순간을 견디고 행복한 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는 동반자다. 그런 점에서 음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이기영 교수의 활동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